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파트라슈
15층에 내 친구네가 이사 가고 15층에는 골든레트리버가 들어왔다.
나는 그 골든 레트리버가 매우 사납고 격렬히 14층 아줌마를 괴롭혀 줬으면 좋겠는데 너무나 착한 골든레트리버가 들어와 버렸다.
덩치는 산만한 녀석이 사람소리에 놀라 짖어댈 때 빼곤 어찌나 가만히 있는지 저 녀석 목소리가 뭔지 잘 기억이 안 난다. 심지어 15층에 새로 오신 분들이 너무 예의가 바르셔서 항상 저 순둥이 녀석에게 입마개를 채우고 엘리베이터에 타신다.
사람 말고 움직이는 건 다 싫어하는 우리 엄마도 저렇게만 강아지 키우면 정말 대환영이라는 말을 했다.
그 말에 냉큼 나도 저렇게 할 테니 우리 집도 골든레트리버 한 마리 키우자고 했다가 꿀밤을 맞았다.
꿀밤은 폭력이 아니란 말인가? 가정폭력 났다고 한마디 했다가 꿀밤 한 대 더 맞았다. 우쒸
그건 그렇고 골든레트리버가 우리 동에 처음 이사 온 날 나는 정말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안 그래도 작은 엘리베이터에 커다란 개 한 마리와 개가 사람을 끌고 다니는 건지 사람이 개를 끌고 다니는 건지 모르게 비리비리 마른 주인아저씨가 꽉 차 있었다. 강아지를 좋아하고 싶지만 도통 친해지지 않는 나의 유전자 탓인지 그 커다란 개를 보자마자 소리를 내고 뒷걸음질을 쳤다. 아저씨가 그렇게 소리를 내면 강아지가 놀랜다고 하셔서 입을 틀어막고 뒷걸음질을 쳤다. 놀라게 해서 미안하다고 그렇지만 강아지는 참 순하고 다음에는 아저씨가 입마개도 하겠다는 약속 아닌 약속을 듣고 나는 엘리베이터에 탔다. 아저씨는 다리고 그 강아지 아니 개를 벽에 딱 붙도록 잡으셨다. 오늘 처음 본 사이이지만 나는 아저씨도 개도 맘에 들었다.
나에게는 그 골든레트리버가 이때부터 파트라슈가 되었다. 나는 언젠가 파트라슈처럼 큰 개를 키우고 싶었다. 길거리에서 나의 쿠션이 되어줄 수 있는 친구 다리가 아플 때 잠깐 기대게 해주는 친구 그런 친구가 하나 있었으면 했다. 파트라슈처럼 하얀 강아지는 아니었지만 어쩐지 저 강아지도 그런 든든한 친구일 것 만 같아서 나는 그냥 내 마음대로 파트라슈라고 부르기로 했다. 진짜 이름을 부르면 저 강아지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혹시라도 15층 사람들이 나타나면 싫을 수도 있는데 내가 그냥 파트라슈라고 부르면 아무도 모를 것이기도 했다.
나는 이케아 인형으로만 골든레트리버를 봤기 때문에 털을 저렇게 길게 길러주는 줄도 몰랐고 저렇게 큰 줄도 사실 잘 모르고 있었다. 보통 털이 길지 않고 얼핏 보면 진돗개 같기도 한 그 상태만 보았는데 어린 강아지와 다 큰 레트리버는 저렇게 다르구나!
여하튼 나는 네가 참 반갑고
바라는 것이 있다면 14층 아줌마를 쫓아내 주면 참 고맙겠다.
사람도 못하는 일을 너에게 부탁하는 내가 참 우습지만 너에게 부탁한 건
누구도 모를 테니까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