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4. 장례 비용 만만치 않네
외할아버지의 장례식은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사촌동생들 덕분에, 그 곳에서 진행하게 되었다.
특실을 사용하는 비용은 어느정도 직원가로 할인된다고 했다.
사촌동생들과 사촌오빠의 회사에서는 일회용품을 지원해준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장례식장에 비치된 용품은 일회용품 도착할때까지만 조금씩 꺼내 쓰고 쓰지 말자고 하였다.
나는 일련의 이런 대화를 듣는 것이 무척이나 새로웠다.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는 화환이나 부조 중 선택하는 것일 뿐, 일회용품 지원이라는 항목이 없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뜯는 것 하나하나가 모든 것이 돈이었다니.
심지어 조문객들을 배웅할 때 간단히 신을 삼선슬리퍼도 사는 것이었고, 방명록에 쓸 사인펜 하나도 돈이었다.
회사에서 보내준 일회용품이 한 가득 도착했을 때, 그제서야 회사마크가 찍힌 일회용품의 소중함도 알게되었달까..
일회용품으로 시작한 비용은
장례식장, 상복, 양말, 꽃, 사진, 입관비용, 상조회사 직원비용과 팁, 식대, 비석, 밥차, 화장 등.. 끝 없이 나열되었다.
상조회사에서 장례지도사님이 나와서 크게크게 정리해주셨지만, 어깨너머로 보니 생각보다 카테고리도 많고 비용도 컸다.
이게 대략 얼마나 드는 것이 통상적인걸까?
재빨리 검색해보니 이미, 브런치 작가님이 작성한 글이 있었다.
https://brunch.co.kr/@newho/72
유호 작가님의 위 글에 비용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나와있다.
당연히 하는 방식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지만, 큰 틀에서는 이런 비용을 내는구나~ 생각하며 납득하기에 좋았다.
어쨌든 다시 우리 가족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우리 가족은 상조회사를 통해 장례 지도사님에게 지불한 금액이 하나의 큰 덩어리였다.
장례식에 사용되는 사진, 꽃, 입관, 상복, 아주머니 비용은 포함.
그 외로 덩어리가 좀 큰 부분은 산소를 꾸리는 비용이다. (산소, 비석, 밥차, 운구 리무진, 버스)
식대는 음식을 계속해서 오는 인원수에 맞춰 추가로 몇인분씩 주문하여 채워넣는 방식으로, 영수증을 간간히 챙겨받다가 장례식장에서 나갈때 한번에 정산한다.
이렇게 저렇게 든 비용을 모두 합하면 1000만원은 당연히 넘는다.
시간이 애매해서 우리 가족은 꽉 채운 하루정도만 손님이 왔다갔다는 것을 감안한 식대라 하더라도,
처음에는 듣자마자 깜짝 놀랐다.
‘죽는 것도 돈이 이렇게나 든다니.’
화장터는 시에서 운영하는 곳이라 저렴하다는 생각했는데, 자리가 없어서 핸드폰으로 광클을 해야했다.
‘죽는 것도 이렇게나 자리가 없다니.’
뉴스에서 간간히 보던, 장례 비용 싸움도 이해가 되었다.
지불해야하는 비용은 생각보다 크고,
애매하게 돈이 남는 것도 문제고 모자라는 것도 문제일 것이다.
다행인지 우리는 그다지 남는 것도, 모자라는 것도, 챙겨가야겠다고 하는 분도 없어서 잘 마무리 하였지만 말이다.
결혼할 때는 이리저리 비교를 해가며 준비하는 탓에,
대략 얼마정도 들 것이다~ 하는 적정 범위가 있었는데 장례식은 완전 달랐다.
생각보다 큰 비용이 드는 것도 놀랍지만, 애초에 선택지라는게 있을까? 라는 의문도 들었다.
하지만 의문의 끝에는 늘 납득한다.
일련의 과정을 다 거치고 난 뒤에 바라보는 비용은 합당하다는 것이다.
다 먹고 쓴 비용이며, 장례지도사님을 포함하여 식을 준비하고 치루는데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의 노고가 들어간 비용이다.
하지만 이렇게 천만원 단위의 비용을 보니 뒤숭숭한 마음은 떨쳐지지 않는다.
장례 비용 정말 만만치 않네!!
죽을 때조차 돈 걱정을 해야한다니.
갑작스럽게 큰 돈이 들어간다면 남은 사람은 얼마나 당황스러울까.
가는 사람은 얼마나 걱정이 될까.
그래서 외할아버지는 영정사진 뿐만 아니라 수의도 직접 준비해두셨던 걸까.
“할아버지가 집에 영정사진이랑 수의까지 다 준비해놨더라.”
“그래? 엄마, 나는 저 사진 속 할아버지가 내가 기억하는 할아버지야. 저 사진 집에 걸려있던지 참 오래되었는데. 나는 저 사진이 좋더라.”
할아버지는 그렇게 오래 전부터, 대비해두셨을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