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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홀로 2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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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수 Aug 29. 2023

공공재의 비극

  일 때문에 자주 가는 스키 리조트가 있다. 오래전부터 화장실 세면대 수도꼭지가 부서져 있었다.

그런데 부서진 지 1년이 지나고 2년째 접어드는데도 불구하고 수리가 되지 않는다. 매일 점검표는 작성되고 있는데 어쩐 일일까?

  아마 청소운영 담당은 시설관리 업무에는 관여하지 않나 보다. 그래도 총괄 지배인이 있을 텐데 왜 조치가 제 때 이루어지지 않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무리 캐나다 시계는 더디게 가고 모든 것이 천천히 이루어지지만 이건 너무 심하다. 그래서 나는 이 수도꼭지가 언제 고쳐지는지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물론 하나만 보고 모든 것을 판단하면 안 되지만 이것이 선진국 병에 걸려 권리를 누리며 놀기만 좋아하고 더 이상 진취적 경제활동이나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 캐나다의 보편적인 문제점을 반영하는 하나의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원래 경제 지표는 경제성장률과 인플레이션은 정의 상관관계가 성립하고 실업률은 역의 상관관계를 보여야 한다.  그리고 이자율과 설비 투자 및 소비증가는 성장률과 같이 가야지 정상이다. 그런데 최근 2023년 7월 캐나다의 경제통계는 GDP 연간 성장률 2.21%, 인플레이션 연 7.2%, 기준금리 5%, 제조업 PMI 49.6, 소비자 신뢰지수 46.9,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 113[출처 Trading Economics]으로 성장은 안되고 전망도 좋지 않은데 물가만 오르는 전형적인 스테그플레이션 조짐을 보이며 반면 실업률은 5.5%로 거의 완전 고용에 가까운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즉 실질적인 삶의 질은 떨어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의사나 교사 간호사마저 부족할 정도로 일할 사람은 없고 힘든 일은 기피하여 이민자와 계절 외국 노동자에게 의존한다는 의미이며 장기적인 전망도 어둡다고 해석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그동안의 경제성장의 과실만 공짜 적자 복지로 누리면서 발전의 지속적 역량이 떨어지는 선진국 병이다.)

  원래 캐나다는 무상 의료, 연금 등 사회보장과 복지가 잘 되어있고 세율이 높고(개인 소득세율 33%, 법인세율 26.5%) 통신 에너지 교육 의료 대중교통 전기 수도 자동차보험 등이 국유 공기업인 주도 많으며 노동 생산성이 떨어져서 거의 사회주의에 가깝다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  그나마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경제적으로 긴밀하게 얽혀있어서  상당히 실용적인 면도 있지만 캐나다 사회가 은근히 보수적이고 관료적이어서 이것이 개인주의와 결합하면 모두가 현상유지와 보신주의에 빠져서 주어진 일만 처리하고 반면에 주도적으로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고 개선하려는 사람은 없는 이런 암울한 풍조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좀 더 보편적인 평가를 위해 The Tragedy of the Commons (공유지의 비극)을 한 번 돌이켜보자. 이 말은 ‘모두에게 개방된 목초지가 있다면, 목동들이 자신의 사유지는 보전하고, 이 목초지에만 소를 방목해 곧 황폐해지고 말 것이다.’는 미국의 생태학자 개릿 하딘(Garrett Hardin)이 1968년 사이언스지에 기고한 짤막한 에세이인데 [출처 나무위키] 사회주의의 문제점을 잘 지적한 명문으로 많이 인용 회자되고 있다. 이 경고는 현대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공공재의 비극으로 주인 없는 공공기관과 정부조직의 방만한 운영이 전 국민의 피해로 돌아갈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아마 여기까지 보면 이것이 상당 부분 캐나다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이 직면한 문제이기도 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인기 위주 포퓰리즘 정책의 결과 누적적자 200조 원에 이르러 국가 경제에 부담을 주고 언젠가는 국민전체가 피해를 보게 될 한전 문제와 이번에 예산은 엉뚱하게 써버리고 준비는 부실하게 하여 국제 망신을 산 새만금 잼버리 사태는 공공재의 비극이 무엇인지 사회주의나 관료주의 포퓰리즘이 득세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실증적으로 잘 보여주었다. 결국 모든 정책 운영과 공공기관이 명분과 선전 선동만 요란하면서 실질적인 효율성은 떨어지고 규제와 낭비는 많아지고 책임지는 사람은 없으면서 공돈인 세금으로 흥청망청 잔치를 벌이는 부패한 공무원과 권력자가 득세하고 경제와 민생은 파탄에 이르게 될 것이다.

  그러니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그리고 캐나다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한국의 미래를 밝고 바른 방향으로 바로잡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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