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일기, 잃는다는 것.

by 지승유 아빠

우리는 어떤 일의 절차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출산은 두 번이었지만, 임신은 네 번이었다. 아내는 출산을 네 번 한 것처럼 육체적으로 힘들어했고, 정신적 피로는 그 이상이었다. 아이를 기다리며 매달 아내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아야 했다. 처음에는 웃어넘겼는데, 점차 기간이 길어가면서 아내는 눈물을 보이기도 했고, 급기야 유산이 진행되고 난 후에는 그 이전보다 몇 배 이상으로 힘들어하기도 했다.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우리는 심각성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네 번의 임신이 진행되면서 우리는 임신 초기에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잘 알게 되었다. 그리고 아내가 입덧이 평균보다 심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그러한 입덧 때문에 아내가 얼마나 힘들어하는지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의도하지 않았지만 임신 중의 아이가 잘못되었을 때의 과정을 우리는 잘 알게 되었다.


첫 번째 유산 때, 우리는 아무런 경험도 대비도 없었고 그냥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처음 임신테스트기는 아주 흐릿한 두 줄이었는데 병원에서는 임신이라고 진단해 주었다. 우리는 그렇게 진단받으면 당연히 정상적인 임신이 진행되는 줄만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마냥 행복해하기만 했다. 하지만 체온이 오르고 감기 걸린 것처럼 반응하던 아내의 몸이 지나치게 정상으로 돌아온 날, 오랜 시간 기다린 병원 진료에서 우리는 아기가 더 이상 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내에게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수술이 끝나고 마취가 깨지 않는 아내의 손을 잡으며 아내가 깨어나면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생각했었다. 수많은 생각을 떠올리고 긍정적인 단어를 조합했지만, 결국 아내가 깨어나고 집에 도착할 때까지 어떤 적절한 말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 아기는 우리의 첫아이였고, 아이를 잃은 엄마에게 해줄 수 있는 적절한 말은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만 깨달았다. 차가 없었던 나는 아내를 업고 집으로 돌아왔다. 마취가 다 깨지 않은 아내의 몸은 등 위에서 자꾸 흘러내렸고, 아내의 몸을 등위로 올리며 힘들고 슬펐고, 슬퍼서 더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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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유산은 조금 더 슬프고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우리는 아기의 심장이 뛰고 있는 것을 보았고 병원에서는 아기가 정상적으로 크고 있다고 했다. 아기가 잘못되기 얼마 전 산부인과에서 아기가 잘 크지 않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는 우리는 아무 일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기는 엄마의 몸을 깨끗하게 빠져나왔다. 출혈이 있은 후 급히 찾은 병원에서 의사가 말했다. 수술이나 처치가 필요 없을 정도로 깨끗하게 빠져나갔다고.

그렇게 한 해 걸러 두 명의 아기가 우리 곁을 떠났다. 의사들은 혹은 주위의 사람들은 그건 단지 화학적 유산일 뿐이고 아이의 염색체가 잘못되었기에 그런 것이라고 우리를 위로했다. 환경오염이나 잘못된 먹거리를 예로 들면서 우리의 유산이 어쩌면 당연할 결과임을 이야기해준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 어떤 통계자료도, 장황한 인터넷의 보도자료도, 유산을 경험한 수많은 이야기도 우리를 위로할 수는 없었다. 그 아이들은 우리의 아이였고, 특히 아이를 잃은 엄마에게 위로가 되는 말은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만 알게 되었다.


그렇게 아이를 포기하게 되는 시간 동안 아내는 한없이 슬퍼졌고, 나는 미역국 끓이는 솜씨만 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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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우리는 아기를 간절하게 원한 부부는 아니었다. 대부분의 부부가 그렇듯이 당연히 결혼의 결과로 아이가 생긴다고 막연하게 생각하기만 했지, 부모가 되는 일이 이토록 힘든 일이라는 것을 알 수는 없었다. 한 번은 우연이라고 생각했지만, 두 번째는 아내를 위로할 말을 더욱 찾기 힘들었다. 두 번째 유산 이후, 아내는 직장을 그만두었다. 그리고 우리는 운동을 하고 몸만들기에 돌입했다. 부모가 되는 일은 당연히 되는 일이 아니었다. 그 무엇보다 노력하고 간절히 원해야 되는 일이었던 것이다.


어쩌면 지금 우리의 마음가짐이 그때만큼 간절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아이 둘을 낳아서 키우는 동안, 우리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했고,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들어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항상 그 힘든 시간 이상의 즐거움을 우리에게 전해주었다. 그래서 그 간절함을 우리는, 특히 나는 잊고 있었던 것 같다.

아내는 가끔 아이들을 돌보다가 눈물을 흘린다. 미안해서.

사실 미안하게 생각할 일은 없지만 늘 아내는 더 해주지 못함을 미안해한다. 어린이 집에서 낮잠을 자게 해서 미안하고, 조금 더 몸으로 놀아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더 맛있는 음식을 해주지 못해서 미안해한다. 새 옷을 입혀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잠투정하는 아이가 울면서 잠들게 해서 미안해한다. 아내는 자신이 해 줄 수 있는 것과 해주고 싶은 것과 어찌할 수 없는 것들 때문에 미안해한다. 그리고 늘 생각하고 노력한다.

하지만 아내만큼의 간절함과 아내만큼의 미안함과 아내만큼의 애틋함이 나에게는 늘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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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테스트기의 두 줄은 매우 희미했고, 체온이 오르던 아내의 몸은 정상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이제 곧 화학적 유산이 시작되고 생리가 시작되면 우리의 이번 사건은 하나의 에피소드로 끝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하고 슬퍼오는 것은 과거의 경험 때문일까. 아내는 벌써 많이 슬퍼하고 있었다. 자기 내부에서부터 오는 아이와의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 아내에게 차마 물어볼 수는 없지만 아마 아내는 지금 화학적 이별이 진행되고 있는 아이에게도 미안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불과 몇 주의 시간이었지만 아내는 늘 아이들에게 간절하고 애틋한 사람이므로. 두 아이들에게 웃어주는 아내의 얼굴이 어딘지 모르게 슬퍼 보이고 힘겨워 보였다.


곧 태풍이 온다는 소식과 함께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널어놓은 이불을 걷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뛰어나갔지만 때는 한참 늦고 말았다. 큰아이는 치과에 진료받으러 갔고, 둘째 아이는 어린이집에서 낮잠을 자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큰아이의 치과 진료가 무사히 마무리된다면 우리는 슬픔을 조금은 극복하고 오늘 밤도 가족 모두 대체로 즐겁게 잠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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