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정해라.
글이란 게 그렇다.
오롯이 읽는 이의 선택에 일조할 뿐 결국 선택은 본인들의 몫이 아닌가.
나는 연애박사도 석사도 아니다.
연애를 어떻게 해야 잘하는 지 , 상대가 보낸 카톡 다음 내용은 어떻게 써야 하는지
확신에 차서 이야기해줄 수 없다.
세상 모든 사람이 다르고 상황이 다른데 공식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라고 생각하기에
다만 나는 내가 생각하는 나은 연애에 대한 생각을 글로 표현할 뿐이다.
만약 공감이 된다면 그건 당신과 내가 비슷한 사람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의 반증일 뿐 우린 그나마도 같지 않다.
연애는 우리에게 영향력 있는 이성을 만나는 일이다.
상대가 존재함으로 인해 내 시간 내감정 내 생각들이 변화될 가능성이 많다.
긍정적인 변화를 해야지 않겠나 그래서 연애가 중요하다.
나름 연애상담을 많이 받는 편이기는 하다.
대화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고 미혼 남녀를 만나는 일이 많은
내 일에 특성상 연애의 이슈를 피하기 어렵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럴 때면 내가 항상 묻는 건, 이상형에 대해서다.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은지 본인이 알고 있는 지가 중요하다.
첫 글처럼 연애하기 전에 나를 더욱 사랑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내가 누굴 만날 것인지 스스로 정리가 필요하다.
누굴 만나서 어떤 연애를 꾸려갈지 고민이 필요하다.
생기면 하는 건 이미 늦었다.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분명 표류하고 말 것이다.
느낌이 오는 사람, 마음이 통하는 사람 추상적인 기준들은 본인도 헷갈릴 뿐이다.
어떤 느낌이 오길 원하는 지 어떤 마음이 통하길 원하는지 내 마음이 어때야 상대방과 어떻게 느낌이 오고
마음이 통하는지 알아야 한다.
얼마 전 20대 초반 이상형에 대해 써놓은 일기를 발견했다.
꽤 되는 분량인데 외모부터 성격, 경제력, 그리고 가족 분위기까지 쓰여있는 한 페이지 빼곡한 글을 보며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그 옆엔 그런 남자에게 어울리는 내가 되기 위한 리스트도 한 페이지 빼곡히 있었다. )
이상은 이상일뿐
소개팅은 정말 질리도록 했었다.
그런 남자를 보기도 어려웠지만 막상 소개팅을 하거나 새로운 남자친구를 만날 때마다
내가 만나고 싶은 이상형의 조건중 하나씩 포기하게 되는 거였다.
내가 포기한 것 중 하나
나는 168cm의 작지 않은 골격을 가지고 있어서 웬만하면 키도 크고 덩치도 있어서 내가 옆에 서면 가냘퍼 보이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품안에 쏙 안기는 로망.
근데 어떤 사람들은 내 키가 부담스러웠겠지 나보다 내 구두의 높이에 관심이 있어 보였고
내 생각 중 유독 키에 대한 생각을 궁금해했었다.
나는 키 작다고 주눅 드는 것도 키가 크다고 으쓱하는 것도 모두 꼴보기 싫다고 해야 하나. 싫더라.
그래서 키는 포기했다. 마음의 키가 작다면 눈에 보이는 키는 나에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결국 나에게 진하게 남은 건 태도였다.
자기 자신을 대하는 태도
소중한 사람을 대하는 태도
본인이 맡은 일을 해내는 태도
인생의 어려움을 대하는 태도
외모와 태도가 반비례도 정비례도 하지 않는다.
다만 이미 태도를 보기 시작한 나는 외모가 중요하지 않게 되었을 뿐이다.
나에게 중요한 게 무엇인지 우선순위가 세워지는 순간
나는 누군가에 의해 쉽게 상처받지도 받은 상처에 얽매이지도 않게 되더라.
연애,
쉽지 않다. 아니 쉬워서는 안된다.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소중한 내가 하는 사랑, 내가 만나는 사람 모두 고귀하다.
더 신중하게 더 진지하게.
이제 솔직히 리스트업 해보자. 내가 원하는 연애와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에 대해.
+
그를 알아갈수록 나는 욕심이 났다.
그는 170cm에 슬림한 체격이었지만 마음의 키가 187cm이 확실했다.
그는 억대 연봉도 호방한 사업가도 아녔지만
그가 경험한 부족했던 시절에 대한 자각으로 베풀 줄 아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그는 스무 살, 군대 대신 간 산업체에서 사고로 손가락 두개를 잃었다.
그러나 본인의 장애를 꿋꿋이 이겨낸 큰 사람이었다.
그에게 가족은 소중하고 지켜야 할 책임감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나보다 네 살이나 어렸지만 나는 그를 존경할 수밖에 없었다.
결혼을 한다면, 이런 사람이랑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우린 결혼했다.
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