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관
3. 내겐 너무 낯선 장례절차
-입관
장례절차는 고인이 살아생전 믿었던 종교나 신념, 상주의 뜻에 따라 달라진다고 한다. 외할아버지는 전통유교시라며 그에 맞는 장례절차를 따른다고 장례지도사님이 말씀하셨다.
부고를 알리고, 상복을 입고, 영정사진 앞에서 장례지도사님이 뭐라 시키는대로 절하고 제사를 지내는 것은 흔히 아는 절차였다.
하지만 가장 낯설었고 오로지 상주만 경험할 수 있는 과정 '입관'
‘입관’을 처음 접한 나는 너무 낯설었다.
“곧 입관할테니까 상주분들 모두 오세요. 한 시간정도 걸릴겁니다.”
장례지도사님이 말씀하셨다.
‘입관하러 가셔서 시간이 좀 걸려요. 식사 먼저 하세요.’ 라고 어느 장례식에서 들었던 것이 생각났다.
이게 그 과정이구나. 하며 아무 준비와 생각없이 털레털레 따라갔다.
입관을 하는 장소에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앉아서 볼 수 있는 의자와 큰 창 너머로 수의 입은 할아버지를 볼 수 있었다.
과정에 대한 인지가 전혀 없던지라 약간 당황하며 의자에 앉았지만, 그나마도 자리가 모자라서 서서 보기로 했다.
장례지도사 두 분이 할아버지에게 수의를 입히고, 깨끗하게 얼굴에 팩을 해드렸다고 하며 이제 들어와서 마무리로 로션도 바르고 인사도 하자고 하셨다. (화장솜 같은 것으로 잘 닦아드린 듯하고, 머리도 뭘 한 것 같았는데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때까지는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부모님들이 하나 둘 할아버지를 닦아드리면서 인사를 시작하며 오열하기 시작하셔서 눈물이 났다.
“아버지, 잘가요. 고마워요.” 하며 얼굴을 쓰다듬는데, 그 손길을 보니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그리고는 얼굴을 잘 덮어드리고, 한 사람씩 인사를 했다.
“아직 귀는 열려있다고 하니, 다들 감사하다 사랑한다 귀에 가까이 대고 인사하세요.”
모두가 돌아가면서 한 마디씩 하였다.
그때 처음으로 할아버지 어깨를 토닥이며 귀에다 인사를 했는데, 참 차갑고 딱딱해서 그제서야 ‘아 돌아가신 거구나.’ 하고 실감이 났다.
아마 부모님들은 로션을 발라드리면서 그게 느껴져 더 눈물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그러고는 30분이 넘도록 다시 나가서 멍하니 있었다.
장례지도사 두 분이 딱딱해진 할아버지를 꽁꽁 묶는 과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팔을 가지런히 모아서 온 몸을 한 줄씩 묶는데, 중간중간 금색 천을 꽃잎처럼 같이 넣어서 왕실에서 하던 방식으로 묶었다나…
장례지도사님마다 시그니처 의식은 다른 것 같지만, 이 분이 유난히 이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고 길게 가져가는 듯 했다.
이 과정이 생각보다 오래 걸려서 서서 온갖 잡념을 하게 되었다.
‘왜 이 과정을 내가 다 보고 있어야 할까?’
‘그냥 관에 잘 모시면 되는 것이 아닐까? 왕실에서 쓰던 방식이나, 아니나 무슨 차이일까.’
그렇게 잡념을 넘어서서 회의적인 생각이 드려던 찰나, 설명이 이어졌다.
“다른 데는 입관을 엄청 빨리, 후다닥 해버려요. 상주님들 못보는 사이에 고인의 몸을 훼손할 수도 있고요.”
아 보안적인 관점에서 필요한건가? 그정도는 신의에 따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여전히 과정을 다 봐야하는 것은 필요한가? 의문이 다 가시진 않았다.
다들 기운이 빠져서 그런지 졸음과 싸우기도 했다.
“이제 꽃 가득 넣은 관에 아버님 잘 뉘어드리고, 노잣돈 끼며 인사할겁니다.”
다 묶인 할아버지를 관에 눕히고 장례용 도장이 찍힌 5만원권을 사이사이에 껴드리고, 절을 했다.
이후 관 뚜껑도 잘 닫아드리고, 큰 천 하나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관 뚜껑을 꽉 조이는 작업을 해주셨다. 이것도 줄을 자르면 안되고, 절대 풀리지 않게 해야한다고 안그러면 열 수 있다고 하셨다.
특이하게 관에다가 할아버지가 가서 읽으시라고 매직으로 편지도 몇자 써드릴 시간도 있었다.
이렇게 입관식이 끝났다.
중간에 멍하니 할아버지가 묶이는 과정을 봤을 때는 장례지도사님이 다 알아서 하실 과정이라 입관 자체가 너무 길어서 불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왜 내가 고인을 직접 보고 만져야만 할까. 무서운 감정도 들었다. (아직 애인가)
하지만 마지막까지 시간을 들여서 그 시간을 함께 하고 나니 생각이 완전 달라졌다.
입관은 장례지도사님 말씀처럼 중요하고 의미있는 시간이다.
장례 절차 3일 중 가장 죽음을 잘 받아들일 수 있는 때였다.
울기도 하고, 인사도 여러 번 하여 잘 보내드릴 수 있는 소중한 시간.
멍하니 있는 시간동안 고인과의 생전 추억을 떠올릴 수 있고,
매장이나 화장하기 직전에
정말로 현생의 고인과 마지막으로 인사할 수 있는 시간이다.
(편지쓰기나 돈을 꽂아드리는 것은 사후세계를 안 믿으면 왜 하나 싶겠지만, 남아있는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인사드리는 거라는 관점에서 마음을 추스를 수 있는 과정이라 좋았다.)
이 분이 이 과정에 특히 공을 들이는 분이신 것 같다고 얘기를 들어서, 모두가 비슷하진 않겠지만.
아무튼 처음과 달리 과정에 대한 의문과 낯섬이 많이 가셨다.
입관을 통해서 할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이제사 영원한 안녕을 고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