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 공사. 첫 갈등, 그집아저씨와의 담장 분쟁

by 슬슬

마음이 잘 맞는 분들을 만나 술술 풀릴 땐 잠시 잊고 있었다. 집을 짓는 데에는 무수한 갈등과 분쟁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다행히도 여태까지 스트레스받을 정도의 사건은 없었다. 지난 편에서 말했듯 아무 이변이 없어서 오히려 이변일 정도였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자마자 대표님이 현장을 보러 나오셨다. 곧 임시전기 신청 소식으로 시공팀 단톡이 만들어졌고, 철거 일정을 알려오셨다. 앞으로는 공사가 착착 진행되기만 하면 되는 거였다.


우리도 건축허가 전 토지사용승낙서를 써주셨던 아래 땅의 지주(a.k.a. 토마토 아저씨)에게 철거 진행을 전달했다. 토마토아저씨는 그의 땅에 남은 예전 집터와 창고, 돌담 등을 함께 철거해 주길 원했다. 대표님에게 말씀드리니 하는 김에 같이 작업하는 건 문제가 안되지만, 작업 분량 전체를 10으로 봤을 때 아래 땅이 7일 정도로 훨씬 많다고 했다. 이 또한 남편이 토마토아저씨에게 전달하고, 옆땅(a.k.a. 그집아저씨)과 면해있는 담장 철거에 대해서는 협의하고 알려주시라 했다. 남편의 옆집 방문과 여러 번의 통화로 이런저런 말이 오간 끝에 3일에 걸친 철거가 진행되었다.


*25. 9. 15. 임시전기 신청

*25. 9. 18.- 25. 9. 20. 철거, 지내력검사(평판재하시험)


여기서 첫 번째 분쟁의 씨앗. 왜 씨앗이냐? 아직 불거지지 않았고, 이대로 분쟁 없이 마무리될 수도 있지만, 분쟁이 싹틀 여지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비록 폐기물 분량은 아래땅이 훨씬 더 많지만 좋은 게 좋은 거라 비용은 반반 부담으로 하자고 영수증을 보내드렸다. 여태껏 현장에 한 번 와보지도 않고 전화로만 쿨(?)하게 다른 곳을 알아보기 상그러우니 철거하고 청구해 달라던 토마토아저씨에게서 처음으로 "왜 이렇게 비싸냐? 그 업체에서 덤터기 씌운 것 아니냐."라는 쿨하지 못한 피드백이 왔다. 철거 비용을 얼마로 예상했던 걸까. 바로 줄 수 없으니 좀 기다려달라는 말을 덧붙였고 지금까지 한 달째 비싸단 말만 반복 중이다. 분쟁의 씨앗이라 부를 만하지 않은가. 구두로만 진행한 우리가 너무 순진했나 싶다. 아무튼 싹트지 마…


*25. 9. 23. 전선이 마당을 낮게 지나는 이슈로 사전에 신청한 전주 신설

*25. 9. 26.- 10. 2. 터파기, 버림 콘크리트 타설, 임시전기 공급(29일), 담장 기초 철근 배근, 기초 단열재 설치, 기초 먹매김, 담장 및 기초 거푸집 작업 + 감리사 버림 타설 검사 및 현장 확인(2회)

*25. 10. 10.- 10. 15. 철근 배근, 설비 및 전기 배관 매립, 거푸집 작업


기초 작업은 착착 진행이 되었다. 매일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이 신기해 퇴근 후에 현장을 쓱 둘러보곤 했다. 매일같이 사진과 함께 그날그날의 작업 내용을 알려주는 실장님 덕에 가보지 못하는 날에도 걱정이 없었다. 그러나 평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담장 기초 공사를 시작하며 담장분쟁이 발발한 것이다. 그것도 우리 땅을 일부 침범해 창고와 비닐하우스를 만들어둔 옆집의 시비로 말이다.


오른쪽이 우리 땅. 분홍 빗금만큼을 옆집이 사용하고 있었다.


측량을 할 때 입회하신 옆집 어르신들과 이 부분을 정확히 이야기 나누었다. 옆집 마당에 들어가 하우스 안 텃밭에도 말뚝을 박아두었다. 창고를 없애달라고는 안 한다, 다만 이만큼 땅이 넘어가있다는 것을 알고 계시고, 아드님께도 전달하시라 말씀드렸다. 어르신들도 생각보다 더 많이 넘어와있어서 창고를 부술 수는 없지만 최대한 붙여서 담을 쳐라, 몸이 괜찮았으면 하우스도 치워줄 텐데 그게 안되니 집 지을 때 치우면서 하라시며 아주 훈훈하게 이야기가 끝났더랬다.


그런데 이번에 시비를 걸기 시작한 건 바로 옆집 어르신들의 아들이었다. 갑자기 들어온 시비에 한참 담장 기초를 치던 현장이 혼란해졌다. 실장님은 현장 사진을 보내주며 작업을 해야 하는데 어떻게 얘기가 되고 있는지 물어왔다. 담장을 계획대로 쌓으면 옆집에선 비닐하우스를 한 뼘만 옮기면 되는 거였다. 더도 아니고 30cm 남짓. 심지어 비닐하우스를 옮기는 것도 시공사에서 직접 해준다고 했다. 넘어간 우리 땅을 당장 전부 내놓으라는 것도 아닌데, 누구 맘대로 원래 담을 무너뜨렸냐는 말도 안 되는 소리까지 하니 답답한 상황이 이어졌다.


담장을 일자로 쌓으려면 바닥의 비닐 부분에서 쇠말뚝까지 딱 한뼘이 필요했다.


누구 마음대로 담장을 치느냐며 20년을 썼으면 자기 땅이라는 주장까지 펼쳤다. 정작 그집아저씨가 땅을 산 건 5년 남짓이었고, 우리에게 땅을 판 할아버지도 옆집이 땅을 물고 있다는 걸 알았는데 말이다. 갑자기 담장 꺾어서 치고 자기들이 쓰고 있는 땅을 팔란다. 우리가 토지를 매입한 금액을 알려주니 "그러면 그만큼 다 받을 거네요?"라는 당연한 소리를 했다. 그럼 이렇게 된 마당에 웃돈을 붙이면 붙였지! 아무래도 이렇게 훼방놓으면 그 땅은 그냥 넘기려나 싶은 검은 속내도 있었던 듯하다. 젊은 사람들이 어쩌구 저쩌구부터 공사하지 마라 미뤄지면 너네 손해다까지 시전했다. 심지어 나와 남편을 대하는 말투와 표정이 대놓고 달라지는 걸 보며 '아, 저 아저씨 상종 못하겠네'하는 마음이 절로 들었다. 마음 같아서는 담장 안 쌓겠다, 저희 집이 좀 더 높으니 불편하면 그쪽에서 담 직접 쌓으시라 한 판 거하게 붙어버릴까 싶었다.


그집아저씨와의 담장분쟁, 아, 이건 분쟁이라고 말하기도 싫다. 독도를 지들 땅이라 우기는 애들이랑 뭐가 다른가 싶다. 땅을 팔아라, 팔아도 자기 땅이 일자가 아니니 아래땅이랑도 얘기할 거다, 아래땅은 왜 철거했냐, 들어오면 이웃인데 이럴 거냐, 공사 안 하고 싶냐. 온갖 말도 안 되는 꼬투리를 잡더니 추석 연휴 동안 기다리랜다. 연휴 동안에도 토마토아저씨와 연락이 안 된다, 우리 시공사 번호 알려달라 자기 필요한 것만 요구했다. 그리고 남편의 긴 통화기록과 잦은 한숨이 만들어낸 대망의 결말.


우리는 원래 계획대로 담장을 쌓기로 했다. 비닐하우스는 그집아저씨와 협의한 정도만큼 시공사에서 손쉽게 잘라냈다. 아래땅과의 담 문제는 알아서들 하라고 했지만 찝찝하게도 우리 시공사를 통해 담장을 쌓겠단다. 다만, 우리는 지금 당신 때문에 공사에 차질이 있었고, 이미 충분히 많은 배려를 했으며, 말이 나온 대로 넘어가 있는 땅은 사가시라는 의사를 전달했다. 2주 동안 그집아저씨와 토마토아저씨, 시공사 사이에서 고생한 남편은 옆집트라우마라고 할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으니, 이웃이고 뭐고 어르신들과는 소통해도 그집아저씨와는 거리를 두자고 결심했다.


담장분쟁을 통해 옆집과 우리집은 물리적으로도, 심적으로도 확실한 경계가 생겼다. 우리의 배려가 언제나 배려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도, 모두가 내 맘 같지 않다는 당연한 이치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집 지으면서 이 정도 시비는 약한 편이라는 대표님과 실장님의 위로 아닌 위로로 마음을 달래 본다. 우리집의 내부적,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옆에서 걸어온 시비라는 것도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잠시 틀어졌던 담장의 기초가 다시 곧게 설치되었다. 더 이상의 스트레스 없이 다음 공정이 잘 진행되기만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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