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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DYK Jan 10. 2022

어머니의 눈물이 자식을 만들었다. 웹 글

어머님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유미의 life

Designed By 김유미 online creator

죽음이란 게 두렵다기보다

살아가는면서 직면할 자연스러운 순서일 뿐이다. 나이가 들면 모든 기능들이 약해지고 자신이 갖고 있는 근육의 에너지를 조금씩 소진하며 살아가게 된다. 에너지를 축척하기보다 에너지를 태우며 살아간다.


 근육량은 사라지고 몸 전체가 뼈와 피부만 남게 된다. 거동이 불편하면서 누워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신체가 굳어지며 활동이 어려워진다. 가슴속 젊은 생각들과 신체의 노화가 갈등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자신의 현상을 인지하고 수용하게 된다.


살아가는 가치의 의미보다

살아있음에 스스로 안타까워하며 자신을 조금씩 이 세상과 거리를 두며 죽음의 준비를 하게 된다. 한 번이라도 더 자식들 음성을 듣고 싶어 하고 얼굴 한 번이라도 살아 계실 때 자식의 좋은 소식을 듣고 싶어 하신다. 기력이 없고 몸이 고통스러워도 전화에서 들려오는 자식들의 시큰둥한 목소리에도 반가워하고 잠시 기운을 차리신다.


근육이 말을 안 듣고 온 몸이 고통스러워도

손자의 목소리에 지금 당장이라도 일어날 듯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늘 전화에 하시는 말씀은 본인을 걱정하기보다 자식을 걱정한다. "밥은 먹었니? 전화 줘서 고맙다. " 늘 하시는 말씀인데 어머니는 그 말이 가슴속 깊이 나오시는 말씀이셨다. 늘 자식들 커가는 모습에 에너지를 얻으셨고 살아가는 낙이 자식들 보는 것이 전부이셨던 분이다.


큰집 맏며느리로 들어오셔서

평생을 힘든 시간을 보내셨다. 층층이 가족들을 돌보는 일은 어머니 차지였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돌아가실 때까지 모든 수발을 들으셨고 아버지의 5명 동생을 뒷바라지하셨다. 뒷바라지하는 동안 얼마나 많은 힘든 시간과 인내의 시간이 있었겠는가 생각하면 어머니가 너무 안타깝다.


어린 마음에도 어머니 모습은 부엌에서 일하는  모습이  전부였다. 늘 새벽부터 밤까지 부엌살림에 정신이 없었다. 잠시 부엌에 누워 계시다가 또 일하고 쉬지도 않고 일만 하시는 어머님이셨다. 오죽했으면 어린 마음에 "엄마  나중에 내가 잠 안 자고 일 잘하는 사람하고 결혼할게"라는 말까지 했다고 어머님은 말씀하신다.


큰집이라 늘 손님이 많았다. 오는 모든 손님에게 식사 준비해주시고 챙겨주시느라 하루에도 밥상을 수십 번 차리셨다. 아버지는 회사에 나가셔 일을 하고 계셨지만 어머니는 모든 집안의 궂은일들은 다 하셨다.


추운 겨울에는 연탄불이 커지지 않도록 하려고 수시로 잠에서 깨셔서 추운 새벽에 연탄불을 갈며 당신은 아무 일도 없듯 생활하셨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잔소리와 고모 삼촌들의 모든 불평불만들을 혼자서 감당해야 했다.


 또한 동네며 집안 대소사에 늘 큰 역할을 하시고 새벽에 일들이 끝나 들어오셔도 집안 살림을 또 하셨다. 하루하루가 괴롭고 힘드셨을 텐데 내색 없이 자식들 얼굴만 보시면서 사셨다. 나중에는 쌓여있던 화들이 우울증까지 오시면서 많은 시간을 힘들어하시기도 했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어머니의 이미지가 있다. 

작은 체구의 어머니가 떡을 하러 쌀을 머리에 이고 언덕을 오르내리시는 모습에서 어린 마음에 어떻게 저렇게 무거운 걸 혼자서 들어 그것도 언덕을 오르내릴 수 있었을까 하는 어린 마음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작은 체구인 어머니가 큰 집안의 살림을 책임지며 걸어온 시간들이 당신 스스로에게는 너무 고난한 시간들이셨다. 당신의 삶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그냥 자식들만 바라보며 눈물 흘린 시간이셨다.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가 고생하는 어머니를 보시고서 슬퍼 눈물  흘리셨다고 어머니는 말씀하셨다. 당신 딸이 고생하시는 게 안타까워 얼굴을 보지 못했다고 하셨다.


늘 남들에게 피해주기 싫어하시고 없어도 주변 사람들에게 베풀고 싶어 하시는 마음은 지금도 존경스럽고 따뜻하다. 그런 어머니가 이젠 멀리 떠나셨다.


새벽 1시에 전화가 걸려왔다.


잠결에 전화를 받았다. 병원이었다. 병원에 도착해 보니 어머님이 평온하게 주무시듯 누워계시고 산소 호흡기를 끼고 눈을 뜨지 못하셨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어머님 손을 잡고 아들이 왔다고 말을 걸자마자 눈 한번 뜨시고 평온히 하늘나라로 떠나셨다. 어머님이 아들을 마지막으로 보고 싶어 기다리신 듯 잠시 한번 보고 미소 짓고 떠나셨다. 그 잠시의 시간을 자식에게 주시기 위해서 힘든 호흡을 참아내시면서 기다려주신거에 대해 어머니에게 너무 대단하고 감사할뿐이다.


그냥 담담하다. 고통스럽지 않으시고 평온히 주무시는 듯 해 마음이 잔잔하다. 이젠 정말 이 세상에서 뵙지 못하고 하늘에서 뵐 수 있을 것이다. 늘 하시던 말씀이 생각난다. 그리고 그것이 유언처럼 들린다.


 "죽으면 아무 소용없는 거야. 아들아.
장례도 제사도 다 부질없는 거니 신경 쓰지 말어라. 그냥 살아 있을 때 한 번이라도
목소리 더 듣고 얼굴 한번 더 보고
손 한번 더 만지는게 더 소중하니
살아 있을 때 더 보자"


그런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린다.


문뜩문뜩 들리는 어머니의 음성과 거친 손등의 촉감. 그리고 미소 짓는 어머니의 얼굴이 가슴 깊은 곳에 새겨져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는 흔적으로 남겨질 것이다.


"어머니 너무 사랑하고 가슴 깊이 어머님께 감사합니다. 슬픔보다는 기쁨을 더 받았고 어머니가 주신 모든 선물 너무 고맙습니다.
이젠 정말 평온하게 어머니 삶만 사셨으면 해요. 가슴 깊이 어머님의 자식으로
어머니가 너무 자랑스럽고 존경스럽습니다."



김유미 online creator  그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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