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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홀로 2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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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수 Aug 11. 2023

다시 세상

어느 새벽 서러움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강둑에 서면

단단한 피난처 하나

거북이 등딱지 같이 지고 다니다가

슬며시 숨어버렸으면 좋겠네


네가 한 말, 내가 한 그 파렴치한 짓들이

생 마음에 부끄러움으로 콕콕 박힐 때

은밀한 고백록 하나

소라껍데기 같이 언제나 품고 다니다가

슬쩍 거친 세상 풍파 피하고 싶네


세상이 그렇게 쉬웠으면 좋겠네

세상살이가, 먹고 또 고개를 들고 살자니

모진 놈 음흉한 놈 지밖에 모르는 놈 지만 잘난 놈

벗겨먹고 속여먹고 짓밟고 무시하는 너 그리고 나

그러나


큰 감사보다는 작은 아픔의 기억이 더 깊은 줄 알기에

절망의 심연 그 바닥을 박차고

인간의 이름으로 떨쳐 웃으며

다시 세상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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