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아파트!
"일어나 얘들아! 오늘은 일곱 시 반까지 학교 갈 준비 다 해두고 학원가방이며 오늘 쓸 건 다 엄마 차로 일단 빼야 해! 간단히 떡이랑 우유 먹고 양치도 해야 하고!"
눈을 비비며 일어나니 내 방 시계는 여섯 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엄마가 오늘 여섯 시 반에 일어나야 한다고 했었지만 평소보다 한 시간 일찍 일어나는 것이 이렇게 피곤한 일인 줄은 몰랐다.
놀러 가는 날도 아닌데 새벽 여섯 시 반에 일어나려니 눈꺼풀이 무거웠다.
"이사아저씨들 들이닥치기 전에 어서 일어나!"
맞다! 오늘은 우리 집 이삿날이다.
갑자기 찬 공기를 맞은 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오오오! 세수! 세수!" 하며 언니가 얼른 화장실로 들어간다.
언니가 생각보다 더 들떠 보인다! 나도 이사가 처음은 아닌데 사실 이전의 이사는 기억이 나지 않아 첫 이사 같은 기분이다. 너무 신난다!
춥지만 아늑했던 내방을 두고 간다니 뭔가 좀 울컥하는 기분이 들지만 아직 까지는 이사 가는 기분 좋음이 더 크다. 물론 이사 가는 집은 지금 집보다 크지 않아 내 방이 더 커지지 않는 건 매우 유감이다. 커지지는 않지만 새 거니까 그것으로 만족하기로 엄마와 합의했다.
이사 가는 집은 엄청 높은 아파트다! 오십 층까지 있는 높은 아파트이고 새 아파트라 아직까지는 들어갈 때 마스크를 써야 할 정도로 시멘트 냄새? 공사장 냄새? 같은 냄새가 나지만 그 마저도 나는 좋다. 나는 늘 우리 아파트에 누가 누가 사는지 다 알 수 없는 아파트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는 한 층에 여섯 집 오십 층이나 되는 거대한 아파트에 살게 되었으니 그런 걱정은 없이 살 수 있겠구나 싶다.
이제 우리 집도 이층이 아니라 높은 층으로 이사하게 되어서 놀이터에서 나를 부를 수 없겠구나 싶으니 그것도 너무 좋다. 어차피 지금 집처럼 학교 바로 앞이 아니니 아이들이 굳이 굳이 우리 아파트까지 와서 놀며 나를 부를 일도 없겠지만 말이다.
우리 집의 이사는 몇 년 전 엄마아빠가 분양이라는 걸 받고 이미 계획한 거라고 하는데 우린 몇 달 전에 알게 되었다. 전학을 가야 할까 봐 무척 걱정했는데 전학을 갈 만큼의 거리도 아닐 뿐만 아니라 엄마가 차로 데려다줄 수 있다고 해서 전학은 가지 않게 되었다. 학교를 전학할 필요가 없는데 적당히 학교랑 멀어지고 자연스럽게 주말에 나는 편하게 쉴 수 있게 될 테니 나는 꽤 맘에 드는 조건이었다.
언니는 친구들이랑 학원 끝나고 마라탕을 먹거나 인생 네 컷을 먹거나 베라 레인보우샤베트를 먹는 것에 자유가 좀 줄어들 것 같다며 걱정했지만 엄마가 조율을 잘해보자 했고 언니도 조금아쉬움이 있을 뿐 싫어하는 것 같지 않았다.
여차저차 가족회의 아닌 가족회의를 거쳐 우리 집은 이사하기로 했고 내가 그리도 싫어했던 5동을 떠나게 되었다.
그래도 막상 떠나려니 발레 끝나고 만나던 5층 할머니도 크지만 착한 15층 골든리트리버도 그리울 것 같다.
그리고 지금 집처럼 편히 지내기 어렵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이 집에서는 나희네도 하준이네도 이모들이 잘 이해해 주시고 모두 친하게 지내서 그래도 좋았는데..... 아래층에 마녀 같은 할머니가 살아서 시끄럽다고 매일 전화하면 어쩌지? 14층 아줌마처럼 정말 이상한 사람이 살아서 우리를 못살게 굴면 어쩌지? 새 아파트 냄새가 너무 심해 피부가 막 간지러우면 어쩌지?
에라 모르겠다! 어떻게든 되겠지!
그나저나 엘리베이터만 여덟 대라는데 사람들 관찰하는 재미가 꽤나 있을 것 같다!
나는 지금 집에서 처럼 열심히 사람들을 구경하겠지? 그래도 인사는 잘 못할 것 같다. 부끄럽기도 하고 누가 날 알아보면 관찰하는 게 영 불편해지니까. 최대한 조용히 지낼 생각이다.
고마웠어 우리 집아! 다시 보기 어렵겠지만 새 주인이랑 잘 지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