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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oklaire 북클레어 Oct 25. 2024

[소설] 1부. 겨울마법

눈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마법



눈이 내리는 모습을 보면 어떤 추운 곳에서도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것이 눈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겨울마법이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아이들은 눈사람들이 만들어내는 환상을 가리켜 겨울마법이라 불렀다. 눈사람들이 그런 신비한 능력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눈결정체가 가진 특성 때문이었다. 눈결정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정체들은 모두 각각 다른 모양을 지니고 있었는데, 그 모양은 온도와 습도에 따라 결정되었다. 오로지 습도가 높은 곳에서 만들어진 결정체들만이 보석처럼 크고 아름다운 마름모 모양의 결정체를 가졌다. 이 작은 마름모 모양의 보석은 빛을 반사시켜 만든 작은 반짝임 들을 이용하여 아름다운 환상을 만들어냈다. 아이들의 마음을 빛에 반사시켜 아이들이 보고 싶어 하는 환상을 펼쳐 보여주었다. 


이러한 신비한 능력으로 눈사람들은 아이들과 함께 해적이 되어 바다를 누비기도 하고, 좋아하는 만화나 영화의 한 장면을 재현하기도 하며, 몸이 불편한 아이들에게는 마음껏 뛰놀 수 있는 환상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눈사람의 환상은 그 어떤 곳도 갈 수 있었고, 그 어떤 것도 할 수 있었다. 눈사람들은 전쟁으로 인해 고아가 된 부모님이 없는 아이들에게는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따뜻하고 인자한 할머니, 할아버지라는 환상의 인물을 만들어내어 보여주었다. 이는 추후에 인간세계에서 빨간 옷을 입은 산타가 되었다.


아이들에게 있어 산타의 모습은 언제나 가장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그들로 하여금 아이들의 마음이 따뜻해지도록 만들어주었다. 산타는 아이들만이 가지고 있는 비밀, 누구를 그리워하고 있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 지, 갖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등의 다양한 여러 이야기를 들어주며 마음을 나누었다. 그렇게 산타 이야기는 눈사람들이 만들어낸 가장 오래되고, 자주 만들어내는 환상들 중 하나가 되었다. 요즘 눈사람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그때 당시 아이들에게 구호물품을 나누어 주던 문화는 전쟁이 끝나고, 선물을 나눠주는 문화로 바뀌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동심을 잃은 아이나 어른들과는 이야기를 나눌 수 없다. 동심을 잃은 이들에게 눈사람은 더 이상 고민을 나눌 수 없는, 겨울을 장식하기 위해 사진을 찍고만 가는 잠깐의 즐거움을 위한 존재일 뿐이니 말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사는 어른의 세계에서도 산타를 종종 마주하는 이유는 아직 동심이 남아있는 어른들에게 혹은 동심의 세계로 다시 빠져드는 어른들에게는 산타의 기억이 어렴풋하게 남아 동화책 이야기나 광고, 영화의 형태로 데려다 놓았기 때문이다.


눈사람들이 매년 겨울마다 우리를 찾아오는 이유는 추운 겨울 속에서 추억을 만들어주기 위함이다. 눈사람들이 자연에 의해 녹아 사라지는 것처럼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동심을 잃을 때,  우리의 기억에서도 그렇게 사라져 결국 눈사람들과의 추억을 잊을 것이지만, 눈사람들은 여전히 아이들을 위해 하늘에서 우리를 찾아온다.


어른이 되어 우리가 눈사람들과 나누었던 추억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에 너무 안타까워하지는 않길 바란다. 우리의 기억 속에서 그들의 기억은 사라질 것이었지만, 우리의 마음속에는 그들이 가르쳐 준 사랑은 영원하니 말이다. 우리의 이야기는 그렇게 아이들 마음속에 사랑을 남기고 간, 맑고 투명한 젤리 눈을 가진 눈사람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오늘은 우리의 이야기의 특별한 시작을 알리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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