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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골이

by 건우

체육 교사는 학교 안 현장직이다. 다들 시원한 교실에서 수업을 하지만 우리는 자주 땡볕에서 수업을 한다. 살아오면서 이 시각에 햇빛을 이렇게나 맞아본 적이 있을까. 올해는 실로 대단한 더위라는 걸 그 어느 때보다 실감한다. 저렇게나 멀리 있는 태양이 이렇게나 뜨겁다니. 위대하다. 얘들아. 태양 같은 사람이 되거라.


두 달 전, 6교시 체육이 끝나고 느꼈다. 몸이 정말 무겁다는 것을. 연구실에 다른 선생님만 없었으면 바닥에 누웠다. 체육 창고에 있는 파란 매트가 떠올랐다. 잠깐만 눈을 붙이면 될 것 같았다. 정말 너무나도 집에 가고 싶었다.


연구실에는 나 말고 세 분이 더 계신다. 연구부장님, 체육 전담 선생님 그리고 스포츠 강사님. 스포츠 강사님은 나보다 나이가 많으시다. 아드님이 나와 비슷한 나이대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 강사님도 나처럼 운동장에서 수업을 하신다. 그래서인지 연구실에서는 코골이 소리가 들릴 때가 있다. 사실 자주 그렇다. 처음에는 듣기 싫었는데, 이제는 고개가 끄덕여진다. 역시 사람은 자기 일이 되어서야 이해한다.


그래서인지 연구실에서 나도 모르게 눈이 감겼을 때는 깜짝 놀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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