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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가장 큰 적, 이상형

당신이 꿈꾸는 그 사람이 당신이 원하는 사람일 거라는 착각.


122.


이십 대 초반 원하는 이상형을 조목조목 수첩에 적어뒀었다.

얼마 전 연애특강을 위해 예전 다이어리를 꺼내어 빼곡히 적힌 조건들을 하나 둘 세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온 숫자. 122.


십여 년이 지난 지금 확인해봐도 다이어리 안에 122가지 조건을 가진 이성은 내 이상형이다.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122가지를 갖춘 배우자를 만난 건 아니라는 것.

하지만 더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그이가 내 이상형이라는 사실이다.


결혼 전 눈 높다는 소리를 귀에 달고 살았던 나를 아는 누군가는

혹은 나의 122가지의 이상형에 대해 아는 누군가는 나의 현재 이상형에 의아해할지도 모르겠다.


이상형을 적기 시작하면서 나는 내가 아는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한 122가지를 적었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가 아는' '내가 알 수 있는 '에 국한되어있다.


내가 써놓은 이상형도 당신이 생각하는 이상형도 어디까지나 이상형이 자신에게 한정되어있다는 점.


우리의 인생이 한 치 앞도 모르는데

심지어. 나에 대해서도 가끔은 새로운데

내가 아는 만큼의 이상형이 과연 나에게 잘 맞을까?


똑 부러지게 계산하고 정리하고 선 긋던 나에게 맞는 누군가를 내가 정말 알까?

내 대답은 '난 모르겠다'였다.


이미 122가지의 리스트를 적어두고 무게를 달아보던 내 저울의 눈금이 과연 0부터 시작했던 것인지. 당신의 리스트는 안녕한지, 당신의 마음의 저울은 어떤지 궁금하다.


<두근두근 썸이 끝나고 내 거인 듯 내 거 같은 내 거 아닌 그 사람과 연애를 시작했다>가 해피엔딩이 아니고

<알콩달콩 연애가 끝나고 이제 내 거라는 도장을 찍은 그 사람과 결혼을 했다> 역시 해피엔딩이 아닌 것은

우리의 삶이 동화책처럼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드라마나. 동화책 안에 살고 있지 않은 고로.

우리가 인생을 살아내는 과정을 함께 갈 파트너를 찾아야 하기에

동화 속 왕자님과 공주님은 동화책 안에 두는 게 현명하다.


나의 인생과 너의 인생이 만나 또 다른 삶을 짓기까지.

쉽지 않은 우리네 인생에 사랑이라는 오아시스가 신기루가 아님을 증명하는 '사랑'에 해피엔딩은

주어진 인생의 마지막 날 결정되는 것이다.

눈감기 전 마지막 우리가 정하는 엔딩이 우리의 삶을 해피엔딩으로 또는 새드 엔딩으로 만드는 것이다.

어떤 엔딩이든 아직 엔딩 크레딧이 오르려면 멀었다.


그렇다고 개인적인 취향까지 무시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기준이 필요하다.

우리가 정하는 이상형에 대한 기준, 그리고 점검, 그리고 이해가 말이다.



1. 자기 정의하기

누군가에게 나의 마음의 저울을 들이대기 전에 그 저울에 내가 먼저 올라서야 한다.

당신이 원하는 그 사람에게 당신은 어울리는 사람인가.

이상형이라는 감상적인 접근보다 당신을 먼저 탐색하고 정의하라.

당신도 가늠하지 못하는 당신을 엄한데 꽂지 말고 스스로에 대해 철저히 알아가라.

스스로를 보는 눈이 달라지면 이상형도 달라진다.



2. 구체화하기

원하는 것을 적어라.

막연하게 그리는 것보다. 드라마에 나오는 누군가를 이상형으로 삼기보다 구체적이고 명쾌하게 적어라.

만약 드라마에 나오는 어떤 캐릭터가 맘에 든다면 어느 부분이 그런지 상세하게 적는다.

적을 때 생각은 완성된다.  

122가지가 더 나온다고 해도 괜찮다.



3. 점검하기

 이상형이 나의 경험과 지식, 혹은 상처로 인해 왜곡될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신체적인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자신의 콤플렉스에 집중하다 보니 전체적인 시야를 놓치는 경우들이 있다. 통통한 몸매가 고민이어서 잘 어울리진 않지만 날씬해 보이는 옷을 고르는 것과 같다.

그럼 결국 잘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게 되는 데도 말이다. 심지어 잘 어울리는 것이 무엇인지 끝까지 모르게 된다.



4. 우선순위 정하기

이상형 리스트를 완성했다면

인생을 살아낼 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세 가지를 골라본다.

그 세 가지를 기준을 기억하고 곱씹으며 인연을 기다린다.  


스치는 많은 인연들 가운데 촉촉이 스며들 운명을 만나기를 응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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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가지 중 내가 꼽은 세 가지는

'인생의 우선순위가 맞는지', '방향이 맞는지', ' 삶의 태도가 바른지'였다.

가끔 그이는 얼굴 보고 고른 건 아니라는 말에 서운해하는 듯하지만 말이다. ㅎㅎ

있는 놈이 더한다고 멋진 사람이 더하다니까


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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