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사 아닙니다
그렇다면 나 자신은 지금 진정한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있는 걸까?
나는 그 지독했던 '먹기'의 중독에서 완전히 벗어났을까?
8주 동안 온갖 잘난 척 아는 척을 하면서 규칙적이고 건강한 식단을 지키면 살은 빠진다고 열심히 설명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떨까? 그래서 음식에서, 체중의 집착에서 완전히 벗어나 자유로운 삶을 살고 있을까?
내 대답은 'NO'다.
아직도 돈까스와 치킨과 초콜렛이 먹고 싶고, 아직도 체중계에 올라가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몸무게가 늘면 하루종일 기분이 나쁘다. 젠장, 머리깎고 승복입고 산에 들어가면 내려놓아질까? (막상 내가 아는 스님은 하루에 우유 한 잔, 팥빵 반 개 밖에 안드신다. 젊은 스님들은 또 어찌나 커피를 좋아하시는지. 로스터리할 때 가장 손 큰 소매고객이었다. 심지어 도매로도 들어갔다. 아예 안 먹거나 선택적으로 즐기거나. 그 곳에도 답이 없다)
인간의 몸을 가지고 호르몬의 노예로 살고 있다면, 아예 먹지 않고 살지 못하는 신체를 가지고 있는 한 우리는 음식과 체중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평생 '적당히' 중간 지점을 잘 잡아가며 유지하는 수밖에. 그것이 인간으로 태어나 받는 가장 큰 형벌이자 숙제이다.
그렇게 시소를 잘 타가며 아슬아슬하게 마음을 잘 다스린다 한들, 타고난 기질과 에너지라는 것이 있다. 폭식증이 있어본 사람은 안다. 거기에 쏟아붓는 에너지가 얼마나 큰지. 그만큼의 에너지와 집중도를 다른 방식으로 반드시 풀어야만 진짜 자유로움을(일시적이라 할지라도) 얻을 수 있다. 그 에너지가 대체 뭔지, 논리적으로 알아보자.
폭식증이 있는 사람들은 중독에 취약하다.
중독이라고 하면 약물 중독이나 알콜 중독처럼 심각한 것만 떠올리기 쉬운데, 중독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유튜브 중독, 쇼츠 중독, 설탕 중독, 군것질 중독, 과자 중독, 초콜릿/커피/카페인 중독, 핸드폰 게임 중독 등 현대사회에서는 도파민을 분출하게 하는 자극들이 넘쳐나기 때문에 우리는 중독이 안된 상태라고 하는 것이 더 이상할 정도다. 섭식장애를 연구하는 곳에서는 음식중독 또한 섭식문제의 심각한 원인 중 하나로 여기기도 한다. 온갖 화학 조미료와 성장촉진제, 성장억제제, 농약 등의 화학 성분들 및 당 성분이 중독을 야기하는데, 그것이 담배나 술만큼 신체와 심리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폭식증이란 결국 음식에 중독된 상태다. 마음이 허전하고 심약할 때, 몸이 허기지고 영양이 부족할 때 그것을 채우기 위해서 음식을 찾고, 중독적으로, 충동적으로 반복해서 먹는다. 스트레스 만땅일 때 라면을 끓이거나 치킨을 시켜보지 않은 자 있는가. 고소하고 짭짤하고 바삭한 치킨을 향기로 한 번 크게 들이마시고, 한 입 입에 넣을 때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행복감이 도파민이 분출되면서 뇌 속에 가득 차 오른다. 그리고 곧 사라진다. 아쉽고 또 생각난다. 배는 충분히 부른 데 더 먹고 싶다. 그렇다고 해서 더 먹어봤자 아까 그만큼 처음처럼 행복해지지는 않는다. 역치점이 올라간 것이다. 더 강렬한 맛을 먹어야 한다. 그게 중독이다.
폭식증인 나는 중독에 취약하니까 평생 무언가에 중독이 되지 않도록 꾹꾹 누르고 참으면서 살아야 하는 걸까? 음식도 못 본척, 술담배는 근처에도 가지 않고 유튜브도 게임도 아무것도 즐기지 못한 채로?
중독의 다른 말은 몰입
'중독에 취약하다'는 말은 다른 말로 '몰입이 쉽게 된다'로 해석할 수도 있다. 하나에 꽂히면 그것만 죽어라 파는 경향이 있다면, 부정적인 것에 꽂힐 수도 있지만 긍정적인 것에 꽂힐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게 글쓰기가 되기도 하고(나의 경우다), 사진찍기가 되기도 하며, 영상편집, 프로그램 개발, 그림 or 만화그리기, 자격증 따기, 장사하기, (가구든 빵이든) 만들기, 레시피 개발하기 등 무엇이라도 될 수 있다. 그게 무엇일지는 시도해보아야 안다. 좀 더 빠르게 알아내려면 심리검사를 통해 내 성격에 맞는, 가능성이 높은 것들을 체계적으로 검토하고, 시도하고 걸러내는 과정을 상담사와 함께 찾아가면 된다. 충동성이 높은 만큼 지구력이 낮을 수 있으므로 전문가의 조력이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더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중독에 취약하고 충동성이 높다는 말은 그만큼 에너지가 크다는 뜻과도 같다. 넘치는 에너지를 폭발적으로 사용해야 하고, 또 같은 만족도를 느끼기 위해 남들보다 더 큰 자극이 필요하므로 중독적인 어떤 것에 시간과 체력을 소모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넘치는 에너지를 체계적인 몰입거리에 사용할 수 있다면, 자꾸 자꾸 더 맵고 더 짠 음식을 찾기보다, 자꾸 자꾸 더 수준높은 성취거리를 찾아갈 수 있다면 더 나은 삶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싫은데? 좀 덜 피곤하게 살면 안돼?
하이에나처럼 중독적인 성취를 찾아다니며 사는 것이 피곤하다고? 아무 것에도 중독되지 않고, 몰입되지 않은 채로 잔잔하고 평온한 삶을 살고 싶다고? 다시 태어나면 가능할지도
사람들에게는 자기만의 고유한 특성, 기질, 그러니까 성격이 존재한다. 태어날 때부터 어떤 특정 기질을 가지고 태어난다. 심리학은 가지고 태어난 것을 바꿔줄 수는 없다. 다만 무엇을 가지고 태어났는지 명확하게, 과학적으로 정리를 해 줄 수는 있다. (그래서 우리가 MBTI에 미쳐있는 것이다. 카오스 상태의 인간들을 정리해 16개의 서랍에 넣고 싶은 이 미쳐버릴 것 같은 한국인의 욕구. 4개의 서랍인 혈액형보다는 낫다.)
정리가 되면 이것을 가지고 어떻게 효과적으로 사용하여 최대한의 결과치를 낼 수 있을지 예측할 수 있다. ('예측 가능'해지는 것을 우리는 과학이라고 부른다.) 그러니까 이게 전부다. 신이 아닌 이상, 가지고 태어난 것을 바꿀 수는 없다. 가진 것으로 어떻게 잘 써먹을지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 인간의 일이자 심리학의 일이다.
MBTI를 과학적으로 써먹는 방법
나를 잘 써먹는 방법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MBTI와 같은 기질검사나 VIA와 같은 강점검사를 통해 내 기질을 잘 정의하는 것이다. 그리고 실전에 들어가야 하는데, 여기에서 또 수많은 변인들이 존재한다. 결혼이냐 싱글이냐, 애를 낳느냐 딩크족으로 사느냐, 돈을 위해 일하느냐 가난하지만 멋대로 사느냐... 이 수많은 변인 중 한 가지를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결혼 - 답일까 방해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