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순이 생활을 한지도 몇 개월째다. 주인은 지금 거의 히키코모리 같은 생활을 하고 있달까. 방 밖으로 나가는 일이 거의 없어, 짐이 답답할 지경이었다.
짐이 느끼기에 주인은 지금 자해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방구석에서 자기혐오를 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삶. 작은 모니터 속의 타인들의 삶을 부러워하고 시기하는 삶. 자신의 일상을 돌보지 않는 삶은 자해와 마찬가지 아닌가.
주인도 이런 자신이 싫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불속에서 행동은 하지 않으면서, 일명 갓생을 사는 사람들 영상을 보며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는 바람을 가졌다.
그런 마음을 계속 갖다 보니 질투가 되고, 더 나아가서는 사회에 대한 불만을 갖게 되었다. 직장 상사들이 이상한 사람이 많아 제대로 된 일처리가 안 된다, 거기서 속하지 않아도 되는 돈 많은 사람들이 부럽다. 누구는 재능을 가지고 있어서 유튜브로 수십억을 버는데 자신은 방구석 한량처럼 하는 것 없는 한심한 사람이다.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가득 매웠다.
하지만 한 편으로 주인은 자신이 이런 마음을 갖는 것을 힘들어했다. 그래서 그 마음을 끊어내야겠다고 결심한다. 어떻게 하면 변화할 수 있을까. 변화할 수 있지 않을까란 고민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고민 끝에 다 달았을 때, 지금 이런 삶에서 벗어나 생산적인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강하게 갖기 시작했다. 그전에 주인은 일상을 살아가고 싶었다. 남들처럼 같은 시간에 눈을 뜨고 밥을 먹고, 운동도 하는 일상을 포기하지 않고 해내보고 싶어졌다. 그래야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일단 한 가지를 실천해 보기로 했다. 바로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는 것. 짐은 이런 결심을 한 주인이 고맙고, 자신도 더 응원해 줘야겠다 생각했다. 주인은 지금까지 자고 싶은 시간에 자고 일어나고 싶은 시간에 일어났다. 그래서 기상 시간도 오전 11시일 때도 있고, 오후 1시일 때도, 오후 3시일 때도 있었다. 이런 엉망진창이던 패턴은 하나로 통일 시키는 것을 한 가지 목표로 삼았다.
이번에는 포기하지 않을 거야.
의사 선생님도 일상을 살아가는 게
우울증 완화에 가장 중요한 거라
하셨어. 해내보자!
주인의 결심에 짐은 잡다한 마음들이 침범하지 못하도록 해야겠다. 주인에게는 큰 미션이니까.
일정한 기상시간을 갖기 위해서는 일정하게 잠드는 것도 중요했다. 사실 잠드는 건 크게 걱정 없었다. 주인이 잠들기 전 먹는 정신과 약은 먹으면 30분 내로 잠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전에는 새벽까지 휴대폰에 빠져 있다가 잠자고 싶을 때 약을 먹었지만, 결심을 굳힌 이상 그럴 수 없었다. 주인은 밤 10시에 잠자는 것을 목표로 9시 30분에는 약을 섭취했다. 처음에는 새벽에만 잠을 자서 그런지 약을 먹어도 10시에 바로 잠들지 않았서 당황했다. 그래도 꾸준히 같은 시간에 약을 먹으니 어느 순간 10시에 잠들 수 있었다.
그보다 중요한 건 기상시간. 목표는 6시였다. 8시간 수면을 하는 거니 딱 알맞은 시간이라 생각했다. 알람을 맞춰놓고 매일 6시에 기상했다. 사실 이것도 약의 도움이 컸다. 약효가 다 한 것인지 그 시간에 맞춰 일어나도 개운하게 일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언뜻 보기에는 쉽게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 같지만, 큰 문제는 주인의 의지력이었다. 약을 늦게 먹으면 기상도 늦어지니, 결국 10시에 자겠다는 주인의 의지가 꺾이지 않는 게 가장 중요했다. 다행히도 아직까지는 목표한 대로 잘 나아가고 있었다. 매일 오전 6시에 기상하니 하루의 시작이 개운하고, 긴 하루를 보내는 느낌이었다.
일상을 살아내기 위해서 두 번째로 목표를 삼은 건 하루 세끼를 제대로 챙겨 먹고, 배달음식을 끊는 거였다. 밤 10시가 넘은 시간에 배달음식을 시켜 먹고, 식사 대신 또 배달음식을 시켜 먹는 날이 한 달에 10일은 됐을 거다. 배달뿐이랴. 빵을 너무 좋아해 하루 건너 하루 사다 먹으니 빵이 끊길 일이 없었다. 그런 건강하지 못한 식습관을 끊어내는 것이 두 번째 목표였다.
목표를 정한 후 주인은 좋아하는 빵을 사 먹지 않기로 결심했다. 대신 빵을 안 먹은 날은 보상으로 천 원을 저축했다. 보상을 주면 행동을 이어가는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서 해보는 시도였다. 주인은 돈이 모이면 뿌듯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은 쉽지 않았다. 그동안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져 있어 집 밥을 먹은 후에도 간식이나 치킨, 빵 같은 게 먹고 싶었다. 그것을 참아내는 것은 주인에게 수행을 하는 일이나 다름없었다. 그때 ‘이번 한 번만 참으면 돼. 참을 수 있어. 나는 해낼 거야. 몇 시간 후면 어떤 반찬에 밥을 해 먹어야지’ 이런 말들을 되뇌며 자신을 다스려 나갔다.
처음에는 너무나 고역이기만 했던 습관이 사흘이 지나고 일주일이 지나니 조금씩 자리를 잡아갔다. 음식을 참는 게 어렵지 않기 시작했다. 음식을 하루 세끼 집밥만 먹으니 위가 더부룩한 날이 사라지고, 갑갑한 느낌이 없어졌다. 이런 느낌을 계속 유지하고 싶어 잘못된 식욕을 억제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짐은 주인이 점점 건강해지는 소리가 들려 내심 기분이 좋았다. 우울증에 걸리면 일상이 무너진다고들 한다. 그때 거창한 걸 해내지 않더라도 매일 하는 루틴을 계속 이어가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한다. 무기력이란 무서운 기운이 주인을 삼키지 않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처럼 일상의 루틴을 잘 이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언젠가 더 생산적인 활동을 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