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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월 Dec 28. 2020

우울증엔 걷기가 좋다는 사실... 누가 모르나요?

정신건강의학과는 어려워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에 갈 때마다 선생님이 하는 이야기가 있었다.


매일 30분씩은 산책을 해보세요

그리고 들려오는 이야기도 똑같다. 30분 동안 걸으면 뇌에 엔도르핀이 형성되고, 엔도르핀은 뇌의 수용체와 상호작용을 하며 부정적인 마음과 고통을 줄여줄 수 있다. 어쩌고저쩌고. 어쩌면 이 글을 읽는 많은 이들도 대강은 알 것이다. 많은 기사와 책에서도 늘 항상 다루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엔도르핀은 소위 말하는 러너스 하이라는 행복한 감정을 느끼게 해준다고 한다. 러너스 하이는 긍정적이고 활력이 넘치는 감정으로 강박적이고 운명론적인 생각을 멈출 수 있게 도움을 준다.


여기서 우울증에 대해 짚고 넘어가 보자.

우울증이 생기면 뇌의 움직임이 줄어든다. 일리노이 대학교에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우울증을 앓으면 감정의 중추 역할을 하는 편도체가 평소처럼 작동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의사들은 심할 경우, 약물을 함께 권유한다. 감정을 조율하고 에너지를 높이는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실제 약물의 도움을 받으면 기분이 좀 나아진다. 그러니 우울증 약이 안 좋다고 생각하지 말고, 의사의 판단을 믿으라고 하고 싶다.


하지만, 나에게 걷는 것은 다르다. 그래. 머리로는 이해가 된다.

매일 24시간 중에 30분 짧은 시간이란 것도 안다. 고작 지하철 한 정거장을 왔다 갔다 하는 거리일 뿐인 것도 안다. 그런데 생각으로는 그 쉽고 쉬운 게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먼저, 나가는 순간까지가 너무 괴롭다.

'나가야지. 운동해야지. 30분인데. 금방이야. 잠깐 한 바퀴만 휙~ 돌고 오면 되지.' 그런 생각이 뇌리를 가득 채운다. 내 안에서 미친 듯이 서로 싸우다가 결론은 내일 나갈래로 결정 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어떤 날은 집 앞까지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기도 했다.


왜 나가기 싫냐고? 나의 경우는 밝은 곳이 싫었다. 내 한걸음 한걸음을 내디딜 때, 가끔 사람들과 눈이 마주치는 게 고통스러웠다. 피하고 싶었다. 나를 해치는 것도 아니지만 나는 이상하게 힘들고 괴로웠다. 그리고 그런 나 자신이 한심했다. 자괴감이 들며 점점 더 나를 하찮은 사람으로 생각하게 됐다.


내가 집에서 하는 것은 밥을 먹고 누워서 유튜브나 SNS, TV 프로그램을 보는 것이 다였다. 덩달아 살은 무럭무럭 쪄갔다. 그리고 다시 그런 내 모습을 보면서 자괴감에 빠졌다. 악순환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도저히 그런 나를 참을 수 없었다. 나를 돌보기로 결심했으니까! 그렇다면 내 건강을 함께 챙기는 게 맞지 않은가? 사람들에게 예쁜 말을 하기로 결심한 것도 마찬가지다. 나쁜 말은 독이 되어 나에게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내 몸에 안 좋은 것을 계속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그래서 나는 몸을 일으키기로 결심했다. 식사도 최대한 소식을 하거나 군것질을 좋아하는 내 입에 맞춰 식사를 건너뛰기로 했다. 그리고 롱 패딩을 걸쳐 입고, 모자를 푹 눌러쓴 채 거리를 나섰다. 생각보다 괜찮다. 사람들도 잘 보이지 않고, 내 표정이 드러날 일도 없다.


걸으면서 미래의 내 모습이 어땠으면 좋겠는지 생각했다. 나는 돈을 많이 벌어서 부모님이 편안한 노후를 사셨으면 좋겠다. 늘 온화한 미소를 짓고, 함께 음식을 먹으며 여유로운 일상을 살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하며 걸으니 조금 기분이 좋아졌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다시 물밀듯이 나를 자책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 현실을 봐. 수중에 너 혼자 먹고 살 돈은 있니? 이제 나이도 있어서 일도 하기 쉽지 않아. 직업을 바꿨어야지. 외모가 중요한데 관리도 안 했잖아' 이런 메아리가 뇌 속에서 나를 질책했다. 또다시 우울해졌다. 다시 집에 들어가 혼자 방에 틀어박혀 내 세상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이건 우울증 때문에 오는 그냥 헛소리야. 나 스스로 부정적인 생각을 계속하는 거야. 마치 블랙홀처럼 빠져들어 나올 수 없을 것 같지만, 블랙홀이 아냐. 나는 이겨낼 거야. 이렇게 다시 한번 다짐을 하면 스스로에게 용기를 불어넣는 말을 한다.


걷기 운동을, 산책을 언제까지 할지 모르겠다. 이렇게 계획을 세우고 며칠 실행하다 또 불행한 감정에 휩싸여 돌아갈 수도 있다. 그러니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에게,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을 다니는 사람들에게 의지가 부족하다고 책망하지 않기를 바란다. 누구보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건 당사 자니까 말이다.  


나는 오늘도 한걸음 내딛어 걸음을 옮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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