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얼 옆에는 아빠와 가지고 놀던 레고조각들이 있었다.
인간들은 눈사람들의 환상으로 인해
먼지같은 눈송이들의 흩날리는 광경이
아름답게 느껴진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오늘은 주말이잖아~!” 준호가 거실에서 소리쳤다.
“아빠 조금만 쉬자. 너무 피곤해-”
“왜 맨날 그렇게 피곤해? 너무 늙었어!”
“맞아. 아빠 늙었으니까 좀만 더 쉬게 냅둬-” 아빠는 소파 위에 늘어져 누워있었다.
“안돼. 앞으로 더 늙을 거 잖아. 그러니까 지금 놀아야 되는거야. 나 나중에 사춘기 오면 아빠랑 아예 말도 안할거야!”
“너 나중에 아빠 안놀아줄거라고 협박하는거야?”
“응! 협박하는거야! 그러니까 지금 놀아줘-”
준호는 소파에 곰처럼 푸욱 늘어져 누워있는 아빠의 손을 양쪽으로 흔들며 소리쳤다.
아빠는 소파에 누워있더니 한쪽 손으로 머리를 받치며 준호쪽을 쳐다보며 말했다.
“똑똑한데?”
똑똑하다는 아빠의 말에 준호의 표정은 자신감이 넘쳐 흘러 근육질 캥거루처럼 몸집을 빵빵하게 부풀렸다.
“그치?”
“그럼~”
“그럼 놀아줘야지~ 이렇게 똑똑한 아들을 가만히 두면 안되지!”
“그럼 조건이 있어.”
“아, 뭔데.”
“밖에 나가지 말고 집안에서 놀자!” 아빠가 얼굴에 손으로 꽃받침을 하며 말했다.
“싫어~ 축구하고 싶어!”
“아빠도 싫어~ 아빠 힘들어~”
“그럼 못써! 게으름 피우지마! 엄마가 게으름 피우는 건 나쁜 거랬는데~”
“아빠는 게으른 게 아니야~ 여유로운 사람인거야~”
게으르다는 말에 부엌 식탁에서 주말에도 노트북으로 일을 하고있던 엄마도 한 마디 했다.
“별명도 곰탱이인 주제에- 주말인데 좀 놀아줘라-”
“알았어. 어쩔 수 없다. 그럼 내 비장의 무기를 보여주지.”
갑자기 아빠는 목소리를 깊게 깔고 말하더니 소파에서 굴러 바닥에 몸뚱아리를 던지고는 비장한 표정으로 서재를 향해 엉금어금 기어가기 시작했다.
“저 곳에...나의 무기가...”
아빠는 방에서 새로 산 레고장난감 박스를 가져왔다. 한 손으로 레고박스를 들어올리며 마치 빛이 나는 양 눈이 부시다는 듯 한 손으로는 눈을 가렸다.
“그건 어디서 났어?” 엄마가 매서운 눈매로 물어보았다.
아빠는 망설이며 말했다. “어, 이거?”
“어, 그거!”
아빠는 엄마에게 윙크와 손하트를 동시에 날렸다. “당근마켓!”
엄마는 잠시 아빠를 쳐다보며 한숨을 쉬더니 고개를 흔들고는 다시 일에 집중하였다. 아빠는 엄마의 반응에도 굴하지 않고 준호에게 얘기했다.
“에이, 뭘 그런 눈으로 쳐다봐~ 준호랑 재밌게 가지고 놀면서 추억 쌓아가면 여기 써있는 가격보다 가치가 배로 되지~! 안그래, 준호야?”
준호는 텅빈 식탁에 혼자 앉아 아빠와 레고를 가지고 놀던 때를 생각하며 시리얼을 다 해치웠다. 엄마가 일하러 나간 사이에 준호는 매일 이렇게 아빠와 함께하던 작은 기억들 속에 빠져들곤 했다. 시리얼을 담은 그릇 옆에는 준호가 아빠와 가지고 놀던 레고조각들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