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내 탓이로소이다!
딩크족까지는 아니지만, 결혼하고 몇 년 동안 아이를 갖지 않던 아는 언니가 결정적으로 아이를 낳아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했던 순간이 있다고 한다.
싱글일 때 각자 고양이를 한 마리씩 키웠던 둘은 결혼과 동시에 합사를 했다.
남편이 키우던 고양이는 세상 까칠까칠한 고양이,
언니가 키우던 고양이는 세상 싹싹한 고양이.
둘의 성향이 너무 달라 합사 하는데 조금 애는 먹었지만 어찌어찌
네 식구가 가족을 이뤄 사는데,
남편이 고양이를 대하는 태도가 늘 한결같았다고 한다.
새벽에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대는 고양이에게
"이 미친 고양이야!!"라며 소리를 빽 지르는
자신과 달리
남편은 가만히 일어나 고양이 밥을 챙겨주고 놀아주며 달래고 잠자리에 다시 들었다고.
어떻게 그렇게 인내심을 발휘할 수 있냐고 물으니
남편은
"어차피 얘네한테 화내도 알아듣지도 못하는데 뭐.."라고 답했다고 한다.
맞다. 고양이는 태생적인 기질로 사람을 길들인다.
하지만
어린아이의 문제 행동의 원인을 가만히 살펴보면 모두 그 부모에게 비롯된 것이라는 걸 알 수 있듯,
반려동물 역시 마찬가지다.
<개는 훌륭하다> <금쪽같은 내 새끼>와 같은 프로그램을 보며 내려지는 결론 단 하나.
보호자가 문제다.
나는 언니의 남편과 비슷한 이유로 조조에게 제대로 화를 내 본 적이 없다.
고양이가 물건을 깨뜨리거나, 우다다 하다가 선풍기를 넘어 뜨리고,
서랍 안쪽까지 들어가 야옹거리거나, 갑자기 사냥꾼 본능이 일어 내 팔을 뒷 방망이를 쳐대며 물어
생채기를 만들어도,
그건 모두 내 탓이다.
내가 물건을 거기에 두고, 선풍기를 거기에 두고, 서랍을 열어 두고 고양이 샤낭감처럼 생겨먹은(?) 내 팔이 문제다.
내가 고양이를 키우기 전에, 절대 고양이에게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을 먼저 찾아본 것도 바로 그 이유다.
조조가 문제 행동을 일으키는 고양이가 되지 않으려면 내가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이었다.
고양이의 문제 행동이라는 결과에는 반드시 문제의 보호자가 원인이 된다.
고양이는 강아지와 달리 훈련이 되지 않는 동물이라고 하지만,
본인만의 루틴이 명확히 있어서, 그것만 잘 지켜주면
평화롭게 동거할 수 있다.
내가 만약 지금까지도 잡지사에 다녔다면 나는 고양이를 키우지 않았을 것이다.
들쑥날쑥한 출퇴근 시간이 고양이를 혼란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정한 시간에 밥 먹고, 잠자고 똥 싸고, 노는 게 고양이한테는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하루 일상이다.
나는 그저 가끔 배때기를 고양이에게 내주고, 제 때 밥 주고, 깨끗한 물을 갈아주고
똥을 치워주고 놀아주면 된다.
있는 그대로의 고양이를 사랑해주면 된다.
세상에서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어려운 사랑법.
정말이지
누군가를 이토록 불화 없이 사랑해본 건 처음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