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다양한 장례식은 불가능할까
앞서 장례 비용을 살펴보며, 전형적으로 드는 비용이 무조건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상조회사에 얼마, 차량에 얼마. 장소 사용료와 식대도 발생한다.
이리저리 금액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다른 선택지는 없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다른 선택지, 다양한 장례식은 불가능할까?
결혼식은 근래에 들어서 굉장히 다양해지고 있다.
평범한 결혼식장에서 치르는 것부터, 호텔식, 스몰웨딩, 전통혼례, 데스티네이션 (외국/섬) 웨딩, 직계가족 식사, 그나마도 모두 생략.
내 주변만 보더라도 가지각색이며, 자신의 형편과 취향에 맞는 결혼식을 한다.
결혼식내 순서는 크게 변하지는 않았지만, 한복대신 양복을 입는다던가 동시입장을 한다던가 등 변화가 조금씩은 있는 것 같다.
반면 장례식은 마지막에 고인을 모시는 방법에 있어서만 차이가 있는 듯하다.
산소, 가족공원, 납골당, 수목장, 바다장 등…
장례를 치루는 전형적인 3일장과 그 안의 순서는 거의 같다. (종교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겠으나, 대부분 장례지도사님이 순서를 알려주신다.)
결혼식과 달리 장례식은 왜 다양해지기가 어려울까?
질문에 대해 생각해보고 배우자와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대비, 계획할 수 있는가?” 에 초점이 맞춰졌다.
결혼식은 대비하고 계획할 수 있다. 계획하면서 나의 취향과 선호에 알맞게 선택해나갈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플래너가 기본적으로 순서를 알려주고, 전형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있지만
선호와 가격대에 따라 내가 마음대로 선택하고 계획할 수 있는 것이다.
충분히 긴 시간도 확보된다.
하지만 장례식은 다르다.
죽음은 대비하고 계획하기 어렵다.
우리 할아버지처럼 수의를 준비해놓더라도, 식은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고 아무리 말해도.
어느 날은 건강했다가도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 죽음이다.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 막상 남겨진 사람들은 경황이 없고, 이리저리 따져가며 선택해나가기 어렵다.
무엇보다 슬픔에 경황이 없기 때문에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가격과 상품을 맞춰서 선택과 고민을 할 겨를이 없다.
차라리 누군가가 이래라 저래라 지시해주는 것을 따르는게 마음이 편하기도 할 것이다.
게다가 결혼식은 몇달 전부터 준비하기라도 하지, 이건 3일장이라 바로 당장 지금 결정해야한다.
대비할 수도 없고, 계획할 수도 없으며 시간도 마음도 충분치 않은 것이다.
이렇게 불가능한 상황에서 다양성을 꾀하여 주관있게 장례식을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보인다.
정보도 불충분하니, 장례지도사님이 시키는대로 하는 것이 어찌보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나는 계획해보고 대비해보고 싶다.
다양한 장례식 문화에 일조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내가 죽었을 때 나를 보러오기 위한 식이 어떠했으면 좋겠고.
매장/화장의 방식은 남은 사람이 고민하는게 아니라 내가 원하는대로 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남은 사람들이 덜 고민할 것이다.
또, 죽음이 슬펐다가도 내 뜻대로 마지막에 치뤄주었으니 편안한 마음으로 나를 보내줄 것이며
이후 홀가분하게 그들의 인생을 다시 살아갔으면 좋겠다.
어떻게 하고 싶은지에 대한 이야기도 배우자와 많이 나눠봤는데
그 이야기는 다음 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