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마음이 혼란스럽다_내 뇌는 어떻게 된 거죠?
나를 돌보기 시작하다
뇌가 고장 났다
칩이 있으면 새 칩으로 갈아 끼우면 될 텐데...
뇌의 명령으로 내 정신과 육신은 움직인다
고장 나 버린 뇌는
때론 괴로운 명령을 내린다
오늘 오후,
갑자기 기분이 급격히 안 좋아졌다
이건 가짜 기분이다. 뇌가 또 헛짓거리를 한다 생각했지만
쉽게 컨트롤이 되지 않았다
이럴 때 칩이 있다면 리셋을 하면 될 텐데...
그럴 수 없는 게 괴롭다
뇌는 마치 서로 영역 다툼을 하듯
괜찮다며 다독이는 뇌와 우울하단 뇌가 싸우기 시작했다
거기다 이런 자신을 두고 볼 수 없다며
산책을 나가 기분전환을 하자는 뇌까지
난장판이 따로 없다
첫 판의 승자는 우울하단 뇌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죽고 싶고 또 죽고 싶고
그런 마음에 화가 나고...
그럼에도 결국 이불속에 드러누워
스스로를 자책하면서 땅굴 속으로 파고들었다
이러니 살이 찌지란
뇌의 언어가 순간적으로 나를 강타한다
나도 알아. 그만 해
다이어트하려고 해서 우울하면 폭식하게 되는걸
이건 변명이다
그렇게 또다시 싸움이 시작됐다.
이번에는 좀 길다
그래도 다행이다
산책하려는 뇌가 간신히 이긴 것 같다
간단히 롱 패딩으로 꽁꽁 싸맨 채
집을 나왔다
평소라면 차가우면서도 시원한 바람에 기분이 좋을 텐데
오늘은 그저 춥다. 시립다.
문득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고 싶어 졌다
다시 한번
칩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내 마음대로 컨트롤 안 되는 뇌 말고
괜찮았다 나빴다 하지 않고
그냥 그렇게 살아갈 수 있게
정신도 신체도 삐그덕 거리지 않고 돌아가게 할 수 있도록
리셋 가능한 칩이 있으면 좋겠다
이 밤, 갑자기 나는 또 죽고 싶단 생각에
신경증을 내며 나를 자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