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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시기에 대하여

아직도 아니라면 도대체 언제라는 거냐?

씨를 뿌리고 물을 주면 때가 되어 싹이 나오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다. 

슬프게도 모든 씨가 그러한 건 아니다. (특히 우리 집화분이 그런 것 같다.)


물도 주고 햇볕도 적당히 주고 바람도 적당히 불어줘야 싹도 틀 수 있다.

그런데 그보다. 씨앗이 준비되어 있는 지도 중요하다

씨앗이 싹틀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씨앗을 벌려 싹을 끄집어 낼 수 도 없지 않은가. 


우리의 연애도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주변에서 너 나이면, 이제 너 정도 되면 , 저런 애도 있는데 하며 연애를 종용한다면 

그저 끌려가듯 시작하는 연애 만나다 보면 정도 들고 사랑인 것 같기도 하다는 

그런 어쭙잖은 시작을 버려야 한다. 


연애는 성장에 있어서 꼭 해야 하는 필수과정이지만 언제나 그 전엔 나의 존재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  


내가 누군가를 사랑할 때 나는 내가 아닐 수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내 존재에 대한 명확한 정리는 감정에 휩쓸리는 순간에도 나를 지켜낼 수 있다.  


나는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고 내가 만날 사람은 그런 내 사랑을 받을 만한 사람이라는 걸 마음에 새기자.

사람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분명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을 텐데 그걸 감당할 것인지도 선택해야 한다. 


내가 만난 어떤 남자는 그랬다. 남자답고 호방한 성격이던 그는 내가 꿈꿔오던 이상형이었다. 

술도 못 마시는 나를 그렇게나 데리고 다녔었다. 센스까지 있는 그는 분명 내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도 날 좋아하는 가 싶었다.

 어느 날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그의 친구가 그의 애인의 존재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 너무나 충격 적이었다. 

그리고 그날 그렇게 남자답던 그는 술에 취해 내 어깨에 기대어 울었다. 본인의 불행한 연애를 이야기하며...

남자다운 그의 연약한 모습에 마음이 약해져 미치도록 안아주고 싶었지만 그 여자에게서 이 사람을 빼앗고 싶었지만 난 그러지 않았다. 


난 내가 소중했다. 

매력적인 그를 얻기 위해 내가 감당해야 하는 에너지들이 나를 위함인가를 생각해 봤을 때 

NO. 아녔다. 

다른 누군가에게 이러한 태도의 사람이라면 이 사람은 날 소중히 여겨줄 리가 없었다. 

어쩌면 내가 틀렸는 지도 모른다. 그 사람은 날 기다렸는지 모르지만 아닌 건 그냥 아닌 거다.


그날 나도 마음이 아팠다. 순수한 내 사랑을 농락당한 것 같았고 그의 진심이 무엇이든 나는 아팠다.

하지만 성장에 어떻게 성장통이 없을 수 있겠는가. 

그날 일도 지나고 나니 지내고 두고 볼만한, 작은 에피소드에  불과했다. 


누구나 상처받는다. 상처를 안받을 순 없다. 

그러나 상처를 관리하는 몫은 스스로에게 있다. 

 

내가 존재해야 남도 존재하는 것이다. 남을 위해 내가 존재하지 않는다. 연애도 그렇다 

다른 존재 둘이 만나 서로를 보듬고 사랑하는 과정이 연애 인 거지 

누군가를 위해 존재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데이트 폭력이나, 자살, 살인 등의 범죄는 결국 상대로 하여금 자신을 잃은 안타까운 사건인 것이다.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는 가? 

반복해서 비슷한 사람만 만나게 된다면 이유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 아빠는 전형적인 바른 생활 사나이였다. 대학 때 통금이 9시였으니 얼마나 엄했는 지 알만도 하다. 

세상 범죄를 모조리 보고 계신통에 (경찰이셨다) 모든 범죄의 타깃이 나인 양 매번 지켜야 할 게 많아서 답답했다.  (뭐 통금 빼고 말 잘 듣는 딸은 아녔지만 ㅎㅎ )

그래서 그런지 호방하고 자유분방한, 리더형 남자들이 내 스타일이었다. 

그들은 설레게 했고  그 설렘은  당연히 연애의 이유였다. 


몇 번의 이별을 겪고 나를 돌아 봤을 때 

나조차 몰랐다는 사실, 나는 그들을 이기고야 마는 스타일이었다. 

그들의 주장만큼 내 주장이 강했고 

애석하게도 표현력마저 뛰어나 상대로 하여금 무력하게 만들어버렸다. 

그리고 무력해진 그들에게서 매력을 못 느끼게 되는 악순환 (나도 참 나쁘다) 


내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트로트의 한 구절처럼 난 참 날 잘 몰랐다.

그러고 나서 아빠의 좋은 점을 찾게 되었던 것 같다. 

가정의 충실함, 직장의 성실함, 듬직함, 안정감 등

애정표현력이 다소 떨어지는 것 말고는 나름 꼭 필요한 것들이다. 


그래서 결국 나와 같이 사는 이 남자는 싸울 일이 없는 사람이다. 

본인은 내성적인 편이라며 스스로 서포터를 자처하며 나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주려고 노력하며 

다른 의견일 때 나를 차분히 설득할 수 있는 사람, 성실함과 충실함, 애정표현력까지 갖춘 보기 드문 인재다. 


연애를 시작하기 좋은 나이는 정해져있지 않다. 

본인의 상태와 태도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본인만 알 수 있다. 

적어도 분위기에 휩쓸려서 나이에 떠밀려서 하진 말자. 

시작은 내가 한다.





+내게 연애는 양보다 질이다. 한 사람 한 사람 스칠 때마다 천천히 곱씹는다. 

꼭꼭 씹어 건강한 영양소가 내 몸에 들어올 수 있도록. 소화되지 못한 나머지는 배설물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내게 지나온 모든 연애는 소중하다.


#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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