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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웰브져니 Jun 12. 2020

 신생 영화 제작사가 본
<창의성을 지휘하라>

코로나 시대의 사업

 <창의성을 지휘하라>는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공동 설립자이자이자 사장인 '에드 캣멀'이 30여 년간의 경영 경험과 통찰을 쓴 책이다.  이 책은 출간되어 화제가 되었을 때인 2014년보다 2019년 영화 제작사 <트웰브져니>를 창업하고 내게 지금, 와 닿는 책이 되었다. 픽사와 스티브잡스의 관계를 이 책을 통해 더 자세히 알게 되었고, 이렇게 엄청난 기업이 걸어온 발자취가 우연과 맞닿아있다는 사실 자체가 내게는 의외로 위안이 되었다. 픽사도 운 없이는 성공할 수 없었던 것인데, 내가 뭐라고. 


 1. 사람의 조합, 팀이 중요하다! 

                            <왼쪽부터 이 책의 저자인 에드 캣멀, 스티브 잡스, 대표 감독 존 래스터>


 픽사는 컴퓨터 그래픽 기술 분야의 전문가인 '에드 캣멀'이 크리에이티브 전문가인  '존 래스터'를 만나 퀄리티 높은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는 바탕을 만들고, 비즈니스의 귀재인 '스티브 잡스'를 만나며 기업으로써의 확장을 가능했던 케이스였다. 기술 + 크리에이티브 + 비즈니스의 이 막강한 조합! 여기에서부터 이 회사의 성공은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었던 부분일 것이다. 그리고 이 만남은 저자가 계속해서 말하듯 행운에 가까운 기적이다.


 2. 창의적인 조직 문화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감독들은 중역들을 영화제작자가 아닌, 영화에 무지하면서 참견하는 사람들로 본다' 내가 이북에 'ㅋㅋㅋ'를 달아놓은 구절이다. 영화 투자배급사 출신으로 지금처럼 대기업이 한국 영화계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 전, 충무로에 대기업 인력으로 영화계에 발을 처음 디딘 나에게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절이었다. 한국 영화계 역시 처음 대기업 인력이 영화에 대해 언급할 때 충무로 대부분의 감독들이 우리를 보는 관점도 같았다. 

 그러나, 항상, 영화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 영화에 대해 얘기하는 것조차 창작물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픽사 또한 이런 관점에서 다양한 의견을 도입할 수 있는 '브레인트러스트'라는 시스템을 만든다. 저자는 픽사의 '브레인트러스트'가 다른 기업의 피드백 메커니즘과 다른 점을 이렇게 설명한다.


 '첫째, 픽사의 브레인트러스트는 스토리텔링을 심도 있게 이해하는 사람들, 대개 작품 제작에 참여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로 구성된다... 둘째, 픽사의 브레인트러스트는 지시할 권한이 없다... 픽사의 브레인트러스트가 의견서를 보내는 목적은 구체적 처방을 지시하려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 진짜 원인을 찾아내려는 것이다.'


 3. 창작물을 만드는 기업의 경영에 대하여 


 '나는 종종 창의적 기업의 경영자들이 진정으로 집착해야 하는 것이 목표(goal)가 아니라 의도(intention)라고 말한다... 의도, 다시 말해 가치(value)가 변하지 않는 한, 목표는 필요에 따라 바뀔 수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현실을 온전히 인식한다고 굳게 믿지만, 사실은 현실의 일부분만을 인식하고 있을 뿐이다... 타인의 관점을 존중하라는 말은 아주 쉬운 말처럼 들리지만, 기업 내부에서 실제로 실천하기는 무척 어렵다... 인간의 심성모형은 현실이 아니다. 인간 두뇌의 심성모형은 기상학자가 날씨를 예측하기 위해 사용하는 모형 같은 것, 즉 도구다. 기상학자가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측하지만 실제로는 화창한 날이 많듯, 도구는 현실이 아니다. 도구와 현실을 구분해야 한다' 


'경영자가 관리하는 부분은 대개 명확하게 측정할 수 없다.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경영자는 뜻하지 않은 재앙을 부른다. 데이터만 있으면 현실을 온전히 파악할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자신이 보지 못하는 부분을 무시하다간 문제가 터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다음과 같이 접근한다. 측정할 수 있는 것은 측정하고, 측정한 것은 평가하고, 내가 하는 일 중 대부분을 측정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그리고 최소한 가끔은 한 걸음 물러서서 내가 현재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의 에너지를 이끌어내는 능력과 우월한 재능을 지닌 사람들은 '인지 영역과 미지 영역 사이에 독창성이 발생하는 지점이 있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안다. 공포에 사로잡히지 않은 채 이 지점에 머무는 것이 창의적인 일을 해내기 위한 관건이다... 대담한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우리가 가진 것이라고는 인지 영역과 미지 영역 사이에서 공포를 극복하고 냉정을 유지하는 마인드컨트롤 노하우뿐이다' 


'오류를 예방하면 고쳐야 할 오류가 없을 것이란 착각에 빠지지 마라. 현실에서는 오류를 예방하려고 들이는 비용이 오류를 고치는 비용보다 훨씬 많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변화와 불확실성은 인생의 일부다. 경영자의 임무는 변화와 불확실성에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예기치 못한 사건이 벌어졌을 때 회복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나는 현재 제작하고 있는 영화 프로젝트가 기술과 연관된 부분이 있고 요즘 한창 붐인 스타트업 계열로 끼려고 하다 보니, 기술적인 측면을 부풀려 사업계획서를 만들어보려고 했던 시도도 있었다. 그런 나에게, '픽사 기술부서는 기술을 개발하지만 픽사는 기술을 팔지 않는다. 픽사가 파는 것은 기술로 구현한 스토리다'라는 부분이 특별히 와 닿게 느껴졌다. (하지만 픽사가 스티브잡스를 만난 것은 스티브잡스가 그래픽 전문 컴퓨터를 만들고자 하는 기술적 이슈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기는 하다) 

 픽사 30년의 대장정을 따르다보니, 이제 걸음마를 띤 회사인 트웰브져니를 가지고 난 뭘 그렇게 초조하게 생각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변화와 불확실성을 받아들이고 좋은 사람들을 만날 준비를 갖춰놓는 단계라고 생각하기. 오류가 발생한다면 고치고, '이야기의 여정'을 제공한다는 가치를 따르기. 이 책의 소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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