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화월 Oct 15. 2024

6화> 열심히 살기 싫어졌다.


인플루언서들을 보면 삐뚤어진 마음이 슬금슬금 기어 나온다. 질투라는 마음이다. 아직 어린 나이의 인플루언서가 인생에 대해 논할 때는 아직 세월의 풍파를 다 겪지 못하고서는 이런 말을 한다며 툴툴 거린다. 하지만 주인은 알고 있다. 이것은 자격지심이다. 일명 갓생을 살면서 잘 나가는 사람들이 부러운 마음, 그리고 방구석에서 그들이 올린 글과 영상을 보며 누워있는 자신이 한심한 마음이 뒤섞인 삐뚤어진 마음이다. 주인은 사실 그들이 부럽다. 그렇게 열정적으로 사는 것이, 그리고 그에 대한 보상을 제대로 받고 있다는 게 부럽다. 


일에 대한 욕심이 많은 주인은 일을 잘해서 성공하는 자가 되고 싶어 한다. 그런데 실상은 일을 잘하면 잘한다고 끊임없이 일을 시키는 회사에 치이는 삶이다.  프리랜서로 일하면 다들 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어서 좋겠다며 부러워한다. 하지만 주인이 하는 일은 그렇지 않다. 프리랜서라고 하지만 10시 출근 밤 10시 퇴근하는 일도 잦았고, 매일 출근을 원하는 곳도 많았다. 문제는 그에 대한 합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데 있다.      

얼마 전의 일을 이야기하자면, 프로젝트를 통과시키기 위해 7개월 동안 기획을 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통과를 해 본격적인 작업에 돌입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7개월 동안 일한 것에 대한 보상은 주어지지 않았다. 보상은 작업이 돌입해 4개월 정도 더 일했다는 것 정도일까. 결국 1년여 가까이 일을 하면서 4개월 급여만 받은 것이다.      


주인은 이런 환경 때문에 그 일을 너무나 좋아했지만, 항상 어려움에 처해 있었다. 10년이 넘게 일을 해도 수중에 남아 있는 돈은 아주 적었다. 이런 작업 환경은 주인을 더욱 병들게 했다.  일이 끝나고 나서 찾아온 번 아웃에 무너지고 만 것이다. 주인은 더 이상 일이 즐겁지 않았다. 관련 내용만 봐도 마음이 괴로웠다. 우울증에 걸렸어도 일을 할 때면 생기가 돋았는데, 꿈처럼 생기가 모두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누워서만 있는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짐은 주인의 예전 모습이 그리워졌다. 예전에는 이렇지 않았다. 일할 때도 좀 더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이었다.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일에는 앞서 싸울 줄 아는 사람이었다.      


 “일을 하는데 페이를 얼마를 줄지 

 모르겠다뇨.... 먼저 정리해 주셔야죠

 기획기간에도 엄연히 저는 일하는데요”      


 “안 주는 게 아니라...

 여기 바닥 알잖아~ 일단 해보고 

 그때 가서 이야기해보는 거지 “     


 “아니, 그 부분을 확실히 해야 일하죠. 정확히 페이가 얼마인지, 기획기간 동안 돈은 어떻게 주실건지 알아야 저도 고민하죠”      


 “일단 해, 일단 하고  그건 다시 이야기합시다 “      

 

“죄송하지만 그건 어려울 것 같아요 

 정확히 정리먼저 해주세요 “      


이처럼 해야 할 말을 했던 주인이었는데, 이제는 모든 걸 삼키려고 한다. 

 

‘어차피 말해도 안 바뀌어. 내 이미지만 나빠지고,... 페이 달라 주장하면 다른 사람 구하겠다 하니 일자리는 없어지고... 이 일을 그만둬야 하나? “      


이런 고민을 하고 있던 때, 작년의 일이 벌어진 거다. 그래도 일 할 때 주인은 아침부터 밤 11시 12시까지 업무를 하면서도 즐거워했다. 좀 더 잘 해내고 싶어 하는 게 보였다. 그런데 프로젝트가 중단되면서 원래 약속했던 것보다 2개월 간 일을 일찍 마치게 되었다. 이런 결정을 내린 건 오직 한 사람의 판단이었다.      


주인은 이를 계기로 퓨즈가 나간 것처럼 어떤 일에도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이 일이 계기가 된 것이지만, 사실은 빈번히 일어났던 일들에 한계를 느낀 것 같았다. 짐은 당시를 기억하면 주인이 안쓰럽기 짝이 없었다.        

 “저는 이제 이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해도 예전처럼 열정을 다하지는 못할 것 같아요”     

주인이 일을 마치고 친한 선배에게 털어놓은 이야기다      


 “알지.. 이 바닥이 참 그래...”     


 “어디서도 이런 근무환경에 대해 

 건의하거나 문제제기를 하지도 않고, 받아주지도 않는 거 같아서... 

 십 년 넘게 발버둥 쳤으면 이제 그만해도 되지 않나.. 오래 버텼다 싶어요 “      


 “일을 쉬면서 마음을 다잡아 보는 게 어때? 우리가 이 일 말고는 딱히 할 수 있는 것도 없잖아”      


 “그렇긴 한데... 그래도 일을 하면서 보상이 있어야죠. 보람도 없고, 통장에 들어오는 돈은 일한 만큼 안 들어

오고, 예전에는 부당하다 싸우고 했는데, 이제는 저도 벽에 외치기 지치는 거 같아요.” 


주인은 진심으로 일을 그만두고 싶어 했다. 마음속으로 지친다. 괴롭다. 힘들다를 외치고 있었다. 그리고 모든 일에 무감각해졌다. 흔히들 이야기하는 번아웃이 찾아왔다.      


우울증에 번아웃까지 오니 엎친데 덮친 격이라고 주인은 더 은둔형 외톨이처럼 혼자 있는 걸 좋아하게 됐다. 사람과 만나고 싶어 하지 않았다. 집에서 눈 뜨면 밥을 먹고 자고 또 밥을 먹고 SNS를 하다 자는 게 일상이었다. 방 불을 켜는 일도 없었다. 마치 어두운 동굴 속에 있는 사람처럼 방 안에 갇혀 있었다. 마음저장소는 이미 회색으로 다 물들어버렸다. 새로운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주인에게 더 좋아지고 싶다는 의지가 생기지 않았다. 짐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물들어 있는 회색을 지울 수 있을까 걱정됐다.            


그렇게 몇 개월이 흘렀다. 이 날도 짐은 물들어 있는 회색의 색상들을 지우기 위해 청소하고 있다. 주인은 SNS에 빠져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기 계발 영상들을 보며 자격지심에 둘러싸인 자기혐오를 하고 있었다.                          

이전 05화 5화> 손목이 간지러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