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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고 비우는 삶의 미학

버리고 비우는 과정은 삶을 관통하는 철학이 있다.

by WOODYK Jan 29. 2025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켜켜이 쌓인 물건들을 정리하며 문득 깨달았다. 언제부터 이렇게 많은 것들을 소유하게 되었을까? 미니멀한 삶을 추구한다고 자부했지만, 찬찬히 살펴보니 버려야 할 물건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사람들은 흔히 정착을 안정이라고 여긴다. 돌아갈 곳이 있다는 안도감, 변하지 않는 삶의 틀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정착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는 불필요한 것들을 붙잡고 살아간다. 과거에 대한 집착, 미래에 대한 불안, 그리고 쓸모없는 물건들에 얽매여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한다. 마치 뿌리 깊은 나무에 매달린 덩굴처럼 우리는 불필요한 것들에 의해 움츠러든다.


영화 <미나리>에서 할머니 순자는 손녀에게  “일단 심어봐. 안 크면 어때. 심어봐”라고 말한다. 삶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하는 과정이다. 마치 씨앗을 심듯, 새로운 도전을 위해 과감하게 버리고 비우는 것은 삶의 새로운 장을 여는 첫걸음이다. 버리고 비우는 것은 단순히 물건을 버리는 것을 넘어, 우리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잡념과 부정적인 감정까지 정리하는 과정이다.


앨버트 아인슈타인은 “미친 것은 같은 것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매일 똑같은 삶을 살면서 변화를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미래에 대한 불안을 버릴 때 우리는 비로소 현재에 집중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다.


 “적게 가지면 더 많이 경험할 수 있다”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물건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경험에 투자할 때 우리의 삶은 더욱 풍요로워진다. 여행을 떠나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거나 새로운 취미를 만들어 삶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버리고 비우는 것은 단순히 물질적인 삶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우리의 관계, 생각, 습관 등 모든 삶의 영역에 적용될 수 있다. 더 이상 필요 없는 인간관계를 정리하고, 부정적인 생각을 긍정적인 생각으로 바꾸고, 나쁜 습관을 좋은 습관으로 바꾸는 것. 이 모든 것이 버리고 비우는 과정의 일부이다.


유시민 작가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 “인생은 유한하기 때문에 버려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유한한 삶을 살아가면서 무한한 욕망을 채우려고 애쓴다. 하지만 욕망은 끝이 없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다.


사람관계도 마찬가지이다. 끊임없이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하지만 모든 관계가 긍정적이고 건강한 것은 아니다. 때로는 불필요한 관계가 우리를 얽매고 지치게 만들기도 한다. 마치 잡동사니가 가득한 방처럼 우리의 인간관계도 정기적인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 온다. 모든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소중한 관계에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불필요한 관계는 마치 발목에 묶인 쇠사슬과 같다.  끊임없이 신경 쓰고 맞춰주려 노력해야 하는 관계는 결국 우리 자신을 갉아먹는다. 이러한 관계를 지속하는 것은 썩은 과일을 계속 보관하고 있는 것과 같다.


 세월은 도도히 흘러가고 사람들은 저마다의 궤도를 따라 삶을 살아간다. 2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함께 해온 동기가 멀리서 찾아왔다. 마치 오랫동안 숙성된 와인처럼 풍미가 넘쳐난다. 20년 동안 쌓아온 시간들이 무덤덤하지만 편안하다. 마치 낡은 책장 속에 고이 간직된 소중한 편지처럼 가슴 한편에 따뜻한 온기를 남긴다.


처음 만났던 스무 살의 풋풋한 청춘은 어디로 갔을까? 둘다 앳된 얼굴에는 세월의 흔적이 자리 잡고, 머리카락에는 하얀 서리가 내렸다. 하지만 서로에게는 그때 그대로이다. 우리는 더 이상 서로에게 꾸미거나 포장할 필요가 없다. 마치 오래된 친구에게 편안하게 속내를 털어놓듯, 서로의 가장 깊은 곳을 들여다보고 위로한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우리는 각자의 삶에 몰두하며 바쁘게 살아간다.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서로의 안부를 묻고 응원하는 마음만큼은 변함이 없다.


"별이 먼 하늘에 떠 있지만 늘 별을 바라보며 살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별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서로에게 그런 별이 되어 주면 된다."


프랑스 소설가 생텍쥐페리는 '어른이 되는 것은 슬픈 일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는 능력을 키워가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점점 더 깊은 의미를 깨닫게 된다. 젊은 시절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삶의 소중함과 사람의 가치를 나이 들어감에 깊게 이해해 간다.


인간관계를 버리고 비운다는 것은, 소중한 사람들을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내고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다. 마치 정원을 가꾸듯 우리의 인간관계도 끊임없이 정리하고 가꿔야 한다. 잡초처럼 쓸모없는 관계는 과감히 버리고 소중한 꽃처럼 아껴야 할 관계는 정성껏 가꿔야 한다.


시간이 흘러 우리는 모두 늙어갈 것이다.  함께 웃고 울며 인생의 기쁨과 슬픔을 나누는 동안 서로의 삶을 존중할 것이다. 버리고 비우는 것은 고통스러운 과정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더욱 가볍고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다.


버리고 비우는 것은 단순히 물건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새롭게 만드는 과정이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 오늘도 과감하게 버리고 비우려 한다. 비어진 공간에는 또 다른 새로움이 생기고 간소화된 일상이 친근해질 것이다.


오늘은 내 곁에 붙어있는 불필요한 먼지를 떨고 버리고 비우는 과정을 실천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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