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을게 없어서 그런가, 우리는 싸움이 안난다. 그치”
“사이가 좋아서 그런거지~ 이것도 복이야. ㅋㅋ”
“그러게, 형제들끼리 참 사이가 좋아서 다행이야. 장례식날 애매한 기류가 흐르지도 않고.”
ㄱ가족은 남겨진 자식간의 유산 다툼이 있었다.
자세한 내막을 다 알 수는 없지만 들어보면 누구 하나 자신의 입장에서 서운할만 했고, 합리적인 주장이었다. 어쨌든 남은 형제끼리는 파가 갈라져서 연이 끊겼다.
ㄴ가족은 종손으로 선산을 다 받아갔지만, 딱 묘소를 제외한 부분의 산을 팔아서 자신이 가졌다.
돈은 가져갔지만, 벌초할 때는 해당되는 자식들이 또 다같이 모아 낸다.
분명 묘를 합치거나 할때 돈과 관련된 서운함과 다툼이 생길 듯 하다.
단순히 재산때문에 싸움이 나는가?
사실 장례식 직후라면 그게 맞아보인다.
하지만 가족끼리 싸움이 안나는 근본적인 경우를 살펴보면
무언가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누군가는 기꺼이 손해 보는 것(힘든 것)을 감수한다.”
ㄷ가족은 큰 어른 내외가 농사를 크게 짓고, 다른 가족들에게 온갖 작물을 나누어주는 것을 서슴치 않으신다. 한 박스에 얼마다 하고 파는 어른도 본 내 입장에서 저렇게 다 나눠주시는 것은 솔직히 좀 신기했다. 그래서 보내주실 때마다 간간히 드리는 용돈이 오히려 부족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집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 사돈댁까지 챙기려하시는 모습을 보면 대단하다할 수 밖에.
손해일 텐데도 생각지 않고 기꺼이 감수한다.
ㄹ가족은 유산이 온갖 빚이며 쓸모없는 땅이며 병원비인데, 그런 것에 대한 손해를 먼저 짊어지고 설명한다. 산소에 남은 시골집까지 당신 몫이 되었지만 오히려 좋아 자세로 임하신다.
ㅁ가족은 다른 형제들보다 부모님 댁이 가깝다. 그래서 병원에 가실 때마다, 집에 문제가 생겼을 때마다 달려간다. 제사도 가져갔다. ㅁ가족은 별로 힘들다는 내색도 하지 않는다. 기꺼이 할 뿐.
ㅂ가족은 젊은 자식들 중에 유일하게 안정적인 월급을 받는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ㅂ가족은 명절, 모임, 가족구성원들 하나하나의 생일 때마다 식사를 할 때 거의 8-90%의 빈도로 밥을 산다. 지출에 대해서는 그냥 감수한다. 상대적으로 자신들이 제일 많이 벌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만큼 챙김을 받기 때문이다.
겉에서 봤을 때는 ㄷ~ㅂ가족들은 참 힘들겠다. 손해를 보고 산다라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그들은 손해라고 생각도 안할 뿐더러, 기꺼이 손해와 힘듦을 감수한다.
누군가에게 네가 그 역할을 해라! 하고 강요할 수는 없지만,
그런 사람들이 있기에 가족들끼리 싸움이 안 나는 것은 자명하다.
그 사람이 먼저 솔선수범하여 손해를 지는 것을 보며, 나머지 사람들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뭐라고 한마디 얹을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 달까.
그저 고맙고 따를 뿐.
그래서 가족들끼리 싸움이 안나려면, 기꺼이 손해 보는 것을 감수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ㅂ가족은 우리 부부인데, 이 얘기를 친구들에게 하면 굉장히 깜짝 놀란다.
나도 처음에는 좀 서운한 마음이 내심 들었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카드를 내고 오는 남편을 보면서 이왕 쓸 것 기분 좋게 쓰자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내가 손해보는 것, 힘든 것이 아니라 받는 것에 비해서 이정도 끼니는 지불할 수 있는 능력이 되니까. 기꺼이 내자~ 라고 생각이 바뀌었다.
나도 내 주변에 그렇게 해주는 가족들이 있기에, 기꺼이 내 것을 내어줄 수 있다.
아마 우리 가족은 훗날 재산 싸움은 안 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