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우쌤! 건우쌤!”
잠이 와서 복도를 걸어 다니고 있는데, 계단 밑에서 올라오던 서준이(재작년 2학년 우리 반 학생)가 나를 불렀다. 나는 가던 길을 멈추고 뒤로 돌았다. 무슨 일이 났나?
“건우쌤! ..오늘 찜닭 나왔어요!”
예전에 좋아하는 음식을 이야기할 때, 선생님은 찜닭을 정말 정말 좋아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적이 있다 정도가 아니라 내내 달고 살았다. 그래서 그 때는 급식 메뉴에 찜닭이 나올 때마다 다들 내 이름을 불러댔다. 짜장 찜닭에도, 마라 찜닭에도 나를 불렀다. 오늘 찜닭 나온다고.
나를 기억해 주는 사람. 나의 작은 특징도 아는 사람. 행복은 그런 사람들을 통해 흘러온다.
사람은 노래 가사에 기대지 않고서는 ‘당신을 좋아합니다.’, ‘당신을 소중하게 생각합니다.’라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래서 다른 말에 그 의미를 숨겨두곤 한다. ‘안경 바꿨지?’, ‘앞머리 냈네!’, ‘검은색으로 염색한 게 더 잘 어울린다!’, ‘키가 와이리 컸노’, ‘영어 캠프 재밌더나?’
여름 방학이 끝난 첫 체육 수업에 아이들에게 많이 건넸다. 2학년은 미소를 참지 못하던데 6학년은 포커페이스를 잘 유지하더라. 그래! 그 미소가 행복이다! ‘저는요?’ 하는 아이가 있어 이 행동을 멈추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해 본다. 물론, 틀릴 때는 참 머쓱하지만.
오랜만에 반에 속한 기분을 느꼈다. 자연스레 입가에 행복이 지어지는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