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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월 Jan 02. 2021

이 시국의 외로움  

나를 돌보기 시작하다.

“코로나 블루인가 봐”     


“우울증 걸릴 것 같아”      


요즘 주변에서 저마다 하는 이야기들이다. 긴 코로나 19 바이러스와의 싸움으로 생계의 어려움을 겪는 것도 있겠지만, 그 뒤에 이어지는 말은 하나다.      


“사람을 만나고 싶어”      


코로나 19로 가장 그리워지는 것은 사람에 대한 그리움.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퍼지기 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훗날 일상의 소중함을 느낄 거라 생각하지도 못한 채,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을 지루해하며 새로운 것을 찾고 일탈에 가까운 여행을 꿈꾸던 그때가 아득해진다.      


일을 마치고 늦은 저녁 지인을 만나 잠깐의 시간 동안 함께 커피를 마시며 미주알고주알 시답지 않은 이야기들을 함께 즐기던 시간. 함께 맥주를 마시며 직장 동료와 안 맞는 의견과 행동을 흉보며 하루의 고단함을 털어내던 시간.      


일이 쉬는 날에는 함께 차를 타고 인근의 바다가 보이는 곳을 찾아가 가림막 없이 바다향이 묻어있는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거리낌 없이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웃던 시간. 함께 커피숍에서 짙게 풍겨 나오는 원두 향을 느끼며 책을 보던 시간.      


혹여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지 못할까 두려움이 앞서는 오늘. 이렇게 삶이 변해버렸다는 걸 절실하게 깨닫는다. 이제는 일상에서도 얼굴 가림막을 한 서로가 당연시되고, 우리에게 웃음을 주는 TV에서도 답답한 일상을 느끼게 됐다.      


그 속에서 우리가 느끼는 외로움은 결국 함께 하지 못하고, 즐기지 못하는, 멀어져 버린 관계에서 오는 슬픔이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성인남녀 3396명을 대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와 인간관계’에 대해 조사한 결과 37%가 사회적 거리두기 이후 친구, 직장동료 등 지인들과 ‘사이가 멀어졌다’고 답했다. 이처럼 지인과의 관계가 멀어지며  ‘코로나 블루’가 심화된 응답자도 상당수였다. 지인들과 멀어졌다는 응답자(1255명) 중 절반 이상인 54.3%는 ‘우울함이 가중됐다’고 답변했다.     


이전에는 흔히 ‘타인은 지옥이다’ 라며 관계에 집착하지 않고 스스로의 삶에 초점을 두자는 이야기가 널리 퍼졌다면, 지금은 인간관계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시점인 것 같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사람 사이 관계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인간은 집단에 소속하고자 하는 욕구도 크고 타인과 의사소통을 통해 위로받고 즐거움을 얻는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사람은 사람과 함께 있으면서 자신의 존재에 대해 인정받고,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얻는다.      



외로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혼자 있는 걸 선택하고 있다. 이 시국이기에.

사람들과의 만남을 줄이고, 외출을 자제하고 있다. 물론,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이 시점에도 꾸역꾸역 사람들을 만나고 해돋이를 보러 가고, 스키장, 에버랜드 등에 인파가 몰린다는 기사들이 매일 장식하고 있지만 말이다. 이 사람들을 이해하려 하지 말자. 이해하려 할수록 이해가 안 돼 내 마음속 혼란만 가중시키기 때문이다.      

그저 조금 더 현명하게 이 사태를 헤쳐 나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집중하려 한다. 화상채팅으로 모임을 갖고, 혼자만의 시간에 집중하며 이를 극복하려는 사람들.      


그들과 함께 나 역시 이 어려움들을 헤쳐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띄엄띄엄 쓰던 브런치 글을 좀 더 집중해서 쓰려고 노력하고 있고, 한 번 읽고 책꽂이에 꽂아 놨던 책들을 꼼꼼히 읽으려 노력하고 있다. 독서가 한 층 나를 더 발전시켜줄 거라는 믿음을 가지면서 말이다.      


그리고 코로나 19로 인해 또 한 번 일이 뒤로 밀려 길어진 백수생활에서 오는 불안함을 없애기 위해 나 자신에 집중하려 매일매일 다짐도 한다. 명상을 하고, 산책을 하고, 나를 돌보는 일에 집중하기로 마음을 먹고 실천하기도 하고. 사람들을 만나면 예쁜 말을 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결심은 사람을 만나지 못해 실천이 조금 뒤로 미뤄졌지만, 그동안 내 내면을 더 단련해서 많은 좋은 말들을 밖으로 뱉어내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이렇게 하나하나 집중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내 마음도 조금은 달라졌다.

그저 내가 하려던 것이 조금 뒤로 미뤄졌고, 내가 소홀해 나중에 해야지 결심했던 일들은 현재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게 됐다. 가끔 나를 사로잡는 절망감, 우울함, 외로움은 조금씩 괜찮아지고 있는 것 같다.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 외로움도 나에게 집중하다 보니 외로움의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는 것을 느꼈다.      



그러니, 모두가 힘든 이 시점에,

코로나 블루 늪에 빠지지 않을, 관계에서 오는 외로움에 사로잡히지 않을 스스로의 방법을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그리고 제발 만나지 말라면 만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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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부족한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공감해주시는 표현에 항상 응원받고 힘을 얻고 있습니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앞으로도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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