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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수 Jun 16. 2023

착각 아니면 연민

캐나다 사람들은 생활 속에서 중고물품을 재활용하는 것이 익숙하고 자연스럽다. 입던 옷이나 오래된 가구를 물려서 쓰기도 하고, 쓰던 물건들을 파는 thrift shop이나 flea market에서 쇼핑하는 것도 즐긴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쓰던 물건들을 팔거나 나누어주는 garage sale과 give out table도 활성화되어 있다.

그리고 물건뿐만 아니라 음식물을 자선하는 food bank도 곳곳마다 설치되어 있다.

우연히 또는 심심할 때 이런 곳에 들러보면 ‘웬 쓰레기야? 그저 줘도 안 가져가겠네’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잡동사니도 있지만 때로는 마음에 드는 소품이나 요즘에는 보기 힘든 고풍스러운 옛 가구를 발견하기도 하고 ’ 오, 바로 이거야‘라는 말이 저절로 나올 정도로 평소에 필요했던 물건과 딱 마주치는 행운이 찾아오기도 한다.

심지어 한 번은 나도 모르게 보물을 건진 경우도 있었다. 처음 캐나다에 와서 어디에 정착할지 몰라서 필요한 물품과 가구를 부근 thrift shop과 garage sale에서 대충 구입해서 쓰다가 먼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되어 대부분을 되팔려고 내놓았는데 한 분이 내 장식장을 보더니 ‘이건 귀한 고 예술품이다. 지금 네가 팔려는 값보다 훨씬 가치가 있는 것이니 네가 부르는 값의 두 배를 주고 내가 사겠다.’고 했다. 나는 ‘아니다. 그러면 내가 산 값보다도 더 비싸다. 그냥 내가 산 값에 가져가라.’고 했더니 이 사람이 ‘안된다. 그러면 내가 사기를 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안 좋다. 나는 이렇게 좋은 물건을 발견해서 소장하는 것만으로도 기쁘다.‘며 굳이 돈을 더 떠안기고 가져가는 믿지 못할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물론 첨단 신상의 트렌드를 쫓아가는데서 자부심을 느끼고 고급진 명품 소지를 인격과 성공의 척도로 착각하는 이들의 눈에는 이런 것들이 그저 비참한 가난의 구차함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이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자부심이 있어야 하고 그것이 아니라면 최소한 착각이나 연민이라도 있어야 한다.

나는 이 자부심과 착각과 연민 사이에서 방황을 하다가 내 삶이나 글을 통째로 지워버리고 싶은 강렬한 자괴감에 빠질 때면 가까운 중고용품점을 찾아간다.

‘감탄과 찬사가 저절로 나오는 천재들의 삶과 작품에 비하면 내 삶은 그리고 내 글은 과연 존재가치가 있는가? 누구나 인정해 주는 멋진 명품 신상에 비하면 이 골동품은 얼마나 평범하고 초라한가?’

하지만 아무리 귀한 물건이라도 임자를 찾지 못하면 쓰레기가 되고 아무리 자존감이 떨어지는 사람이라도 제 자리를 찾으면 그 또한 빛나는 별이 될 것이며 누구라도 언젠가는 아름다움으로 눈부신 순간이 있었을 것이다.

비록 훌륭한 성과로 남들에게 가르침을 주고 존경을 받지 못한다면, 최소한 가여운 노력의 흔적을 드러냄으로써 남들에게 상대적 자신감이라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 그 어떤 것이 더 큰 공덕인지는 또 모를 일이 아니겠는가?

이것이 내가 잡동사니를 어루만지며 동지애와 위안과 살아갈 용기를 얻는 한 방법이다.

그러니 지극히 평범한 인생들이여, 오늘도 너무 안타까워하거나 슬퍼하며 살아가지는 않기 바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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