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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버들 Sep 23. 2022

진도로 가는 길

-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새벽,

6시 30분 띠띠띠 출발

서해대교를 지


 서해고속도로를 지

 목포대교를 지

 해남 두 대교를 지

 진도 대교를 지

 구불구불한 도로를 지

 마을 입구를 지

 계속해서 들어가고

들어갔다.   

  

휴게소에서 잠깐 쉰 시간을 더하니 여섯 시간이 걸렸다. 인생의 거리 같다. 이렇게 길게 한 번에 서해고속도로를 밟고 운전해서 온 것은 처음이다. 거울을 보니 얼굴에 피로감이 가득하다.  조선소가 보인다. 큰 배들은 하나의 건축물처럼 바다에 서 있다. 자주 보지 못하는 풍경임에도 장시간 운전으로 지나칠 수밖에 없었다. 남쪽으로 오면 남쪽의 식물들을 볼 수 있다. 나무와 꽃들을 보면 아! 남쪽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한 2년 은둔 같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이유가 어찌 되었든 나만의 시간에 매몰되었다.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았다. 활동적이었던 과거의 모습은 상실되었다. 그 상실감은 오랫동안 또 다른 ‘내’가 나를 놔주지 않았다.     

변화가 필요했다. 여름 내내 잡다한 생각을 버리고 산중 언덕에 작은 공간 만들기와 거의 마구잡이로 책을 읽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창밖을 봤다. 이제 더 이상은 안 된다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행이다. 딸과 함께한 여행을 시작으로 그동안 게을리했던 글쓰기와 나를 찾아가는 여행도 시작되었다.   



진도 죽림에 위치한 마을. 좁은 골목을 들어가니 며칠 묵을 숙소가 보인다. 먼저와 있는 친구 같은 시인이 반겨준다. 인연, 깊다. 비슷한 목적으로 같은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고 시를 좋아해 시를 쓰고 동인지를 냈다. 내 앞에 웃으며 서 있는 그녀는 자기 삶을 즐길 줄 아는 여인이다. 창작이란 영감과 재능도 있어야 하지만 그 사람의 성실성에 따라 얻어지는 결과의 편차는 크다. 시작은 비슷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제자리에 있고 그녀는 저기 저쪽 한참 앞에 서 있다. 그녀는 나의 마음의 문을 두드린다. 같이 가자고 하는 듯.


그렇게 우리는 여기 진도 속 바다가 보이는 작은 마을에서 며칠을 보냈다. 각자 자기 책상에 꺾어온 들꽃과 들풀을 꽂아놓고 우리는 노트북 자판을 두드린다. 새벽 5시에 일어나 방청소를 하고 숙소 바로 앞에 있는 바다로 아침 산책을 나갔다 온다. 준비해 온 찬거리로 따뜻한 밥도 해 먹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하루는 생각지 못한 이곳에서 생일 상을 받게 되었다. 숙소에서 떠나는 날이 생일이었다. 그래서 헤어지기 전에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어나 보다. 주변에서 뜯은 꽃과 풀 그리고 밭에 아무도 손대지 않는 작은 늙은 호박으로 아름답게 꾸민 생일상. 감사하다. 


이곳의 바다는 잔잔하고 조용하다. 아침의 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바다. 한적한 마을, 사람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 이곳에 앉아 바다를 보며 다시 한번 나를 다져본다. 아침의 기운찬 일출처럼 가슴 저린 일몰처럼.        


진도 셋방낙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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