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새벽 서러움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강둑에 서면
단단한 피난처 하나
거북이 등딱지 같이 지고 다니다가
슬며시 숨어버렸으면 좋겠네
네가 한 말, 내가 한 그 파렴치한 짓들이
생 마음에 부끄러움으로 콕콕 박힐 때
은밀한 고백록 하나
소라껍데기 같이 언제나 품고 다니다가
슬쩍 거친 세상 풍파 피하고 싶네
세상이 그렇게 쉬웠으면 좋겠네
세상살이가, 먹고 또 고개를 들고 살자니
모진 놈 음흉한 놈 지밖에 모르는 놈 지만 잘난 놈
벗겨먹고 속여먹고 짓밟고 무시하는 너 그리고 나
그러나
큰 감사보다는 작은 아픔의 기억이 더 깊은 줄 알기에
절망의 심연 그 바닥을 박차고
인간의 이름으로 떨쳐 웃으며
다시 세상에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