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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DYK Aug 03. 2021

미안할 것 없는 후배가 미안하다고 한다.

성장하는가 안주하는가?

아끼던 후배가 타회사로 이직을 한다고 한다.


팀 내에서도 톱클래스이고 업무 센스도 뛰어난 친구였다. 회사에서도 힘든 일이라도 큰 컴플레인 없이 잘 해내며 어려운 상황도 잘 극복했다. 늘 잘 해내는 모습이 든든하고 일을 맡기면 걱정이 없었던 친구다. 당연히 직급도 올라가고 회사에서는 그 친구를 우수 인재로 인정했다. 하지만 그 친구도 성장에 대한 내적 갈등은 지속적으로 갖고 있었던 것이다. 단지 표현을 안 했을 뿐이다. 이직을 생각했지만 일을 하면서 전혀 시그널을 주지는 않고 더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다.  대견스러운 친구였다. 간혹은 기획 업무에 대한 고민보다는 자기 밑에 있는 후배들을 챙겨달라고 하며 자기가 했던 궂은 일들은 자기가 하고 후배들한테는 그 일을 주고 싶지 않다고 한다. 선배로서 후배들 챙기는 모습이 고맙기까지 했다. 최근에 면담을 요청하며 이직을 하겠다고 한다. 잘하고 있었고 또 능력이 있어 지속적으로 업무적으로 성장을 고려하지 않으면 이직에 대한 고민을 하겠구나라는 생각은 했다. 그런데 시점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 후배를 지켜주지 못하는 선배로서 미안할 뿐이다.

미안합니다. 선배님


"기획파트  후배들이 고생하고 있는데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잘 마무리하겠습니다." 준비한지는 꽤 된 듯하다. "어디로 가게 되었니? 너를 위해 더 좋은 회사라면 가는 거에 찬성해. 하지만 그런 곳이 아니라면 반대할게" 그 친구는 차분하게 대답한다. "ㅇㅇ 회사로 가게 되었고 연봉도 괜찮게 받아요" 반대할 여지가 없다. 괜찮은 회사이고 지금보다는 나은 조건이다. 후배가 고생한 거에 비해 대우도 잘 못 해 줬는데 이 정도 회사에 대우도 좋다면 선배도 기분 좋게 보내 줄 수 있다. 조직 내 부서 이동이 겹치면서 한동안 힘든 상황에서 좋은 후배가 빠지면 전력적으로 부담은 되지만 본인 인생이 더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더 성장할 수 있다면 젊을 때 더 도전하는 게 좋다고 본다. 내가 말 안 해도 업무를 벌써 후배들에게 많이 넘겨줬고 후배들도 꼼꼼히 배워서 그 친구에게 오히려 고마워한다. 휴가  내놓고 회사에 나와 마무리까지 한다.  부서 이동하는 또 다른 후배는 "업무 인계하는 어려움이 본인 탓보다는 새로 온 직원의 태도가 문제라서 제대로 해 줄 수가 없다. 본인 있을 때보다 업무가 수월하지 않을 거다"라는 뉘앙스로 타 부서로 이동한다. 타 부서 이동의 불만을 언급하는 것이다. 두 사람의 그릇이 너무 달라 보이고 태도의 격이 너무 차이 난다.


안주보다는 도전을  선호한다.


팀 내 30년 넘는 선임도 있었다. 말씀을 드리고 후배들을 위해 자리를 양보해 달라고 요청드렸지만 '지금까지 최선을 다 했고 계속 잘해 보겠다'라고 말씀하셨다. 솔직히 그분의 역할이 없으나 조직은 함부로 그분을 대할 수는 없다. 난감한 상황이었다. 본인이 어떻게 주변 사람들한테 평가를 받는지 잘 모르시는 건지 외면하는 건지는 모르겠으나 난감했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함에 안주하고 권력의 맛에 도취되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회사는 냉정히 그를 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떠나야 할 분은 남아 있는다고 하고 남아있길 바라는 사람은 떠난다고 하는  조직의 상황이 안타깝다. 성장을 갈망하는 후배들은 더 큰 바다로 나가려고 노를 짓고 안주한 일부 선배들은 이곳에 뿌리를 박고 영양분을 받아 가고 있다. 두 부류를 보며 난 어디에 서 있는지 고민이 된다.


나 또한 시간이 흘러 안주하는 선배로 남지 말고 내가 스스로 떠날 수 있는 사람이 되자고 다짐한다.



직장생활을 하며 여러 고민 속에서도 나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성장을 위해서도 나태하지 않으려 했지만 그래도 아직도 허기지고 배고픈 것은 신입사원 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나태한 후배에게는 뼈 때리는 이야기도 하지만  삶의 고민을 통해 성장하고자 하는 후배들에게는 뭐라도 더 주고 싶은 심정이다. 회사 일을 통해 성장해서 자신을 길을 찾아가는 후배가 있다면 언제든 응원해 주고 싶다.  


지금도 그리고 그때도 난
그들과 똑같이 갈망하고 배고픔을 느낀다.




https://brunch.co.kr/@woodyk/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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