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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꼬투리 Jul 25. 2022

우리 서로 사랑하는 사이

고양이도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

사람은 짝사랑에 대해 양가적인 마음을 갖는다.

혼자 좋아하는 마음을 품으며, 이 마음을 몰라주는 상대를 원망하고, 속앓이 하며 아파하다가도,

혼자서 시작하고, 끝낼 수 있으니 자유롭다고도 말한다.


나는 조조를 홀로 좋아하게 될까 봐 조금 걱정했다.

강아지보다 치대지 않은 종족으로 독립적이라고 하니,

나 역시 적당히 보호자 노릇을 하며 자유롭게(?) 각자의 생활을 존중할 수 있겠지, 라는 마음과

그래도 내가 엄연히 똥도 치워주고 밥도 주고, 맛있는 간식까지 주는 보호자인데

그 마음을 몰라주면 너무 서운할 것 같았다.

이런 마음은 조조를 키우며 금세 사라졌다.

조조는 강아지 같은 고양이, 아니 아가 같은 고양이다.

그리고 고양이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 사람도 충분히 알 수 있을 만큼,

조조는 행동으로 나에 대한 사랑과 신뢰를 보여주었다.


함께 소파에 누워 있을 때 조조는 애써 나와 살갗에 닿으려고 한다. 겨울이면 더 적극적으로 바뀐다.

요즘엔 내가 누우면 덩달아 자연스럽게 소파 위에 내가 소파라도 되는 냥 내 배 위에 누워 자리를 잡는다.

앉아 있다가 누울 자리를 보고 벌러덩 눕기도 한다.


15평 남짓한 이 집에 있으면 졸졸 따라다닌다. 안방에서 잠을 자다 가도 내가 거실로 나가면 눈을 희번덕 뜨고 다다다 하며 따라 나와 자기만의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꾸벅꾸벅 내 행동거지를 샅샅이 살핀다.


이른 아침부터, 혹은 새벽부터 그 작은 손에 손톱을 감춘 채 부드럽게 나를 깨운다. 얼른 놀아 달라며 보채는 의미라는 것쯤은 충분히 알 수 있다. 처음엔 밥이 떨어졌나, 똥을 쌌나, 물이 없나 하며 살폈지만 알고 보니 그냥 놀아달라는 의미였다.


귀엽고 앙증맞게 얌전히 앉아 있다가 ‘그분’이 오시면 사냥 모드로 전환해 귀를 뒤로 젖히고 장난감을 향해 돌진한다. 혼자 힘이 뻗치는 시간에는 우다다다 거리며 으르렁 소리를 내며 질주한다. 그럴 때 사냥꾼 조조에게 우리 집이 더 넓은 사냥터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사를 꿈꾸기도 한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도어록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에 낑낑거리며 운다. 그리고 문이 열리면  다리 사이를 팔자로 그리며 돌아다닌다. 반갑다며 그르렁 소리 내는  기본이다. “ 있었냐  물음에 답이라도 하듯 “야옹거릴 때는 분명 잠만 잤을 텐데도, 혼자 있는 시간이 얼마나 고독했을지 짐작이  마음이 아프다.

조조가 1살이 채 되지 않았던 작년 9월.

가을 모기가 극성을 부렸다. 잠자리에 들었던 나는 그놈에 모기 때문에 2~3번을 깼다.

조조는 내 발밑 작은 캣타워에서 잠을 자는데, 내가 불을 켜고 모기와 실랑이를 벌이니, 그 작은 고양이가 물끄러미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마침내 모기를 잡아 피를 보고 말았다. 그제야 안심이 된 나는 다시 불을 끄고 잠을 청했다. 그러자 조조가 캣타워가 아닌 내 머리맡에 잠자리를 다시 잡았다. 조조의 그 행동이 고양이가 잘 때 자주 잠자리를 바꾸는 특징에 기인한 것인지, 내가 걱정이 돼 그랬는지 사실 알 수 없다. 다만 그때는 불편해 보이는 나를 안심시켜주려는 행동처럼 느껴졌다. 나를 걱정해서 하는 행동. 조조는 중성화 수술을 하기 전에도 말이 많았고, 지금도 말이 많다. 지금은 대충 조조가 원하는 걸 짐작할 순 있지만 정확히 해석하는 건 어렵다. 나는 죽을 때까지 조조가 원하는 게 뭔지 잘 모를 수 있다. 반면에 조조는 내가 원하는 걸 본능적으로 훨씬 더 잘 알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고양이만의 육감은 인간의 그것보다 더 예리할 테니.

내가 조조와 같은 종이 아니기에, 한계는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조조가 진심만큼은 헤아려주고 싶다. 특히 조조가 아플 때, 힘들 때, 괴로울 때.


다행히 지금까지 나는 알 것 같다.

우리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는 걸.

너를 짝사랑하지 않게 해 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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