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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수 May 14. 2023

때로는 좀 가볍게

영원히 지속될 것만 같던 춥고 길고 지루하던 겨울이 가고

드디어 봄 봄 봄 봄 봄이 왔어요

우리들 가슴속에도 야호!

길가에 핀 붉은 봄 꽃이 첫사랑처럼 아련하게 아름답고

시원한 바람에 실려오는 달콤한 라일락꽃 향기는 여인의 향기보다 더 아찔하다

자전거를 타고 강변 길을 달리니 너무너무너무 상쾌하고 기분이 좋다.

마음이 급한 사람들은 언제 준비를 했는지 어느새 맑게 흐르는 강물 위에서 Stand up paddle board를 타고 있다.

비키니 입은 아가씨도 있는데 주우우움으로 당기면 보이려나?

조금 더 페달을 밟으니 어디선가 음악 소리가 들린다. 앗, 날 음악! 버스킹이다. 날씨가 좋은 주말엔 이렇게 공원에서 음악을 연주하며 노래를 들려주는 고마운 분들이 계시다.

앞에 입을 쩌억 벌리고 놓여있는 악기 통에 땡그랑 던져 넣을 문화적 자부심이 마침 주머니에 없어서 정면을 피해 약 45도 조금 떨어진 곳에서 무료 음악 감상을 한다. 음악 수준이 꽤 높아서 정말 카드결제기라도 있으면 마구마구 긁어주고 싶다. 아쉽다. 아일랜드에서는 버스킹과 노점상도 인터넷 결제기를 가지고 다닌다는데 …힝!

그런데 옆을 보니 수준급 음악을 무임승차 하시는 분이 나만 있는 게 아니었다. 자선금 모금 스탠드다. 앗 그런데 웬 한글?

북한 어린이 돕기 모금이다. 나도 예전 한국에 있을 때 저기에 돈 많이 냈는데… 그 돈이 어떻게 쓰였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기분이 좀 우울해졌다. 이렇게 좋은 날에…

조금 더 가다가 보니 이번에는 도로 한 복판에 몇몇 사람들이 가부좌라나 양반다리라나를 하고 진지하게 앉아있다.

중국의 무슨 종교단체가 신앙자유를 주장하는 시위 퍼포먼스를 하는 중인가 보다.

저분들은 지구 반대편 아무도 눈길도 주지 않는 이곳에서 이러고 있는 게 과연 효과가 있다고 믿는 걸까?

조금 더 우울해졌다.

아무튼 오늘처럼 이렇게 좋은 날에는 조금은 가볍게 덜 진지하게 살아봐용 아저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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