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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심사자의 심리

by 오방빵

취업을 위한 입사전형 중 어떤 전형에서 탈락하는 것이 가장 아쉽고, 억울할까? 회사 입사에 실패한 입사지원자들과 대화를 나누어 보면 대부분 서류 전형에서 탈락했을 때 가장 아쉬움이 남는다고 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할 때는 최종면접에서 탈락했을 때, 가장 아쉬울 것같은데, 왜 서류전형 탈락이 제일 아쉬움이 많이 남고, 허탈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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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전형에서 탈락했을 때가 입사 전형 탈락 중 가장 아쉬웠다는 입사지원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입사전형 단계 중 자신의 노력이 가장 많이 투입된 전형이기 때문에 제일 아쉬움이 남는 것같다고 한다. 처음 입사지원서를 작성할 때는 생각도 많이 하고, 정성을 들여 자소서를 작성한다. 고치고, 또 고치고, 친구들과 돌려가며 서로 내용을 봐주기도 하며 작품을 쓰듯 입사지원서 작성에 정성을 많이 들인다. 하지만 서류 전형에서 한 번, 두 번 탈락하기 시작하면 점차 기운이 빠지고, 암만 열심히 자소서를 작성해도 결국 탈락하는거 대충 써서 제출하자는 심정으로 기존에 작성한 자소서를 복사해 붙여넣기한다. 그러다 보면 지난번 서류전형 광탈하는 방법에서 말했듯 회사 이름을 잘못 쓰는 실수를 범하기도 하는 것같다.



그토록 정성들여 작성한 자소서가 왜 자꾸 탈락하는걸까? 엄청난 노력과 시간을 투자한 자소서가 최소 한 두 곳은 합격해야 하는거 아닌가? 이는 입사지원하는 지원자들이 하는 흔한 오류가 아닐까 생각한다. 학교다닐 때는 자기 혼자 열심히 공부하고, 최선을 다해 수업에 참여하면 좋은 성적을 받게 되는데, 자소서는 자기 스스로 아무리 열심히 작성해도 회사에 받아들여지지가 않는 경험을 처음 하게 되면서 좌절하는 것같다. 그런데 냉정하게 말하면 그 과정 자체가 사회에 입문하는 첫 관문이자 사회생활의 시작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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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라는 곳은 열심히, 최선을 다한다고 알아주는 곳이 아니라 결과로, 성과로 얘기해야 하는 곳이다. 특히, 혼자만의 싸움이 아니라, 상대가 있는 경기라는 것을 알아두었으면 좋겠다. 같이 입사지원한 입사지원자만 고려해야 하는 경쟁 상대가 아니라, 서류심사를 하는 심사자, 면접하는 면접관 모두 입사지원자들이 상대해야 하는 상대방이다. 이전에 '지피지기 백전불태'란 고사성어를 인용한 적이 있었다. 서류심사에서는 서류심사하는 심사관이 피'彼'가 된다. 그들은 어떤 마음으로, 어떤 상태로 서류 심사를 할까?



서류심사를 하는 심사관의 경우 면접관 보다 상황이 훨씬 안 좋다. 면접관은 서류심사에 합격한 여러 장의 입사지원서를 읽어보고, 질문을 고민하는 정도지만, 서류심사자는 몇 천명, 많게는 몇 만명의 입사지원서를 다 읽어야 한다. 요즘에는 그나마 인적성 검사나 AI 면접 전형이 있어 과도하게 많은 서류를 다 읽어야 하는 수고가 다소 덜어지긴 했지만, 결국 실무 서류전형 심사관들이 읽고, 판단해야 하는 서류는 자신의 온 몸이 온전히 묻힐만큼 양이 많다.



필자의 경우 예를 들면, 10년 정도 지난 Junior 시절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목요일 정도에 3천명의 입사지원서를 화일로 받아 주어진 기준에 따라 각각의 입사지원서를 일일이 정독하고, 20명의 면접 대상자를 선발하라는 Mission을 받았던 적이 있었다. 목요일, 금요일 내내 입사지원서만 읽고, 그것도 모자라 토요일, 일요일까지 꼬박 서류심사하는데, 모든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겨우 월요일 아침 면접대상자들을 선발해 회사에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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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의 기억을 떠올려 보면, 제일 처음 서류전형을 시작할 때는 필자가 입사지원서를 작성할 때 기울였던 시간과 노력을 생각해 한 글자, 한 글자 놓치지 않고, 행간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신중하게 읽어나갔다. 오탈자가 생기면 체크도 하고, 아쉬운 부분은 멘트도 달아가며 자소서를 작성한 지원자의 노력에 누가 되지 않도록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그런데 목요일 하루 종일 겨우 50명 정도의 입사지원서만을 검토하면서 좌절을 했다. 이제 2,550개의 자소서가 남았는데, 월요일까지 20명의 서류전형 합격자를 선발해 내야 했던 것이다. 또한 자소서의 내용이 대동소이했기 때문에 자소서를 꼼꼼히 다 읽는다는 것은 너무 지루했고, 자소서를 읽으면서도 이 다음에는 어떤 내용이 나올지 짐작을 할 정도였다.


입사지원서를 꼼꼼히 보면서 서류전형을 한 결과 서류전형 합격자를 선별해 내기 위한 Deadline을 맞추는 것이 불가능해져 시간이 갈수록 점차 더 엄격한 심사기준으로, 비판적으로 자소서를 보게 됐고, 오탈자가 하나라도 있는 경우, 직무와 연관되지 않은 분량 채우기성 멘트가 있는 경우는 우선적으로 걸러내며 엄격하게 심사했다. 그 결과 일요일 새벽이 되어서야 서류심사가 겨우 끝났는데, 그 고생을 했는데도 이제 겨우 450명 정도가 선발되어 있었다. 이 중 재심사를 통해 20명을 선발해야 하는데, 450명은 누가 서류전형에 합격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지원자들이라 나 스스로 고민하고, 고민하며 괴로워 했었다. 그 즈음부터는 반드시 우리 회사에 입사해야 하는 지원자, 면접전형에서 꼭 만나봐야하는 이유가 있는 지원자들을 중심으로 서류심사를 재차 진행했고, 그렇게 해서 선발된 인원도 150명 정도가 되었다. 그렇게 재차 서류심사를 끝낸게 일요일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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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입사에 성공한 필자보다도 자소서를 더 잘 썼다고 생각하는 150명 중 자소서 작성 끝판왕 20명을 골라내는 일은 필자 스스로도 너무 고통스러웠다.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할 수 있는 회사 입사 서류전형에서 아무 잘못 없는 지원자를 탈락시킨다는건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는 괴로움과 고통의 시간이었다.



결국 월요일 새벽이 되어서야 겨우겨우 20명의 면접대상자들을 선발했지만, 월요일부터는 서류심사자들이 각자 선발한 입사지원자들의 입사지원서를 재차 Cross-check하며, 다시 최종 면접대상자의 인원을 줄여나갔다.



'서류전형에서 광탈하는 방법'을 이야기하면서 몇 가지 주의 사항을 제시했다. 사실 이는 필자가 서류심사를 하며 경험했던 일이다. 회사명을 엉뚱한 회사로 작성한 지원자, 지나치게 적은 분량으로 자소서를 작성한 지원자, 오탈자가 많은 지원자 등등을 서류전형에서 우선적으로 탈락시켰다. 물론, 일상 생활에서 본 글이라면 적당히 지나칠 수 있는 가벼운 실수들인 경우도 있었지만, 입사지원서류를 심사할 때는 경쟁률이 워낙 높기 때문에 아주 엄격한 기준이 제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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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서류심사자의 상황과 심리를 생각해 보면 입사지원자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입사지원서를 작성해야 할지 짐작이 갈 것이다. 물론, 입사지원서를 작성한 지원자의 노력이 부족했다는 말은 아니다. 최선을 다했고,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을 것이다. 다만, 이같은 노력을 하기 전에 서류심사자들이 어떤 생각으로, 어떤 태도로 서류심사를 하는지 한 번 더 생각해 보고, 입사지원서를 작성한다면 그래도 서류전형 통과하는데 좀 더 가까이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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