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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영신 Sep 20. 2024

1302호 폰중독 오빠와 래퍼아줌마

생각해 보니 나는 오빠의 눈을 본 적이 없다.

13층 오빠는 늘 인사를 한다.


"안녕?", '안녕하세요?"

엄마도 늘 "그래, 안녕?"이라고 인사한다.


그런데 항상 오빠는 나나 우리 엄마를 보고 인사하지 않는다.


언제나 오빠는 휴대폰을 보고 있다.


검은색 동그란 안경을 썼고 머리는 정말 새까맣다. 일명 '바가지머리'신공으로 아주 정갈하게 잘랐다.

검정 나이키 가방을 메고 다니고 청바지에 하얀 티 청바지게 검정티셔츠를 가장 자주 입는 것 같다. 겨울 패딩도 검은색이고 여름 반바지도 청반바지나 검정 반바지만 보았다.

음! 우리 엄마가 아주 좋아할 패션이군!이라고 늘 생각했다.


오빠는 나랑 같은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6학년이고 분명 나랑 같은 안전교육을 받았을 거다.

안전교육에서 길거리에서 스마트폰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배웠고

사이버 교육에서는 너튜브나 게임 등등 과한 휴대폰 사용은 어린이에게 좋지 않다는 것을 수도 없이 배우고 있는데 오빠는 아랑곳하지 않는가 보다.


나에겐 규칙을 지키지 않는 건 꽤 불편한 일인데 오빠는 괜찮은가?

어쩌다 저렇게 규칙을 안 지키는 사람이 된 걸까?


어쨌든 그건 그렇고 오늘도 오빠를 만났다. 아파트 커피숍에서 에어컨바람을 쐬며 책을 읽자 하고 엄마랑 책을 들고 나왔다.

오빠 혼자가 아니라 아줌마와 함께였다. 아줌마와 엄마는 눈이 마주쳤다. 엄마와 아줌마는 반가운 웃음과 인사를 나누었다. 아줌마는 휴대폰만 보고 있어 사방이 잘 보이지 않는 오빠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어른을 보고 인사를 해야지! 하신다. 아줌마는 크게 화가 난 것 같지도 않고 오빠를 엄청 싫어하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쥐어박고 있었고 우리 엄마가 한 번씩 말을 걸면 마치 래퍼라도 된 듯 말했다.


보통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니 빨리 이야기하고 내려야 해서 그렇게 빨리 말씀하시는 줄 알았다.


오늘은 아파트 단지 내  커피숍에서 만났는데 엄마를 보자마자 아줌마는 또 랩을 하신다.

나는 감자칩에 사이다를 먹으며 만화책장을 넘기고 있었지만 귀는 아줌마 쪽을 향해 있어 책장이 쉬이 넘어가지 않았다.


"정말왜이러는지모르겠어요.진짜말안듣고육학년인데세상에아홉시에자는게말이되냐고요!요즘애들다들새벽까지자기할일하다잠든다는데나는차라리빨리자라그래요이놈의휴대폰어쩌면좋지?학원에가면그나마억지로라도못하니까학원으로가는게낫지!에휴!늦은시간에는이거보다가횡단보도에서다치기라도할까봐엄마니까또데리러나가고있어나는......뭐가애를위한건지생각열심히하는데답이안나와정말!이층엄마는딸들이라잔소리할일도없죠?아직어려서애들이뭐딱히말안듣지도않겠지만아정말이거말을해야되나말아야되나맨날속터지는데사람만보면내가쏟아져요정말!"


엄마는 아줌마이야기를 들어주고선

"인사 잘하는 아이는 나중에 어떻게든 자기 자리로 돌아올 거예요!"

한마디 한다.


아줌마는 약간 울컥했는지

"아 나 주책 떨 것 같아! 나 커피 들고 집에 가야겠다! 잘 마실게요!"


하고는 엄마가 뽑아준 커피 한 잔을 들고 집으로 가셨다.


엄마는 한참 동안 아줌마가 간 길을 쳐다보고 있는데 나는 정말로 왜인지 모르겠더라.


엄마는 그냥 아줌마 마음이 전달돼서 눈으로 토닥였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아줌마의 랩을 듣느라 정작 인사는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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