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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DYK Nov 24. 2021

겨울 풍경 속 사라지는 군고구마의 추억. 웹 글.

풍요가 허기지게 한다. 유미의 Life

Designed By 김유미 Online Creator


지금은 어디 가나 음식들이 넘쳐난다.


주전부리할게 다양해지고 많아졌고 또한 쉽게 살 수 있다. 곳곳에 편의점이 있어서 늦은 밤에도 출출하면 언제라도 사 먹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너무 넘쳐나다 보니 과하다. 야식을 주문할 수 있는 배달앱들도 수없이 많다. 부족함을 모르는 잉여의 시대에 살고 있다. 선택의 폭도 커지고 불필요한 주문도 많아지고 그에 따른 쓰레기도 증가하는 시대이다. 지금 시대는 좀 줄여나가도 되고 불필요한 것들을 축소해나가며 살아가도 되는 시대이다. 좀 불편하게 느껴도 그것이 불편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미니멀리즘조차도 미니멀리즘이 아닐 수 있다. 결국 세상의 기술이 발전할수록 상품은 넘쳐나고 부족함의 소중함을 이해하지 못한다. 여러 가지를 구매하고 소비하는 습관은 돈을 필요로 하고 돈으로 모든 것들을 해결하려 한다. 돈은 더 필요하고 돈 또한 잉여의 한 부분이 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에도 동일한 주전부리를 어디서나 사 먹을 수 있다.



옛 시절에는 주전부리 종류가 지금처럼 많지 않았다.


 집에서 먹는 집밥이 배를 채우는 전부였고 라면과 밀가루로 만드는 수제비, 칼국수가 메인이었다. 배가 허전할 때 먹는 주전부리는 감자, 고구마, 옥수수 등 자연에서 얻은 수확물이 주를 이루었다. 특히 겨울에 날씨도 춥고 밖이 어두워질 때 배가 허전하면 군고구마나 군밤을 주전부리로 많이 먹었던 기억이 난다. 특히 아버지가 늦은 퇴근에 사 오시는 따끈따끈한 군고구마와 군밤은 진짜 추운 겨울을 녹일 듯 맛나고 기분 좋은 겨울의 주전부리였다. 동네마다 군고구마와 군밤을 파는 리어카는 겨울에 한 대씩은 다 있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밤이 깊어질수록 집안에서 추위를 녹이고 출출한 배를 채우고 싶은 사람들을 유혹하는 소리가 골목에 울려 퍼진다. "메밀묵~~ 욱  찹쌀~~ 떡"  소리는 사람들의 배를 자극하여 꼭 사 먹게 하는 주술이었고 겨울의 추운 밤을 녹이는 노래였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겨울의 주전부리 강자 군고구마와 군밤은 24시 편의점과 야식 배달의 신문화로 사라져 가는 겨울 풍경이 되었다. 


연말에 가까워질수록 모락모락 나는 군고구마의 따뜻한 김이 주변을 감싸고 거리에 캐럴송과 길거리 차트 음악 테이프가 넘쳐날 때  삶의 부족함은 잊혔다.  오히려 지금의 풍요가 가슴속 한 곳에는 예전보다 못한 허전함과 각박함이 느껴지고  편의점과 야식 배달음식에 길들여진 우리의 주전부리 입맛은 먹고 나서의 만족보다 외로움과 허기짐의 연속처럼 느껴지는 건 왜일지 모르겠다. 


손등이 거북이 등처럼 꺼칠해지고 추운 날씨에 불 앞에서 손을 녹이며 어린 자식을 키우기 위해 리어카에 군고구마를  파시던 아주머니의 모습을 생각하며 자꾸 어머니의 손등을 생각하게 된다. 어머님은 추위도 느낄 틈 없이 겨울을 자식들의 온기로만 채우셨던 기억이 난다.



 군고구마는 겨울에 그냥 군고구마가 아니다.


 겨울의 녹일 만큼 부모님의 노고가 담겨 있고 부족함의 소중함을 알아가는 추억이 담겨 있다.


 그 노고들과 추억이 사라지는 지금의 풍요가 오히려 허기진 심신을 더 허기지게 한다.



김유미 Online Creator 그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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