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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시간

by 건우


그런 날이 있다. 예상보다 수업이 빨리 끝나는 날. 활동 전개가 빨라 종이 치려면 7~8분이 남는 날. 예전에는 활동을 한 번 더 하곤 했다. 하지만 그러면 꼭 마치는 시각에 못 마친다. 그래서 요즘은 자유 시간을 준다. 아이들에게도 나에게도.


아이들은 쉬는 시간을 가장 좋아한다. 쉬는 시간송도 있다. ‘쉬는 시간~ 신이 만든 시간~’ 기가 막힌다. 아이들은 점심시간 포함 총 90분의 쉬는 시간을 위해 학교에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자유 시간은 아주 귀하다. 책상으로 막혀 있는 교실이 아닌, 아이들로 붐비는 복도가 아닌 자유의 상징인 체육관에서 놀 수 있다. 자유 시간이라는 말에 2학년은 감추어두었던 앞니를 보이며 기뻐 뛴다. 발을 구르며 체육관 구석구석을 누빈다.


6학년 남학생들은 2학년과 똑같은데, 여학생들은 사뭇 다르다. 자유 시간이라는 소리에 아이들은 앉을 곳을 찾는다. 삼삼오오 모여서는 수다를 떨기 시작한다. 더 넓어진 체육관을 굉음과 함께 달리는 남학생들 그리고 한쪽 구석에서 모여 앉아 있는 여학생들. 자신의 자유를 즐기는 재미난 광경이 펼쳐진다.


퇴근하면 나에게도 자유가 온다. 계획은 거창하다. 일단 집에 가서 건조기에서 나온 빨래를 개고, 식기세척기에 들어있는 식기들을 원위치하고, 근사한 저녁도 해 먹고. 식곤증이 찾아오기 전에 강변에서 러닝하고, 개운하게 샤워하고, 시원해진 거실에서 가장 좋아하는 의자에 앉아 책을 읽는 멋진 계획. 자기 전에 일기까지 쓰는 완벽한 일정. 하지만 현관을 지나 신발을 벗고 나면 생각이 바뀐다. 조금만 쉬었다가 하면 더 잘할 것 같다. 그렇게 매번 스마트폰을 꺼내고 만다. 이놈의 인스타그램!


비현실적인 계획. 실행하지 않는 모든 계획은 비현실적인 계획이 된다. 나에게 주어진 귀하디귀한 자유 시간을 이름처럼 보내고 싶다. 어느 쪽이 되었든 아이들처럼 웃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 자유 시간이지만 진 짜 자유하면 안 된다. 생각해 보니 아이들은 학교 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는다. 일단 범인은 찾았다. 그런데 내 안에 범인을 잡을 의지가 안 보인다.


자유 시간은 참 달콤한 단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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