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수어 다오
나의 단단한 믿음을
수만 년 쌓아 올려 굳은 돌덩이
견고한 내 아집의 성을
무너뜨려다오
너의 그 부드러운 손길로
갈고닦고 어루만져
내가 없어지는 그 순간까지
너의 그 장엄한 사랑으로
흐르게 하렴
보이지 않아도 남지 않아도
물보라 속에 흩어져
네 품에 녹아들어
저 낯선 바다 호수 강까지
어쩌면 사막과 숲에 젖어드는 안개구름으로 …
스스로 부서지기엔
홀로 사라지기엔 내 안에
겹겹 화석 껍질이 얽혀있기에
네 앞에 엎드려 이렇게
나를 맡긴다.
*홍콩에서 발행되는 정기간행 문학지인 香港詩刊 2023년 10월호에 게재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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