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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홀로 2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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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수 Sep 03. 2023

한자를 쓰는 이유

  나는 글을 쓸 때 일부러 한자를 섞어 쓸 때가 있다. 뜻을 명확히 전달하려는 의도도 있지만 한국어에서 53%에 이르는 한자어가 차지하는 비중을 무시할 수 없기에 현실적으로 한자교육과 사용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며 최근 문제가 된 문해력 부족 현상을 해결할 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문해력은 한자어 이해만의 문제는 아니고 문맥이해 즉 독해력 전반의 문제이다. 예를 들어 ‘甚深한 사과’를 깊은 사과가 아닌 심심해서 하는 사과로 해석한 것은 한자어 문제이지만 ‘사흘‘을 4일로 안 것은 어휘력 문제이고 ’이 정도면 떡을 치죠 ‘를 섹스의 속어로 받아들인 것은 문맥 이해 부족이다.

  사실 중국은 한자 외에는 문자가 없고 일본의 ‘가나‘는 그 음이 50개 정도라 한자사용을 병행할 수밖에 없지만 한글은 세종대왕님이 음운표기법을 잘 만들어 주신 덕분에 초성 중성 종성으로 19 자음과 21 모음을 무궁무진하게 조합하여 다양한 (이론적으로 19x21x19=7,581) (종성을 이중음절로 치고 빼도 399) 발음표기가 가능하다.

  한글의 이러한 음운표기상 우수성은 McDonald의 표기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중국어는 ‘마이당라오(麦当劳)’라고 음차하고 일본어는 받침이 없어서 ’마쿠도나루도(マクドナルド)‘라고 표기하는데 한국어는 ‘맥도날드’로 거의 영어 원음에 가깝게 표기하고 발음할 수 있다.

  또한 한글 받침의 이중자음과 종성체계는 순수 소리글자인 영어 알파벳과 달리 뜻글자의 요소까지 있어서 (예를 들어 ‘나무’와 ‘남우’, ’ 앎‘과 ’ 암‘은 발음은 같아도 뜻에 따라 글자 모양이 달라진다) 한 때 한글 전용까지도 시도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빗나간 민족주의의 발현인 측면이 있고 이미 정착된 한자어의 현실과 순수 언어학적 효용성만 본다면 필요한 경우 한자를 일부 병용하는 것이 의미구분을 명확히 하고 다채롭고 깊이 있는 글살이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그 이유로 한국어에는 중국어의 聲調가 없고 음절을 1대 1로 짧게 대응하여 한자어의 동음이의어가 더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래의 다섯 한자는 중국어로는 발음이 다르지만 한국어로는 동음이의어가 된다.

또 天, 川, 泉은 중국어로는 2음절로 발음이 모두 다르지만 한국어로는 역시 同音異義語가 되어 한글만을 쓰면 서로 구분이 되지 않는다.

  세상에 쉬운 것이나 내 것만이 무조건 능사는 아니다. 때로는 복잡하고 다양하게 사는 것이 풍요와 발전에 필요한 것으로 감내해야 한다.

  물론 한자병용과 한글전용론자 사이에 논쟁이 있는 줄 안다. 이 글은 어느 한쪽을 지지하자는 것이 아니라 둘 다 장단점과 일리가 있으니 (요약하면 한글 전용은 간편하고 쉽지만 한자어 이해에 한계가 있고, 한자병용은 배우기 힘들지만 명확한 의미전달에 좋다.) 이것이 선택의 문제이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알리고 서로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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