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는 내가 애정하는 찜닭 맛집이 3곳 있다. 1등은 시내에 있는 뉴욕통닭, 2등은 똥집 골목에 있는 똥집본부 그리고 3등은 남구에 있는 또이스 찜닭.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치킨무가 못생겼다.
배달해서 먹는 치킨집에서 나오는 무는 참 정갈하다. 정사각형으로 잘려서 어느 하나를 먹어도 맛이 동일하다. 하지만 못생긴 치킨무는 크기도 맛도 제각각이다. 작은 조각은 물을 많이 머금어서 진하고, 큰 조각은 맹맹하다. 그래도 씹다 보면 무 본연의 맛이 치고 올라온다. 둘 중에 무엇을 더 선호하냐고? 나는 못생긴 무가 좋다.
사실 못생기지 않았다. 기계가 자르지 않아서인지 크기가 다를 뿐이다. 나는 이 들쑥날쑥한 무가 참 마음에 든다. 기성품을 사용하지 않고 직접 만들었다는 증거. 쉽지 않은 방법을 굳이 선택한 이 식당의 찜닭은 그래서인지 더 맛있다.
한때는 못 그린 그림을 보고 칭찬을 하지 못했다. 양심은 있는지라 여기가 조금 이상하다고 말은 못 하고. 다른 아이가 그린 멋진 그림을 찾아 칭찬하곤 했다. 보고 조금이라도 배우라고. 하지만 못그린 그림은 없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안다.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무언가를 그림으로 표현한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지 않나. 글을 써보니 알겠다. 뱉는 말도 어려운데, 말도 아니고 글도 아니고 그림이다. 팔이 다소 길고, 오른쪽 밑에 여백이 넘치게 충분해서 조금 어색할지는 몰라도, 직접 그렸다는 사실 하나로 박수 받아 마땅하다.
아이의 그림이 예쁜 이유는 그림에 없다. 그 사실을 늦게 깨달았고, 이제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