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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꼬투리 Aug 02. 2022

불화 없이 고양이와 잘 지내는 법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내 탓이로소이다! 

딩크족까지는 아니지만, 결혼하고 몇 년 동안 아이를 갖지 않던 

언니가 결정적으로 아이를 낳아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했던 순간이 있다고 한다. 

싱글일 때 각자 고양이를 한 마리씩 키웠던 둘은 결혼과 동시에 합사를 했다.

남편이 키우던 고양이는 세상 까칠까칠한 고양이,

언니가 키우던 고양이는 세상 싹싹한 고양이.


둘의 성향이 너무 달라 합사 하는데 조금 애는 먹었지만 어찌어찌

네 식구가 가족을 이뤄 사는데,

남편이 고양이를 대하는 태도가 늘 한결같았다고 한다. 


새벽에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대는 고양이에게

"이 미친 고양이야!!"라며 소리를 빽 지르는

자신과 달리

남편은 가만히 일어나 고양이 밥을 챙겨주고 놀아주며 달래고 잠자리에 다시 들었다고. 

어떻게 그렇게 인내심이 있을 수 있냐고 물으니

남편은

"어차피 얘네한테 화내도 알아듣지도 못하는데 뭐"라고 답했다고 한다. 

맞다. 고양이는 태생적인 기질로 사람을 길들인다. 

아무리 사람이 원하더라도 고양이는 좀처럼 그대로 행동하지 않는다.

그저 보호자를 자신에게 길들일 뿐.


하지만 

어린아이의 문제 행동의 원인을 가만히 살펴보면 모두 그 부모에게 비롯된 것이라는 걸 알 수 있듯, 

반려동물 역시 마찬가지다.

<개는 훌륭하다> <금쪽같은 내 새끼>와 같은 프로그램을 보며 내려지는 결론 단 하나.

보호자가 문제다. 


나는 언니의 남편과 비슷한 이유로 조조에게 제대로 화를 내 본 적이 없다.

고양이가 물건을 깨뜨리거나, 우다다 하다가 선풍기를 넘어 뜨리고,

서랍 안쪽까지 들어가 야옹거리거나, 갑자기 사냥꾼 본능이 일어 내 팔을 뒷 방망이를 쳐대며 물어 

생채기를 만들어도, 

그건 모두 내 탓이다.

내가 물건을 거기에 두고, 선풍기를 거기에 두고, 서랍을 열어 두고 고양이 샤낭감처럼 생겨먹은(?) 내 팔이 문제다. 


내가 고양이를 키우기 전에, 절대 고양이에게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을 먼저 찾아본 것도 바로 그 이유다. 

조조가 문제 행동을 일으키는 고양이가 되지 않으려면 내가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이었다.

고양이의 문제 행동이라는 결과에는 반드시 문제의 보호자가 원인이 되니. 

고양이는 강아지와 달리 훈련이 되지 않는 동물이라고 하지만,

본인만의 루틴이 명확히 있어서, 그것만 잘 지켜주면

평화롭게 동거할 수 있다.

 

내가 만약 지금까지 잡지사에 다녔다면 나는 고양이를 키우지 않았을 것이다.

들쑥날쑥한 출퇴근 시간이 고양이를 혼란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정한 시간에 밥을 먹고, 잠을 자고 똥을 싸고, 노는 게 고양이한테는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하루 일상이다.


나는 그저 가끔 배때기를 고양이에게 내주고, 제 때 밥 주고, 깨끗한 물을 갈아주고 

똥을 치워주고 놀아주면 된다. 


있는 그대로를 사랑해주면 된다. 


세상에서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어려운 사랑법.

정말이지

누군가를 이토록 불화 없이 사랑해본 건 처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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