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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버들 Dec 13. 2023

임신일기 07. 임신중기-1 : 안정기 그리고 태몽


누구를 위한 안정기인가



임신 중기인(13주~28주)에는 아기 정밀 초음파를 진행하는데, 정말 세세히 아기를 살펴보는, 말 그대로 정밀한 초음파 검사다. 초음파를 볼 때마다 눈에 콩깍지가 씌인건지 옆모습이 정말 귀엽다고 생각했는데 정밀초음파로 코, 눈, 이마 위치를 콕콕 찝으며 설명을 들으니 초음파가 더 귀여웠다. 손가락, 발가락도 모두 있고 척추 뼈를 볼 때는 고생대 동물을 보는 것마냥 경이로웠다. 강낭콩처럼 사람 모양이 아니었다가 쿠키런 캐릭터처럼 보이던 작고 작은 시기를 지나 딱풀이가 언제 이렇게 사람 모양으로 큰건지 신기했다. 그야말로 안정기라고 할 수 있을만큼 큰 위험도 없는 시기인데다 아기는 아주 감사하게도 건강히,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었다.



임산부가 임신 중기로 들어서면서는 입덧도 덜해지고 유산위험도 낮아져서 몸이 더 무거워지기 전에 여행하기도 좋은 시기라고 하는데 나는 여전히 입덧도 심했고 관절들이 시리기 시작했으며 자다가 쥐가 나기도 했다. 후기증상이 빨리 온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 몸에 우둘두둘 가렵게 뭔가 올라와서 병원에 가서 보니 임신소양증이라는 진단을 받고 연고도 발랐다. 소양증이 심한 경우에는 피가 날 만큼 긁어도 시원하지도 않고 잠을 잘 수도 없다고 하던데 다행히도 난 그 정도는 아니고 금세 가라앉았다. 연고가 많은 도움이 되었다.


초기에 아이를 잃을까봐 두려웠던 경험도 한 번 더 겪었다. 갈색혈이 자주 비추었는데 병원에 가서 확인해보니 양막이 아직 다 붙지 않아서 그럴 수 있다고, 무리하지 말고 지내라고 얘기를 들었다. 갈색혈이 멈출 때까지는 꽤 누워 지냈다. 그리고 다행히도 피도 멈추고 정기검진으로 병원에 내원했을 때 내 몸도 딱풀이도 괜찮다고 해서 안심했다. 그 시기엔 대통령 선거도 있었는데 딱풀이가 태어나 맞이하는 첫 대통령이기에 더 신중한 표를 던졌던 기억이 난다.


안정기라고 해서 꽤 편해진 몸상태를 기대했지만 그 안정기는 아기에 안전과 안녕의 시기인 것 같고 내 몸은 위에 쓴 것과 같이 여러 이벤트를 겪으며 지나가고 있었다. 그 와중에 남편은 코로나에 걸렸다. 미각을 잃고 후각도 잃고 연애하면서 그 때까지 그렇게 아파하는 것을 처음봤다. 별도로 자가격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안방에서 갇혀지내고(?) 나는 옮지 않으려고 서로 마스크를 쓰고 최대한 겹치지 않는 동선으로 지내고자 좁은 집에서 나름 노력도 했다. 남편은 내가 고생하는게 안쓰러워서, 나는 아파하는 남편이 안쓰러워서 서로 배려한다고 남편은 나에게 식사 등 여러가지로 본인을 챙기는거에 크게 신경쓰지 말라고, 나는 나대로 남편이 잘 먹어야 할 것 같았기에 식사도 평소보다 더 챙기고 집안일도 더 많이 하게 됐는데 이걸 훈훈하다고 해야할지 지랄맞다고 해야할지 서로 그러지 말라고 대판 싸우기도 했다. 그러면서 시간은 지나 어느새 4월이었다. 꽃이 피고 날도 따뜻한 찬란한 봄이 시작되고 있었다.


이 맘때쯤 창밖으로 나무에 이파리가 나는 모습을 보거나 조금은 가벼운 차림으로 뚝방에 산책을 가기도 했는데 문득 초기에 꾼 태몽이 생각이 났다. 나무들과 자연을 보다보니 자연스레 떠올랐는데 태몽은 지금 떠올려도 신비한 기분이 든다.


[출처 : 네이버 비둘기폭포낭]


내가 꾼 태몽은 [괜찮아 사랑이야]라는 드라마에서 조인성과 공효진이 첫키스를 하던 계곡같은 느낌의 산 속이었는데 이끼가 있고 물기가 축축한 암벽쪽에 은빛처럼 하얀 조그만 도마뱀이 있었다. 나를 부르는 것 같은 느낌에 가까이 다가갔는데 따라오라는듯이 암벽을 타고 귀엽게 요리조리 이동을 했다. 좀 멈춰있을라치면 춤추듯이 꼬물꼬물한 것이 귀엽고 도마뱀에 빛이 반짝반짝 따라다니는것도 매우 신비했다. 실생활에서 봤다면 무섭고 다가가고 싶은 느낌이 아니었을건데 꿈에서는 신비로운 풍경하며, 색깔 또한 신비한 작은 도마뱀을 따라 다니다가 꿈에서 깼다.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르는 걸 보면 태몽은 확실히 그냥 꿈과 다른가? 싶은 생각이 든다. 일기를 찾아보니 나는 이 꿈을 임신 사실을 알기 몇 달 전에 꾸었는데, 친구는 내가 임신상태를 말하기 며칠 전에 꾼 태몽이 있는데 그 꿈 또한 도마뱀이었다.

친구가 본 도마뱀은 케이지 안에 들어있었는데 매우 예뻤다고 한다. 케이지가 열려서 내 친구가 이쁜 도마뱀을 보고 이리와 라고 했지만 물려고 했단다. 놀라서 장갑을 껴야겠다하고 장갑을 껴고 잡아서 얘 되게 이쁘지? 하면서 나에게 보여줬는데 내가 좀 무서워했다고. 그런데 신기하게도 친구는 물려고 했던 도마뱀이 나는 물지도 않고 피하지도 않았더란다. 내 친구는 나에게 그 도마뱀을 넘겼고 그 도마뱀을 안은 나는 결국 그 도마뱀을 쓰다듬었다는 꿈얘기. 그 꿈도 참 신비하다. 어떻게 같이 도마뱀 꿈을 꿀 수 있었는지, 그 꿈이 태몽인가하고 직감으로 알아차린 친구도. 모두 다 신비하다. 그리고 무엇이 어쨌든 태몽이 둘 다 도마뱀이라면… 내가 도마뱀을 낳을 상인가!


태몽에는 뜻풀이도 있고, 성별도 유추할 수 있는 속설이 있는데 뱀은 남자아이 꿈일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그런데 또 작고 귀엽고 하면 여자로 보는 경우도 있다고. 과연 딱풀이는 아들일까 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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