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허가에서 착공까지. 이변이 없는 것이 이변

by 슬슬

날씨만큼 뜨거웠던 업무 극성수기가 무사히 지나갔다. 7월, 건축사, 시공사, 건축주의 두 번째 삼자대면 후 나는 다락만큼의 결정권만 있던 남편에게 모든 소통권(결정권 아님)을 위임했다. 내가 우리집 건축 일선에서 잠시 물러나 업무에 파묻혀있는 동안 남편은 부산에서 토마토 농장을 하신다는 새 토지주를 찾아가 토지사용승낙서를 받아오고, 건축사님이 챙겨야 한다고 알려주신 각종 서류를 챙기느라 분주했다. 덕분에 설계를 시작한 지 8개월 만에 건축허가를 접수할 수 있었다.


접수증에 적힌 예상 처리기한은 3주였다. 확장한 발코니 영역이나 방에서 나가는 발코니 문 등 몇 가지 예상되는 보완사항을 건축사님이 미리 준비한 모법답안으로 잘 대응해 주시길 바라며 기다렸다. 건축허가에서 벌어지는 까다로움과 횡포(?)를 종종 들었던 터라 걱정이 있었는데 아주 원활하게 허가가 떨어졌다. 8월 6일에 접수했고, 29일 오후에 허가 통보를 받았다.


생각보다 빠른 건축허가에 착공 도면을 준비하는 건축사님이 좀 바빠진 듯했다. 우리는 이미 결정한 시공사와 정식 계약을 했다. 5월부터 의리와 신의로 함께 한 시공사와 드디어 공식적으로 도장을 찍은 것이다. 이때부터는 시공사 대표님이 본격적으로 움직였다. 문득 대표님의 MBTI가 TJ가 아닐까 추측해 본다. 정글처럼 잡초가 무성하던 빈 땅에 건축허가를 알리는 표지판이 붙었을 때, 이전까지는 그림으로만 존재하던 집짓기가 새 장에 접어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KakaoTalk_20251010_002715479.jpg 착공 허가로 마음이 편해졌던 그날 저녁, 노을도 유독 아름다웠다.


운명처럼 이 땅을 만나고 작은 해프닝 끝에 땅을 사던 날, 농촌주택개량사업에 선정되던 날, 첫 도면이 나오던 날, 여러 번의 수정으로 우리 집이 그려진 날, 측량, 건축박람회, 삼자대면, 이런 날, 저런 날들이 잠시 머릿속을 스쳤다. 우리의 인생에 정말 집을 짓는 순간이 오는구나. 그것도 생각보다 훨씬 더 빠르게. 이젠 돌이킬 수도 없다는 약간의 두려움과 이유를 모르게 늘 싱숭생숭했던 마음도 이제는 기대와 용기 100퍼센트로 바꾸어야 할 때다.


걱정했던 건축허가가 3주 만에 났고, 또 한 번 걱정했던 착공신고는 무려… 하루 만에 승인되었다! 건축사님이 얼떨떨해하실 정도의 빠른 속도였다. 이변이 없는 것이 이변으로 느껴질 만큼 착착 진행된 행정 절차에 마음속으로 박수를 보냈다. 인생은 타이밍이라는 말을 증명하듯, 나와 남편의 바쁜 일도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어 일상의 평화를 찾은 9월, 공사가 시작되었다.

keyword
금요일 연재
이전 21화설계+시공+건축주, 첫 삼자대면의 결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