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념에 물들어도 본질은 변치 않는다

제육볶음의 생명은 양념이다. 고춧가루, 간장, 설탕, 마늘, 참기름까지, 맛을 완성하는 모든 재료가 조화롭게 섞여 고기를 감싼다. 양념이 스며들어 색깔과 향이 바뀌어도, 본질은 여전히 고기다. 우리의 삶도 그렇다. 우리는 매일 다양한 환경과 사람, 그리고 경험에 물들며 살아간다. 하지만 그 모든 영향을 받아들이면서도 나다움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삶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가 아닐까.

삶은 양념을 피할 수 없는 요리와 같다. 직장에서의 역할, 가정에서의 책임, 사회가 요구하는 기대가 우리를 둘러싸고, 우리는 그 안에서 끊임없이 균형을 맞춰야 한다. 때로는 이런 양념이 과해져서 오히려 나를 잃어버린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제육볶음이 양념으로 더욱 풍미를 더하듯, 삶의 양념도 잘 활용하면 '나'라는 정체성을 더 깊고 풍요롭게 만든다. 중요한 건, 양념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중심을 잡고 스스로 조율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양념이 고기를 감싸도 본질은 고기다. 우리 역시 삶의 역할과 책임 속에서도 잃지 말아야 할 본질이 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혼돈의 순간마다 우리를 본질로 돌아오게 한다. 바쁘고 지친 시간이 계속되어도, 가끔은 잠시 멈추는 용기가 필요하다. 혼자 산책을 하거나 조용한 공간에서 자신에게 물어보자. “지금 내가 원하는 삶은 무엇인가?” “이 상황 속에서도 내가 끝까지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인가?” 스스로를 돌아보는 작은 멈춤이 때로는 삶의 방향을 다시 잡는 데 큰 힘이 된다.

삶에서 받는 모든 영향을 무조건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과한 양념은 요리를 망치듯, 우리를 짓누르는 과도한 요구나 책임은 결국 삶을 무겁게 만든다. 자신에게 꼭 필요한 것과 아닌 것을 구별하고,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는 용기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일이 지나치게 많아 스트레스로 번아웃이 올 것 같다면, 우선순위를 재조정하거나 주위의 도움을 요청해 보자. 인간관계에서도 에너지를 지나치게 소모하는 관계라면 거리를 두는 것이 건강하다. 삶은 모든 양념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어울리는 양념을 골라내는 과정이다.

양념은 삶의 조연일 뿐, 주인공은 고기다. 외부의 기대와 요구가 우리의 가치를 정의하게 두어선 안 된다. 회사에서의 직책, 타인의 평가, 사회적 기준은 중요할 수 있지만, 그것이 나의 본질을 대신할 순 없다. 나의 삶은 내가 주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 "내가 정말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인가?"를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기준이 분명하다면, 삶의 갈등이나 변화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지킬 수 있다. 이는 자신을 지키고 스스로를 존중하는 데서 오는 깊은 안정감을 준다.

삶의 양념은 때로 우리를 시험하고, 때로는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준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나다움을 잃지 않을 때, 비로소 진정한 성장이 이루어진다. 양념에 물들어도 본질은 변치 않는다. 그리고 그 본질을 지킬 때, 우리는 더욱 단단해지고 깊은 풍미를 가진 사람이 된다. 우리의 인생이라는 불판 위에서, 적절한 양념으로 자신만의 특별한 맛을 만들어보자. 우리의 본질이 가장 빛날 때, 그 맛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고유한 것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