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지조차 없는 맨 살을 파내려 애쓰는 날이 오다니
끝없는 다이어트, 절식과 폭식의 10년
십 년간의 폭식증에서 벗어난 지 십수 년이지만 그래도 그 기억과 쓰라림은 늘 어렴풋이 남아있었다. 되새길 때마다 나를 괴롭혔고, 딱지 앉은 상처를 들쑤셔내곤 했다.
그런데 내담자들을 한 명 한 명 만나갈수록, 많은 이들의 기억과 내 기억이 뒤섞여갈수록, 그렇게 내 상처를 잊어갈수록 내담자의 입장보다는 치료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된다. 무엇이 그렇게 힘들었는지, 어디에서 그렇게 지치고 멈춰 서게 했는지 기억하고 있던 범위가 점점 좁아지는 듯한 느낌을 순간순간 받는다.
그럴 때마다 그때의 나는 어땠는지, 몸의 느낌과 감정을 되살려보려고 애쓴다. 왜 그렇게 폭식을 멈출 수 없었는지, 왜 토하고 싶었는지, 뭐가 그렇게 불안했는지, 살 좀 찐 게 왜 그렇게 끔찍하게 느껴졌는지 더듬더듬 감정을 짚어본다.
교수님이 수업시간마다 하시던 말씀이 떠오른다.
"상담자도 사람이니까~ 우리도 사람이니까~
우리도 완벽하지 않은, 감정이 있는 인간이니까~"
상담자도 사람이니 답답해지기도 하고, 조급해지기도 한다. 그럴수록 멈추어 처음의 마음을 되돌려 살피려는 시도와 마음 다스림이 상담자가 진짜 해야 할 일이다. 그래서 다시 생각해 본다. 스물한 살의 나로 돌아가.
'나는 날씬해지고 싶었을까? 그게 다였을까?'
우리는 왜 이렇게 다이어트를 해대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