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중요성
2. 어떤 것이 호상일까
- 시간의 중요성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호상“ 이라는 낱말이 종종 들렸다. 호상은, 복을 누리고 오래 산 사람의 상사(喪事) 라는 사전적 정의를 띄고 있다고 한다.
90세인 우리 할아버지의 경우는 정말로 호상일까?
어떻게 죽어야 호상일까?
할아버지께 여쭤볼 수 없지만, 할아버지께서 이만하면 만족한다~싶으셨을 때는 호상일 거고, 아직 생에 대한 열망이 가득하시다면 호상이 아닐 것이다.
할아버지의 자녀인 부모님들의 관점에서는 아버지가 90세까지 오래 사셨고, 그래도 80세 중후반까지는 거동도 하시고, 건강도 괜찮은 편이셨으며 마지막에 편찮으시기 전까지 인사할 시간이 있었고, 편찮으신 기간이 길지 않아서 이만하면 호상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다.
하지만 부모님이 돌아가셨는데 과연 호상이라고 여겨도 되는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드시는 것 같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호상이다, 아니다를 판단하며 말하기에는 좀 조심스럽고 어렵다.
다만 분명한건, 악상은 아니었다.
악상은 대개 ‘수명을 다 누리지 못하고 젊어서 죽은 사람의 상사. 흔히 젊어서 부모보다 먼저 자식이 죽는 경우를 이른다.’ 라고 한다. 외갓댁에서 치룬 가장 최근의 장례는 외삼촌의 장례로 정말 악상 그 자체였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모두가 침통하고 경황이 없던 그때의 분위기를 잊을 수가 없다. 장례식장에 눈물이 가득했던 그때는 분명 악상이었다.
그럼 호상과 악상을 가르는 것이 개개인의 관점에 따라 달라질 뿐더러, 상대적인 느낌도 있는 것일까? 분명 그때에 비하면 모두가 호상임을 납득하는 것 같았다.
무슨 차이가 있을까, 어떻게 죽어야 내 장례식이 호상으로 그럭저럭 괜찮은 분위기일까?
”시간“
그 해답은 시간에 있는 것 같다. 악상의 뜻에도 나타나있듯, 수명을 다 누리지 못한 것처럼 시간을 잘 보내지 못한 것은 악상이고, 잘 보낸 것은 호상이다. 가족들과 충분한 시간을 보내며 준비를 할 수 있었다면 호상처럼 느껴지는 것 같다. 급작스러운 사고로 준비할 시간이 전혀 없다면 악상으로 여겨지는 듯하다. 이와는 반대로, 어딘가가 아파서 고통스러운 시간이 너무 길지 않았다면 그것 역시 호상으로 여겨지지 않을까.
추억을 만들 시간은 길고, 고통스러운 시간은 짧다면 그래도 호상에 속할 수 있지 않을까.
앞서 호상의 관점이 개개인마다 다를 것이라고 말했듯이, 이 생각의 흐름과 결론은 나만의 관점이다. 가족들도, 할아버지도 다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 사실 나는 아직도 할아버지가 호상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남은 가족들이 할아버지의 생전 모습을 추억하면서 더 뜻깊은 시간을 보내고 함께하게 되어서 그건 의미 있는 것 같다. 분명 할아버지도 아쉬운 마음이 드실지언정 우리를 바라보며 외삼촌과 함께 기뻐하실 것이다.
어떤 것이 호상일까?
생각해본 덕분에 “시간의 중요성”을 더 느끼게 된다.
한번뿐인 생, 시간의 가치를 느끼며 현재를 더 값지게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