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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영신 May 16. 2024

일상에세이#15. 나 돈 벌고 싶어

돈 벌 거야!라고 갑자기 소리 지르고 싶어

돈을 못 벌어서 갑자기 서러움이 밀려온다.

나를 어떻게 어필해야 할지 모르겠고 그냥 스스로 몸에 벌레기어가는 것처럼 간지럽고 이 답답한 상황에서 무엇부터 시작할지를 인트로도 없이 뒤지고 있다.


미니멀라이프를 지향하고 휴대폰 화면도 늘 필요 없는 앱 없이 관리하는 내가 알바몬이랑 알바천국부터 뒤져본다. 한 시에 하교하는 둘째가 생각나서 그 잠깐 시간 동안 알바를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했다. 할 수 있지! 나의 의지의 문제지! 이런 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어마어마한 유교걸인냥, 여인네인 양 그 시간에 내가 최소 아르바이트비를 받고 피곤하다고 징징거리면 그 부담이 가족들에게로 가겠지 싶다. 아무것도 한 것 없이 피곤해져서는 다음 상상으로 넘어갔다. 더 대단한 일을 찾아야겠다 싶어 주식에 대해 공부하고 돈의 흐름을 파악해야지 한다. 티브이에는 미국부동산으로 돈 벌었다는 사람도 많고 주식으로 월천씩 번다는 주부도 많고 다들 어떻게 그렇게 잘 벌고 잘 모으고 또 잘 쓰는지 sns가 다는 아니지 싶으면서도 무릎 늘어난 검정 운동복 바지 입고 있는 나의 모습이 어쩐지 서글프다. 집에서는 답이 없지! 뭔가를 생산해 내려면 움직여야지 지금 정보를 찾을 때가 아니야 싶어 뭘 찾더라도 나가자! 하고 호기롭게 바지를 갈아입고 정보를 얻을 스마트폰을 끼고 나와 쨍한 햇살을 받는데 갑자기 눈물이 주르르 흐른다.

 그간 아이들깨우며 보드라은 등을 쓰다듬는 일이나 학교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이 아이들이 주문해 둔 샌드위치 약밥 같은 것을 만드는 것 저녁에 너무 피곤하지만 아이의 수학문제를 함께 푸는 것 같은 것에 나의 온 힘을 다했다. 생산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 냉장고 파먹기에 달인이 될 정도로 기가 막히게 냉장고 재료로 요리를 해 먹고 아낀 생활비로 맛있는 외식을 하거나 여행에서 가족들과 기분을 내는 것으로 나의 경제적 정체성을 만족하며 살았다.

의미가 없는 일도 보람이 없는 일도 아닌 것은 맞지만 그 가운데 과연 나는 있었는가? 얼마 전 조수빈티브이 유튜브에서 한 집이 소개되었다. 자녀 중 한 아이가 장애를 가졌는데 그 어머니는 꾸준히 일을 하고 계셨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 아이와 평생 누구도 불행하지 않고 함께 가기 위해 일하고 있다.'라고...... 내가 놓친 부분이다. 나는 이 시간을 때때로 행복하지만 견디고 있었고 함께 우리가 이 시간을 채워가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

하다못해 내가 잠시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드라마를 보는 순간들도 아이의 공부와 남편의 식사에 밀리는 것에 서슴없었고 스스로 그렇게 선택했다.

점차 나의 그런 손길이 필요 없어짐에도 나는 이제 습관이 되었고 때론 무얼 할지 몰라 희생하고 있었다

점점 나와 멀어지고 세상과 멀어지고 습득하는 것들과 거리를 두니 아이들이 보는 책이나 영어 단어도 버겁다고 느끼는 날들이 많아졌다. 정확히는 내가 시작해야 하는 시점조차 모르게 되어 내가 모르는 것을 다시 공부하고 싶어도 그 지점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났고 늘어나고 있다.


사실 그 누구도 나에게 돈 벌어오라고 닦달하지 않고 그 누구도 나에게 무용하다 한 적은 없다지만 그래서 경제적 책임론에서 조차 나는 한 발짝 떨어진 존재는 아닌지 서글프다. '돈'이라는 물질적인 쓸모도 필요하고 '돈'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자유와 책임 공유되는 정보 일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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