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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수 May 15. 2023

모를 일

인생과 세상사가 어떻게 풀려 나갈지는 정말 모를 일이다.

나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내가 이렇게 타국에 와서 산악 여행 가이드를 하게 될 줄은...

내 어린 시절 꿈은 선생님이 되는 것이었고 결국 그 꿈을 이루기도 했다. 답답하리만큼 고지식하고 성실했던 나는 선생님 말씀이나 책에 나온 내용은 신의 계시인양 무조건 절대적으로 믿고 따랐기에 누구나 나에게 '너는 교사가 적성'이라고 말했고 나 역시 교사로서 그렇게 평탄하게 인생이 풀려 갈 줄로만 알았다.

그러기에 말 주변도 없고 임기응변도 할 줄 모르는 내가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사람을 상대하는 일은 절대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었다. 그리고 그런 믿음이 틀림이 없다는 확신을 준 두 개의 사건도 있었다.

그 첫 번째 사건은 대학 때 학비를 벌어보겠다고 시작한 과일과 꽃 장사였다.

"무조건 그날 도매에서 사가는 가격의 두 배를 소매가로 받고 팔면 돼! 그리고 장사는 목을 잘 잡아야 해!"

청계상가 도매상 주인은 어리숙한 내가 불쌍해 보였던지 장사하는 요령을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그러나 나는 그 엄청난 폭리를 취하는 것이 미안하고 두려워서 내가 생각한 적정 이윤 20-30%를 붙여서 팔기 시작했다. 하지만 손님들이 대부분 에누리를 하거나 덤을 요구할 것이라는 것을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더구나 저녁때가 지나서 꽃이 시들고 과일의 신선도가 떨어지면 손님들에게 더 미안해서 원가에 팔았다. 아니 팔려고 했다. 그러나 손님들은 내가 부르는 값이 원가라는 말을 아무도 믿지 않았다.

결국 좋은 자리에 먼저 터를 잡고 있는 기존 상인들을 피해서 한적한 길 모퉁이에 자리를 잡은 나는 허구한 날 재고가 쌓여서 반 이상을 밑지고 팔아야 했다.

두 번 째는 삼성에 취직을 해서 신입사원 연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잠시 전자제품 영업활동을 할 때였다. 나는 시제품과 팸플릿을 들고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열심히 성실하게 정직하게 설명을 부지런히 했지만 아무도 내 물건을 사 주지 않았다. 나중에 물건을 잘 판 동기들에게 비결을 들어보니

'1. 일단 집에 들어가면 어머님 아버님이라고 불러 친근감을 형성하고

2. 젊어 보인다 예쁘다 집이 좋다는 둥 기분을 맞추어 준 다음에

3. 특판가라고 하면서 가격을 뻥을 치고

4. 실적이 있어야 정직원이 될 수 있다는 둥 동정심도 자극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론적으로는 충분히 이해를 했지만 숫기와 늘풍수가 없는 나는 다음 날도 실적을 전혀 올리지 못했고 결국 영업직은 절대 안 하리라 마음을 먹는 선에서 상처 입은 자존심을 달랬다.

하지만 운명은 나를 그 좋다는 삼성 사원, 외국은행 외환딜러, 교사 중 그 어느 것에도 오래 머물지 못하게 했고 결국 캐나다에 와서 운수업과 여행업에 뛰어들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독자들이 '으흠! 전형적인 부적응자로구만!'이라고 상상하듯이 내가 타의로 쫓겨난 것은 아니다. 진짜로!모두 평이 좋아서 다음 직장으로 스카우트가 된 케이스다. 믿어주세요. 으잉? 나만 그렇게 믿고있는건가?) 아무튼 그렇게 점프를 할 때마다 별로 연관이 없는 새로운 분야라 적응에 힘은 들었지만 덕분에 다른 사람들이 몇 번의 생을 살아야 겪을 수 있는 다양한 경험과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그 깨달음 중에 하나는 '닥치면 다 하더라'이고 그 경험들이 이렇게 글을 쓰는데도 많은 도움이 되어서 나는 궁극적으로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각설하고, 여행업계를 강타한 코로나 비상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 도저히 적성에 안 맞는다고 확신했던 산악 가이드에도 도전을 하기로 했다.

자격증을 따고

일을 시작하고

의외로 좋은 평도 받았다.

그럼 지루한 이야기는 이 정도로 하고 아름다운 캐나다 로키산맥 중에서 밴프 주변 구경을 좀 하는 것으로 내 신세타령을 마치겠다.

밴프 입구 런들 마운틴의 아침과 저녁

모레인 호수와 열 봉우리

레이크 루이스 조감

Lake Louise 전경

아그네스 호수

레이크 루이스 설경

Banff Springs Hotel

영화 촬영장소로 유명한 보우강과 보우폭포

보우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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