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유리창이 희뿌연 입김 뿜어 내던 그날 아침
신음 섞인 너의 가쁜 숨 날카롭게 유리창을 가른다
누렇게 바래어진 하얀 몸 분주하게 들썩이는데
등 돌려 일터로 옮겨간 발걸음 하루종일 불안하다
밭은 숨 내뱉으며 되짚은 길 끝자락
한기 녹진하게 내려앉아 뻣뻣해진 몸이 한스럽다
후다닥 화장터 불꽃에 녹여보려 하는데
어리석은 비애는 너를 휘발해 흔적마저 녹아내린다
바들바들 떨며 홀로 건넜을 무지개다리
동행 못한 미안함에 저며오는 가슴 시림
사그라진 너, 죄인 된 나
그리움조차 사치로워 무지개가 두렵다
실눈으로 흘깃 봐도 왈칵 쏟아지는 눈물에
당황한 낯빛은 무지갯빛 얼룩덜룩 물이 든다
* 이미지 출처: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