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청소부
주인에게 가장 큰 문제는 앞서 말했다시피 무기력에 짓눌려 다른 활동을 다 미룬다는 것이었다.
이제야 기상과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고 있었지만, 짐은 한편으로는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가 걱정되기도 했다. 물론 그전에 누워 있기만 하던 시절보다는 훨씬 좋은 현상이었고, 바람직한 변화지만 말이다.
주인도 이 변화가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중간중간 무기력함이 찾아올 때도 스스로에게 마인드컨트롤을 하면 움직였다. 자신과의 약속을 이행하려고 말이다. 아! 정신과 의사 선생님과도.
그래서 이제 새로운 것을 하나 더 해보려 하고 있다. 바로, 브런치에 일 년간 꾸준히 글을 발행하는 것이다. 물론 현재도 글을 쓰고 있다. 예전에도 썼다. 다만, 일시적이었던 게 문제다. 일 년에 세네 달을 바짝 쓰고 나면 글을 내려놓았었다. 이유? 모른다. 굳이 말하자면 무기력감이 심해져서라고 할 수 있을까. 글에 자신을 토해내고 나면 공허한 마음과 더불어 무기력감이 찾아오기도 하고, 어떤 때는 오히려 글을 쓰는데도 변화 없는 자신의 모습에 실망해 무기력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다 해가 바뀌고, 작은 희망이 생기면 글을 재집 필했다. 악순환이었다. 이번 글의 목표는 일 년 이상 집힐 하는 거다. 일주일에 한 번이던, 이주에 한 번이던, 끊이지 않고 말이
다.
그러기 위해서 요즘 틈틈이 소재 거리를 생각하고 있다. 스쳐 흘러갔던 일상도 멈춰서 다시 돌아보고 그 안에서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를 바라본다.
요즘의 예를 들어 볼까. 최근에 오전마다 엄마와 함께 장을 볼 겸 산책을 함께 하고 있다. 매일 밖을 나간 지 한 달 여 지나고 있다. 처음에는 아침마다 고민의 연속이었다. 나갈까 말까, 나가기에는 귀찮은데, 다녀오면 좋을 것도 같고. 그런데 해가 너무 밝다, 씻지 않았다. 덥다 온갖 핑계를 대며 나가지 않을 이유를 스스로에게 외쳤었다.
그때 마음청소부 짐이 밖으로 나갈 용기를 심어줬다. 부정적이고 회피하는 감정들을 치워주며 계속해서 밖으로 나가야 하는 용기를 심어줬다.
한 번 밖을 나가니 생각했던 것보다 더 몸과 마음이 개운했다. 상쾌하기도 했다. 해를 봐서 따뜻함도 느꼈다. 시장에서 북적이는 소리를 들으니 살아있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세상에 열심히 사는 분들이 많다는 걸 한눈에 볼 수 있어 좋았다. 존경스러웠다. 한편으로는 내가 한심했다. 매일 땅굴을 파고 들어가는 자신이 말이다. 그래도 오늘 하루라도 밖에 나와 걷고 있다는 사실이 대견했다.
하지만 다음날이 되선 또 도돌이표였다. 밖을 나가기 싫었다. 해를 보기 싫었다. 모든 게 귀찮았다. 또다시 마음청소부 짐이 이런 감정들을 청소해 줬다. 내적으로 수많은 고민을 한 끝에 밖을 나섰다. 밖에 나오니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보름 넘게 내적싸움을 벌였다. 다행히 이번에는 이긴 날이 많았다. 지지 않기 위해 엄마와 장을 본다는 미션을 매일 아침 부여 했더니 그나마 평소보다 잘 나설 수 있었다. 변화는 그 후에 생겨났다. 보름이 지나니 밖으로 나가는 일이 생각보다 귀찮게 느껴지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 되었다. 9시가 되면 옷을 갈아입고 바로 집 밖을 나섰다. 걷는 게 상쾌했다. 부정적 감정이나 귀찮음이 따라오지 않았다. 한 달이 지난 지금은 완전히 몸에 베인 습관이 되었다.
이렇게 흘러가는 심정을 관찰하니 어떤 마음들이 숨어 있었는지 조금은 알기 쉬웠다. 그리고 그 마음을 글로 담아내니 치유가 되는 것도 같았다. 한편으로는 자신을 더 잘 알게 되는 순간도 있었다.
이렇게 글을 쓸 수 있게 되기까지 주인의 마음속에 있는 마음청소부 짐의 역할이 컸다. 글을 쓰기 싫은 무기력한 마음들을 청소해 주고 있으니까 말이다. 짐은 주인이 더 좋아지길 바라는 작은 존재다. 하지만 언제나, 어떤 경우에서도 주인에게 용기를 주는 존재다.
그렇기에 이 존재를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싶다. 어떤 이는 대수롭지 않아 할 수도 있겠지만, 주인에게는 그 누구보다 소중한 존재기 때문이다. 마음청소부 짐의 이야기를 앞으로도 계속 함께 해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