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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마르, 당일 여행

프라이부르크에서 콜마르 여행

by 첼라

프라이부르크는 지리적 위치상 스위스, 프랑스 소도시로의 여행가기 좋은 곳이다.

가장 많이 가는 곳으로는 스위스 바젤, 프랑스 콜마르, 스트라스부르 등 인근의 한두시간 정도 기차를 타거나 버스를 타고 갈 수 있다.


그 중 우리는 콜마르를 가기로 했다.

이번 여행에 대한 정보를 거의 찾지 않았지만 콜마르는 꼭 한번 가보고 싶었다. 그때쯤 유튜브에서 돌던 영상이 콜마르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배경이 된 곳이 있다고 해서 스트라스부르보다는 콜마르를 가보고 싶었다.



숙소 근처의 트램 정거장


아침 일찍 일어나 오랜만에 싸들고 온 고데기를 꺼내 머리를 말았다. 오랜만에 화장도 공들여하고 숙소를 나섰다.



머리를 말면 꾸민 느낌이 나서 좋은데....... 늙어보임


중앙역 인근의 카페에서 동생을 만나기로 했다. 커피 한잔을 하고 출발하자는게 우리 계획이었다.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고 출발하는 상상을 했지만 여권을 꼭 가져오라는 동생의 부탁을 완전히 까먹고 나서는 바람에 다시 숙소로 돌아가 여권을 챙겼다.


프라이부르크에서 콜마르까지는 멀지않지만 국경을 넘기 때문에 여권 검사를 할 수도 있다.(안할 수도 있다. 우리는 안했다.) 가능하면 여권은 챙기는 것이 좋다.



Breisch


프라이부르크 중앙역에서 기차를 타고 가다가 Breisch 라는 동네에서 내려 콜마르로 들어가는 버스를 타면 된다. 여기 하차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콜마르를 가는 것 같다. 중간에 잠시 내린 동네이지만 꽤나 아름다워 우리는 주변을 잠시 산책했다.



Colmar


독일과 국경이 인접해 있지만 콜마르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프라이부르크가 맑고 깨끗하게 예쁜 느낌이라면 콜마르는 그보다 더 쨍하고 날카롭게 예쁜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무엇보다 프라이부르크보다 훨씬 많은 관광객이 있었다. 그리고 햇볕이 왠지 모르게 더 쎄고 강렬했기 때문에 바깥을 종일 걸어다니기엔 사실 좀 힘들었다.





야외에 테이블이 있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다. 슬슬 나가서 좀 걷고 해야하는데 도무지 햇볕이 너무 쎈 탓에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 오가는 사람들을 쳐다보며 한참의 시간을 보냈다.





동화속에나 나올 것 같은 분위기의 도시다. 건물도 독일같기도 하다가 스위스같기도 하고 두시간 정도 떨어진 곳인데 이렇게나 분위기가 다르다니 신기하다.





콜마르 시내 자체는 넓지 않은 것 같았다. 걷다보니 화려한 회전목마가 있는 공원이 나왔다. 회전목마 자체도 오랜만에 본데다가 어쩜 저렇게나 화려하게 꾸며놨는지. 확실히 프랑스 느낌이 든다.





이때쯤 한국의 여름은 무척이나 습하고 더웠다고 들었는데 여기는 대부분의 날이 맑고 쾌청했다. 더운 날은 30도가 넘게 올라가기도 했지만 습하지 않은 탓에 꽤 지낼만 했다. 지금도 그 날씨와 건조함이 느껴지는 더위가 그립다.





이때 우리는 냉정과 열정사이라는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영화를 잘 보지 않는 나지만 그 영화만큼은 수십번을 되풀이해서 보는 몇 안되는 영화 중 하나다. 특히 OST를 좋아하는데 우리가 이 공간으로 들어서는 그 순간 어디선가 냉정과 열정사이에 나오는 음악을 첼로로 연주하고 있었다. 카메라를 들었을때는 이미 다른 곳을 연주하고 있었지만 따뜻한 볕 아래 연주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지도도 딱히 보지 않은 상태로 도심 여기저기를 걸었다. 무작정 걷기만해도 좋은 도시였다. .





걷다보니 자연스럽게 나와버린 이 건물

하울의 움직이는 성 초반부 소피의 집으로 나오는 이 건물. 그 유명한 인생의 회전목마를 배경으로 하울이 소피의 손을 잡고 하늘을 걸어 살포니 내려다준 바로 그 건물의 배경이 된 곳





사람들이 한참 몰려서 걷는 곳을 따라 걷다보면 자연스럽게 만나지는 곳이라 찾기 어렵지 않다.





날씨가 너무 좋았는데 사진이 이렇게밖에 안나온게 좀 아쉽다. 볕이 너무 쎄서였을까? 실제로 눈으로 보았던 것보다 어둡게 나왔다.




하지만 햇볕은 갈수록 너무 뜨거웠다. 에어컨이 절실했던 우리는 스타벅스로 향했다. 체인점이긴해도 보장된 에어컨과 오래 앉아 쉬어도 되는 공간, 그리고 와이파이가 절실했다.


이때 나는 E-sim 사용에 어색했기 때문에 한달짜리 유럽 유심을 2개 사갔는데 너무 오랜만에 여행이라 감을 잃었던걸까. 평소 하지도 않던 인스타 스토리를 주구장창 올려대다가 열흘도 안되 한달짜리 데이터를 모두 써버렸다. 결국 예비로 사간 유심을 일찌감치 사용하게 되었다. 숙소는 와이파이도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와이파이가 되지 않는 곳에서는 인터넷 사용을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런 나에게 스타벅스는 늘 맘 편한 곳이었다. 물론 로컬 카페에서도 와이파이를 제공하는 곳이 꽤 있긴했지만 아무래도 속도나 연결 상태가 가장 편한 곳은 스타벅스였다.



뜨거운 햇빛을 견뎌가며 콜마르에서 반나절을 보내고 돌아온 우리는 둘 다 더위를 먹어버렸다. 그 다음날 하루는 숙소에서 쉬기로 했다.


내 마음이 플어졌는지는 잘모르겠지만 복잡했던 생각이 조금씩 단순해져가는 것은 확실히 느끼고 있었다. 눈 앞의 풍경은 그냥 즐기면 된다. 이 긴 휴식기간 후에 뭔가 남지 않아도 된다. 돌아가서의 일은 그때 가서의 일이다. 미리 걱정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것은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있다.


어쩜 나는 나와 화해하는 중인지도 모른다. 나 자신을 더 깐깐하고 엄격하게 판단했던 것은 아닐지. 더위먹은 몸을 침대에 눕힌 채로 그런 생각으로 하루가 지나갔다.




#콜마르 #프라이부르크 #여행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